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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웃는 건 말이야, 원래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래."
"응……?"
"웃는 건, 늘 타인을 향해서잖아? 우선 타인을 웃게 하기 위해 내 웃음이 존재하고, 그래서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도 돌아온다는 거야."
"흐음……."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게끔 늘 웃는 딸로 자라주길 바랐던 거지. 그러면 결국 너도 행복해질 테니까. 아버지는 그렇게까지 생각해서 '스미레'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야." -p, 130

존 레논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액자가 보이는 매력적인 표지의 책, 가볍게 읽었던 책입니다. 가벼운 소설들은 가만보면 읽는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죠.
모리사와 아키오는 이미 영화화 된 작품들(《쓰가루 백년 식당》, 《당신에게》, 《무지개 곶의 찻집》)이 있을 정도로 실력을 검증받은 작가였네요. 그럼에도 전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은 이번 작품이 처음인지라 반신반의하며 읽어나갔습니다.
주인공인 스미레가 고난을 겪다가 결국엔 행복을 찾아간다는, 그런 단순한 이야기인지라 끝이 눈에 뻔히 보이는 소설이었어요. 다만 인디음악을 하는 가수를 키우는 소규모 기획사의 사장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대형 기획사에 대적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이나 스미레가 사이가 소원해진 남자친구나 어색했던 아빠와 관계를 회복해가는 모습들은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들더라구요.
작가가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주인공 스미레가 꼭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스미레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신기한 책이었습니다. 그런 바람을 가지면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스미레가 자신의 주위에 있었던 행복을 깨달아가고 그런 모습을 보고 괜히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절 볼 수 있었네요.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독자가 행복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전 행복한 삶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어떤게 행복한 삶인지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었네요. 작가는 행복은 얻는 게 아니라 주위에 있는 행복을 깨닫는 것이라고 해요. 행복을 얻으려 고군분투 해왔는데 주위에 있는 행복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니, 행복해지기란 얼마나 쉬운 일이에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일수록 미래에의 희망을 그려야 할 시기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현기증을 느낄 만큼 자유롭다.'
이 두 가지가 료의 인생철학이다.
그는 내가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도 이런 말로 응원해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360도 지평선만 보이는 대초원 한복판에 서있어. 거기서 어느 쪽을 향해 걸어도 좋아. 달려도 좋고, 멈춰서 낮잠을 자도 좋고, 물구나무서서 소변을 봐도 좋고. 스미레에겐 자유가 있잖아?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도중에 그만두고 싶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 -p, 36
"클로버가 네 잎을 가지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사람들에게 밟히는 동안에 성장점을 다쳐서 잎이 한 장 더 나와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찾으면 발견할 가능성이 높대."
"호오. 밟혀서 그렇구나."
"응, 사실인지 아닌지 조금 의심스럽지만 말이야. 과학적으로는 유전자 문제라는 설이 유력해. 네 잎을 가진 꽃끼리 교배하면 또 네 잎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니까."
"흐음."
과학적인 사실보다 지금은 앞 이야기를 믿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짓밟히고, 상처 입고, 그 결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존재가 된다니, 너무 아름답지 않아?"
내가 잘 아는, 어느 딸 바보 가수 이야기 같군.
"그러게.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야."
"그럼 이번엔 내가 좋은 거 가르쳐줄까?"
"응, 뭔데?"
여전히 마음이 넓은 나는 다 마신 커피 잔을 도시짱 앞으로 내밀었다.
"리필 부탁해요."
"스미레한텐 못 당해."
도시짱은 웃으면서 음료 코너로 갔다가 곧 돌아왔다.
"존경하는 선생님, 여기 리필입니다."
"좋아, 가르쳐주마. 용서란, 짓밟힌 제비꽃이 자신을 짓밟은 발뒤꿈치에도 향기를 남기는 것과 같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이라는 사람이 남긴 말이야."
짓밟힘으로써 행복을 전하는 건 네 잎 클로버도 그렇다. 즉, 원수를 은혜로 갚는다. 그게 바로 용서. -p, 256~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