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 나만의 업業을 만들어가는 인문학 트레이닝북
윤소정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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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취업을 앞둔 시점에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마주한 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대학교까지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 제대로 모른다니,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죠. 그리고 이 질문 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취직전선에 뛰어들면 평생 남이 좋아하는 일만 해주다 끝난다."

돌아보면 정말 그렇습니다.아빠도, 삼촌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혹은 어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죠.

그날 저는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결판을 내야 할 것 같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졸업을 한다는 게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그다음 날, 엄마에게 목욕탕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실오라기 한 장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엄마 있잖아… 내가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건 아는데… 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더라고. 나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고 싶은데 솔직히 정말 겁이 나. 어떡하지?"

정말 용기를 내서 꺼낸 이야기였는데요. 집안 형편도 모르고 다 큰 애가 사춘기 소녀처럼 방황한다고 나무랄 것 같던 엄마는 예상 외의 반응을 보냈습니다.

"소정아, 너 살면서 통째로 온전히 기억나는 1년이 있니?"

"통째로?"

"응. 엄마가 살아보니 그렇더라. 지금은 20대의 1년이 엄청 귀하고 소중한 것처럼 느껴지지? 이때 꼭 무언가 해야 할 것 같고 말야. 그러나 나이 들고 나면 기억조차 남지 않는 1년이더라. 엄마가 반평생 살아보니까, 인생이 너무 지루하다 못해 지켜울 정도로 길어. 1년만 눈 딱 감고 네가 살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아봐. 좋아하는 일만 찾아보는 한 해를 겪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정말, 나 그렇게 살아도 돼?"

"야, 니 인생인데 왜 나한테 허락을 받냐?"

그러더니 엄마는 열탕을 나가버렸습니다. 엄마의 출렁이는 뱃살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었죠. 저는 그때 마치 엄마의 뱃속에서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전 바로 학교로 뛰어가 휴학계를 냈습니다(그때 휴학을 한 이후로 결국 학교로 돌아가진 못했습니다. 자퇴를 하고 저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을 택했으니까요). 그리고 진짜 '인생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 홀로 방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거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내 가슴에 생긴 이 질문을 풀기 위해 그때부터 세상을 도구 삼아 나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인문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속도에 의해 내 삶을 바라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며 '나는 누구인지'를 연구하게 된 첫날, 저는 그날의 설렘을 잊을 수 없습니다.

-p, 98~100


 














내가 고등학생 땐 네이버 블로그보다 싸이월드가 더 유명했었다. 집에 오면 컴퓨터를 키고 싸이월드에 접속해서 내 미니홈피에 감성가득한 글을 적어 올리기도 하고, 친구들의 글을 구경하는게 일상이 되어있었다. 그러던 중 싸이월드 블로그의 메인에 올라온 소정쌤 글을 만나게 되었다. 오래된 기억이라 그 글이 어떤 글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글에 매료되어 소정쌤의 블로그에 있던 글을 밤이 하얗게 새는줄도 모르고 읽었던 건 확실하다. 그 이후로 항상 그녀의 글을 빠짐없이 읽고 자극을 받는 학생이었다 난. 

그 블로그엔 소정쌤이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들이 쓰여있었다. 당시 고등학생이라 '대학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해서 '휴학'이라는게 어떤걸 의미하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꿈을 찾기위해 다니던 대학을 잠시, 휴학을 했다는 글을 봤을 땐 '엄청 어려운 선택에 용기를 내신거구나' 하며 조용히 응원을 하기도 했었다. 자신을 뽐내기 위한 글만 가득했던 다른 블로그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고,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살아가는 순간순간엔 조용히 소정쌤이 자리잡아있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꿈★선생' 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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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학생이었던 내가 어느새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정쌤은 내가 고등학생때부터 보았던 싸이월드 블로그에서 그녀가 될 것이라 말한 그 모습이 되어있었다. 판에 박힌 이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살아있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 꿈을 잃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위해 꿈을 찾도록 도와주고,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으로.


이젠 이렇게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행했던 많은 교육철학을 담은 《인문학 습관》이라는 책이 나왔다. 언제나 마음 속으로 내 멘토라고 여겨왔던 분의 책이었기에 꼭 읽어보고싶었는데 역시나, 기대보다 더 좋은 책이라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싶었다. 


책을 읽고 내 상황과 닮은 문장을 찾아내고, 생각을 블로그에 적어나가는 내 모습을 돌아보니 고등학생때부터 지켜봐왔던 소정쌤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만 조용히 지켜봐왔던 학생이기에 이 포스팅에 '선생님'이라고, '소정쌤'이라고 부르는게 어색하지만 그녀는 항상 나에겐 선생님이었기에 이렇게 적는다.) 


고전을 읽고 누구나 똑같은 교훈을 얻어갈 수는 없다. 모두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 환경에 따라 가지게 된 생각들이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창의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사회에 살아가면서도, 남들과 다르면 질타받을까 두려워 겁이 많아진 우리는 틀에 박힌 인문학을 하고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책에도 쓰여있지만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취업을 하는데 인문학 지식이 중요하다는 소문에 '반짝' 인문학 스터디를 만들어 달달달 외우는 인문학을 하는 경우이다.


이 책엔 정말 제대로 된 인문학 공부란 어떤것인지 담겨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진정한 인문학 공부가 어떤건지 알았으면 좋겠다. 또한 소정쌤의 블로그에서 내가 보아왔던, 소정쌤의 성장기록(?)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포스팅을 하기 전에 고등학생 때 내가 어떤 글을 보며 자극을 받았던걸까 다시 살펴보러 소정쌤의 싸이월드 블로그를 찾아갔는데 이런, 싸이월드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보기 어렵게 변해있었다. 그때 그 느낌을 그대로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어렵게 바뀐 싸이월드 블로그를 더듬거려가며 읽어보니 소정쌤의 노력이 보여 마음이 찡- 울린다. 


몇년 후, 나도 지금보다 더 성장해있을 때! 그때 내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블로그를 돌아보며 뿌듯해 할 그날을 위해 오늘도 빠샤!!





              




'세상 그 어디에도 잘한 선택은 없다. 오직 잘해가는 선택만 있을 뿐.'


선택 앞에서 '이걸 해야 할까, 저걸 해야 할까?' 고민이 되는 날이면 전 또 이 지혜를 꺼내봅니다. 선택을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랐던 때를 돌이켜보면, A나 B,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내 삶이 엄청나게 변화할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더군요.

'이걸 택해서 내 인생이 망하면 어떡하지?'

'이걸 해서 꼭 성공해야 할 텐데…….'

한마디로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다는 압박이 고통을 안겨주더라고요. 그러나 '최고의 선택은 없다'는 전제를 깔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거나 선택해도 결국엔 그 선택을 내가 최고로 만들어내면 그만이니, 오히려 용기가 솟아나지 않을까요?

-p, 113~114



기억하세요. 나는 내가 상상하는 만큼 살아낼 수 있는 존재입니다.

-p, 166



어렸을 때부터 제가 힘들어하면 엄마는 저를 데리고 바다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늘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정아, 바다가 왜 바다인 줄 알아? 세상 모든 물을 다 '받아'줬기 때문이야. 모든 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온단다. 똥물도 강물도 모두 바다는 받아주지. 엄마는 우리 소정이가 늘 바다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받아낼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야. 그런데 말야.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바다의 가르침은 파도에 있단다. 파도가 크게 이는 날 바다는 확 뒤집어지잖니. 우리가 보기엔 위태위태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다는 스스로를 정화시킨단다. 그러니 시련이 널 바닥으로 이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마.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 것들은 떨어지고, 새겨야 할 것들은 새기며 사는 게 인생길 아닐까?"

그래서일까요? 힘든 날이면 전 책이나 강연 등을 쫓아가려 하기보다 홀로 바다를 찾곤 합니다. 그리고 거센 파장을 일으키며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다를 보며 이렇게 질문합니다.

'바다야, 지금 이 순간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바다는 온몸으로 파도치며 알려주더군요. 바닷물이 고이면 썩은 물이 되고, 심장이 멈추면 죽음이 오는 것처럼 네 인생도 그렇게 큰 요동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p, 17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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