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억해줘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너는 정말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야. 내가 너의 그런 점들을 얼마나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
해인은 침대 머리맡으로 옮겨 앉아 엄마가 아이에게 하듯 안나의 볼록 튀어나온 이마 위에 손을 갖다 댔다.
"난 약한 곳 투성이야. 네가 그렇게 볼 뿐이지."
"자신의 약한 부분을 인정하니까 강한 건데? 너의 약한 모습, 얼마든지 내게 보여줘. 친구로서…… 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나 더 깊이 알게 되면 이상한 애일지도 모르는데?"
안나가 눈을 치켜떴다.
"괜찮아. 사람들은 다 조금씩 이상해. 그래도 그 사람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가장 약하고 이상한 부분을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닐까?" -p, 87~88

어두웠어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했고, 더욱 안타까웠던 건 이 상처들이 먼 곳에서 스치듯 얻은 생채기가 아니라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랑해야 할 가족들에 의해 받게 된 깊은 상처였다는 점이었어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그러므로 나는 멀리보려고 노력한다" 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
포스팅 하려고 자세히 알아보니 제가 지금까지 찰리 채플린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를 하고 있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해했던 의도대로 글을 진행해보자면 (이럴거면 왜 그리 검색해서 알아봤는지,) 전 한 사람과의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걸 서로 얼마나 속 깊은 이야기를,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숨겨두었던 상처를 나누었는지로 알아본답니다. 분명 멀리서 보았을 땐 마냥 행복해보이던 사람이었는데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상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적이 없었거든요. 보통 이런 상처는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과 관계되어 있을 때가 많아요. 남몰래 품고 있던 이런 상처의 근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저든 상대방이든, 그 상처로 인해 또 한 번 아프게 되었을 때 서로에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제일 가까운 친구하고만 계속해서 나누게 되나봅니다. 하나를 말해도 열을 아는 가까운 친구에게요.
《기억해줘》의 해인과 안나도 부모님들에 의해 받은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나누었고, 그렇게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위로가 되어주었죠.
그동안 제 상처를 함께 아파해주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친구가 생각나는 책, 임경선의 《기억해줘》 였습니다.
+
소설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나의 엄마,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없으니까 잘 쓴 글을 읽는 게 좋다는 안나의 엄마 정인의 생각이 저와 참 닮아 반가웠답니다 :)
"엄마가 직접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 같은 과 나와서 질투도 안 나?"
"아니, 전혀. 나는 이렇게 못 쓰니까. 난 잘 쓴 글을 읽는 게 좋아.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같이 읽어주길 바랄 뿐이야. 막연히 하고 싶은 일보다 자기가 그럭저럭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아."
엄마는 진심으로 요만큼도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 친구들이 쓴 소설책에 야한 장면이 있어도 자신이 읽고 나서 꼭 안나에게 읽어보라고 주면서 자기 친구 누가 쓴 거라고 거듭 자랑했다. 그녀들이 작가로 기반을 잡은 뒤 예전처럼 집에 찾아오지도 않고, 오더라도 술을 진탕 마시거나 헐벗고 잠을 자고 가지 않아도, 미국에 온 뒤로 자연스레 편지나 전화 통화가 뜸해져도, 엄마는 그녀들의 신간 소식을 접하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가 변하기도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야. 인간관계도 사람의 생명처럼 생로병사 주기가 있어."
엄마는 머리를 느슨하게 묶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p, 78
"너는 정말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야. 내가 너의 그런 점들을 얼마나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
해인은 침대 머리맡으로 옮겨 앉아 엄마가 아이에게 하듯 안나의 볼록 튀어나온 이마 위에 손을 갖다 댔다.
"난 약한 곳 투성이야. 네가 그렇게 볼 뿐이지."
"자신의 약한 부분을 인정하니까 강한 건데? 너의 약한 모습, 얼마든지 내게 보여줘. 친구로서…… 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나 더 깊이 알게 되면 이상한 애일지도 모르는데?"
안나가 눈을 치켜떴다.
"괜찮아. 사람들은 다 조금씩 이상해. 그래도 그 사람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가장 약하고 이상한 부분을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닐까?" -p, 87~88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운명을 떠안고 살아가는지도 몰라." -p,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