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 나이들수록 아름다운 프랑스 여자들의 비밀
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박미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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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40대나 50대 여성도 여전히 매혹적이며 뭇 남성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들은 자신의 매력을 당당하게 드러내지만 그렇다고 풋풋한 청춘인 척 행동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며 살아간다. 자신을 돌보고 체중과 외모에 어느 정도 신경 쓰지만, 20대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는 청년 문화가 우세하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프랑스 여배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한번 말해보라. 인형처럼 예쁘고 상큼한 10대나 20대 여배우가 떠오르는가? 천만에! 필시 우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의 나이 지긋한 여배우가 떠오를 것이다. 줄리엣 비노쉬는 어떤가? 그녀는 1964년생이다. 여전히 만인의 우상인 카트린느 드뇌브는? 놀라지 마시라. 그녀는 1943년생이다. 마리옹 코티야르 같은 30대 후반 여배우도 연륜이 쌓이면서 '원숙미'가 더해졌다.

-p, 22~23















영화 <아멜리에>는 그저 영화를 떠올리는 사소한 행위만으로도 미소를 짓게되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영화 속에서 그 누구보다 아멜리에를 사랑스럽게 표현해준 '오드리 토투'의 매력에 빠져 그녀가 나온 영화는 다 챙겨 볼 정도로. <아멜리에> 이후 십여 년이 지난 오드리 토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인 <무드 인디고>를 보면서는 40대가 머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그 어떤 감정보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한결같이 아름다웠으면 하니까.

그래서였을까, 어느새 내 머릿 속에도 '오드리 토투 = 프랑스 여자 = 아름다움' 이라는 공식이 그려지게 된 것은. 단지 오드리 토투 뿐 아니라 여러 책 속에서도 프랑스 여자는 날씬하고(살 찌지 않고) 우아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고 소개하고 있어서 그렇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늙지도 않는다니. 아 불공평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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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자들이 다 가진 날씬하고, 우아하며, 늙지 않는 불공평한 비결을 좀 배워보고자 책을 펼쳤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프랑스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워들은게 많았던터라, 이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모아놓고 정리해두었다는 점이 강점이었달까. 


사소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 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한 모든 여자들이 평생 고민거리로 생각하지만 확실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염색, 머리 길이, 손톱 손질, 옷장 속의 옷, 구두, 화장품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하는 프랑스 여자들의 일상 이야기를 원했던 나에겐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마치 '소녀시대는 이런 운동을 해서 몸매를 가꾼대!', '여배우 누구는 이런 식단으로 밥을 먹는대!', '누구는 이런 화장품을 쓴대!' 같은 정보성 이야기들 같았달까. 이런 이야기는 듣고나서 '이제 방법은 알았지만 연예인이니까 저렇게 할 수 있는거겠지'하고 느끼게 되고 오히려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에서 보여주는 (우리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그녀들의 사소한 행동에 더 관심을 갖고 따라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 물론 프랑스 여자들의 '나이듦'에 대한 마음가짐을 읽을 땐 나도 그러했으면, 했다. 얼굴에 보이는 '나이듦'의 징표들이 싫어 이런저런 시술을 일삼는 여자들에 비해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멋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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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애착이 덜 가는 이유는 어쩌면 아직 내가 '늙음'이라는 것이 와닿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스무 살에 비하면 생글생글함이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보다 20-30년이 지나 내 몸 곳곳에 드러나는 '늙음'의 징표들을 인정하지 못할 때 쯤엔 이 책을 펼쳐보고 싶을 것 같다.


우아하게 나이 든 여자이고 싶으니까. 







나는 명품 매장에서 똑같은 상품을 구입하기보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고유한 브랜드를 개발하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고유한 브랜드는 다른 사람과 당신을 구별해주는 정체성이다. 당신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준다. 가령 당신이 늘 뿌리는 향수가 당신의 브랜드일 수 있다. 애용하는 액세서리나 의상일 수도 있다. 나는 오노 요코를 생각하면 항상 뉴스보이 캡이 먼저 떠오른다. 그녀는 둥근 크라운에 짧은 챙이 달린 뉴스보이 캡을 종류별로 갖춰놓고 언제 어디서나 즐겨쓴다.


정체성이 있다면 강산이 여러 번 바뀌어도 당신의 스타일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완벽한 변신을 시도하거나 딴사람으로 거듭나려 애쓰지 않고도 당신의 브랜드를 되살릴 수 있다. 속성 다이어트는 속성으로 망가지는 지름길이다. 천천히 조금씩 변하는 게 낫다. '업데이트'는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금씩 수정하는 것이다.

-p, 54



프랑스 여자들에게 걷기는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어디든 걸어 다닌다. 충분히 걷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기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더 걸으려고 애쓴다. 운동과 움직임의 기본이 걷기라는 사실은 입이 닳도록 말해도 모자란다. 그런데 프랑스를 벗어나면 "산책하러 나간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미국인은 일부러 하이킹을 떠나거나 러닝머신 위에서 죽어라 달린다. 일상생활에 녹아드는게 아니라 일부러 운동할 시간을 낸다. 하지만 하루 20분 정도만 걸어도 많은 게 달라진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걷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무 때나 걸어도 상관없다.

-p, 152



"나는 여유 있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허비하며 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한 말이다.

이 장 서두에서 제안했듯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 평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다 알고는 있지만 정신없이 살다 보면 우리에게 진짜로 좋은 것을 놓칠 때가 많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쉴 시간이 필요하고, 휴가가 필요하고, 조용히 보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면역 체계가 약화되기 시작하는 50대 이후로는 한숨 돌리다, 재충전하다, 회복하다, 휴식을 취하다, 원기를 회복하다 같은 단어와 친해지도록 하라.


그런데 일하지 않을 때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낼 때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면 "뭐 하면서 노세요?" 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보라. 필시 상대방은 놀란 표정을 짓거나 한가하게 놀 시간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 육체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자 취하는 행동도 생산적 활동에 포함된다.

-p,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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