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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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다.

나는 아버지가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은 괴로운 듯 그 말을 했을 때, 그가 상처 받은 사람이고,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이 하늘처럼 진실하고 크고 영원하며, 그것이 늘 나를 압박해오리라는 걸 알았다. 그것은 언젠가는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 선택을 하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사랑이었다. 뿌리치고 자유로워지든지, 아니면 떠나지 않고 머물면서 그것이 자신을 자신보다 더 작은 어떤 것으로 밀어 넣을 때조차 그 가혹함을 견뎌내기를 선택해야 하는 사랑이었다. -p, 519

 

 







 








이렇게 멋진 소설을 읽고나면 이 소설을 추천하는 글을 적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곤 한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건만 읽은 책에 대해서는 꼭 글을 남기자, 다짐한 나 자신에게 원망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첫 만남을 갖게 된 할레드 호세이니에 대한 내 첫 느낌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이야기꾼'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신간 《그리고 산이 울렸다》가 나오자마자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선물을 받게 되어 저렇게, 선물을 받은 날 기쁜 마음에 품에 꼭 안고 사진까지 찍어두었던 것, (사진을 찍기엔 너무나 어두워 가로등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그렇게 기대감에 부풀어 가로등 밑에서 사진까지 찍어두곤 1년이 더 지난 후에야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선물받은 책은 쉽사리 읽을 수가 없는 게 참 이상하다.) 당시 내가 힘든 일을 겪고 있던 터라 저렇게 멋진 편지까지 속지에 적어 준 언니,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아빠가 파리와 압둘라, 두 아이에게 잠들기 전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이야기는 이러하다. 아이 다섯을 낳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농부의 마을에 악마가 찾아온다. 이 악마가 지붕을 두드리면 아이 하나를 내어줘야 했는데 아이 하나를 내어주면 악마는 그 아이를 받아 자루에 넣어 돌아가지만, 아이를 내어주지않으면 그 집에 있는 아이들 모두를 잡아갔다. 짐작할 수 있듯이 악마는 농부가 살고 있는 집의 지붕을 두드렸고, 농부는 힘든 고민 끝에 제비뽑기로 가장 아꼈던 막내아들을 악마에게 보내게 된다. 그 이후 아들을 잃었다는 생각에 미쳐버린 농부는 직접 악마에게 찾아가 아들을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험난한 길을 걸어 악마에게 도착한 농부가 보았던 것은 예쁜 꽃이 피어있고, 수영장이 있고, 멋진 분수도 있는 아름다운 곳에서 힘차게 뛰어놀고 있는 자신의 아들이었다. 악마는 아들을 데려갈 것이냐고 묻는다. 아들은 널 기억하지 못하며, 이게 이제 아들의 삶이라고. 아들을 그냥 두고가는 대신 아들은 여기서 가장 좋은 음식을 먹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며 살겠지만, 아들을 데려간다면 결국 그 아이에게 돌아오는 삶은 가난한 농부의 삶일 것이다, 그래도 데려가겠느냐고. 


아빠가 파리와 압둘라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밤은 아빠가 가난 때문에 파리를 부잣집에 양녀로 팔러가는 전날 밤이었다. 


이 동화로 시작된 이야기는 5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을 쥐고 흔든다.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였던 남매 파리와 압둘라가 헤어지게 되면서, 너무 어렸을 때 헤어져 아주 희미한 부재만 느끼는 파리와 파리를 잃은 기억에 한평생을 그리움으로 산 압둘라. 


할레드 호세이니가 이야기꾼이라고 말을 한 이유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등장인물조차 이 이야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태어날때부터 정해져버리는 '가족'이라는 둘레. 가족이 버팀목이 될 때도 있지만 덫이 될 때도 있듯 이런 동전의 양면같은 가족의 특성을 할레드 호세이니보다 더 멋진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가 있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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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번역의 중요성도 깨닫는다. 어쩜 이렇게 멋지게 번역해낼 수 있는지. 나도 멋지게 책 소개를 하고싶지만 내가 그런 글을 적을 능력이 되지 않으니, 난 역시 잘 쓰여진 글을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이 소설은 그냥 일단 다들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또한 할레드 호세이니의 다른 책들도 꼭 읽어보시길. 아프가니스탄에 가보지 않아도 그곳에 대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놀라움을 맛 볼 수 있다. 




▼ 할레드 호세이니의 또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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