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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p, 57

까칠한 남자의 매력은 도통 못느끼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선 까칠한 남자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제목에서부터 '이 소설은 오베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야' 라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데, 읽는 내내 연예인 박명수 생각이 났다. 그만큼 '오베'는 박명수처럼 까칠까칠한 남자였고, 박명수처럼 어마어마한 사랑꾼이었다.
그의 첫인상은, 만약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면 마주치기 싫어서 피해다녔을 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까칠까칠. 원리원칙을 중요시해 그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복수(?)를 하며,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가 침범하는 것을 매우 불쾌해하는 그러한 모습이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어갈수록 보여지는 따뜻한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투덜거리면서도' 이웃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다주고, '투덜거리면서도' 이웃집에 수리할 게 있으면 가서 수리해주고, '투덜거리면서도' 추운 겨울에 갈 곳 없는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는 이러한 따뜻한 모습들.
하지만 그의 진정한 매력은 <오베였던 남자와 기차에 탄 여자> 라는 챕터에서 드러나는데, 그가 (미래의 아내가 되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고있자면, 그의 아내가 한없이 부러워질 뿐이었다. 세상 모든 여자가 바라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남자였달까. 떠벌떠벌 말로만 표현하는 사랑이 아닌 묵묵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이었기에 (또한 여자가 충분히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동이었기에).
이 소설은 까칠한 남자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지만, 여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기도 했다. 연애애 서툰 남자들이 한번쯤 읽어보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오베처럼만' 한다면 그는 그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p, 57
근 40년 동안 살면서, 소냐는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수백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들에게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혔다.
같은 기간 동안 그녀는 오베가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 편이라도 읽도록 하는 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택 단지로 이사하자마자 그는 몇 주 동안 내내 저녁마다 헛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그가 작업을 마쳤을 때, 그녀가 본 것 중 아름다운 책장들이 거실에 놓였다.
"책들을 어디에 보관은 해야 하잖아."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드라이버 끝으로 엄지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들을 콕콕 찔렀다. 그녀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p, 208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했던 얘기였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p, 280~281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p, 4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