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장소를 떠오르게 해주어서 고마워. 하지만 그 뿐이야_프란세스크 미랄례스 & 카레 산토스, 《일요일의 카페》

어느 일요일. 죽기 위해 열차에 뛰어들으려는 찰나, 뒤에 서있던 아이가 장난치기 위해 들고 있던 풍선을 터뜨려 이리스를 놀라게 하고, 덕분에 이리스는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우연히 보인 카페.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 라는 특이한 이름을 지닌 이 카페엔 특별한 주인과 손님 그리고 탁자가 있습니다.
각 탁자엔 특별한 기능이 있는데요. 마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반대편에 앉은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탁자,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탁자, 과거에 일어났던 가장 나쁜 일이 때로는 최고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도와주는 탁자(그늘 속에서 빛을 찾는 법을 가르쳐주는 탁자), 앉은 사람을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탁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이별의 탁자.
결론을 말하자면 전 《마시멜로 이야기》같은, 교훈에 스토리를 짜맞춘 듯한 (물론 베스트셀러였지만요)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일요일의 카페》라는 제목만 보고 '일요일의 카페'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겠지 하고 읽기 시작한 이 책에 실망을 안할수가 없었어요. 이 책의 교훈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행복을 바라보세요.'가 되겠네요.

이렇게 실망을 했음에도 이 책에 고마웠던 점은 이 책 덕분에 한동안 잊고있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를 떠올리게 해주었단 점이에요.
전에 살던 동네에 있던 카페인데, 사람에 치이거나 주변 환경에 치여서 힘들때면 이 카페가 항상 떠올라요. 제가 고등학생 때 이 카페가 생겼는데 고등학생들도 카페에 자주 가는 요즘과 달리 그땐 카페에 가는 게 정말 사치 중의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거든요. 그때 저와 정말 잘 맞는 친구랑 가끔 그 카페에 가면 저희 엄마뻘 되는 주인 아주머니는 항상 입구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계셨어요. 그렇게 저희에게 음료를 내어주면서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자리에 앉으셔서 또 책을 읽으시고, 저희도 수다 떨다 책 읽다 그렇게 고등학생이었던 저희만의 힐링타임을 갖던 곳이었거든요.
대학생이 된 후에 친구와도 가고, 혼자도 가고, 남자친구랑도 가고 정말 자주 가면서 눈도장을 찍었는데 제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돼면서 그 카페에도 자주 가지 못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을때면 학교 근처에 있는 카페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서라도 그 카페로 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곤 해요. 아주머니의 남편분은 사진작가이셔서 곳곳에 멋진 사진들도 가득하고, 고등학생때 겨우 한두칸이 채워져 있던 카페 한 가운데에 있던 높은 책장엔 어느새 책이 가득 쌓여있어요.
저번에 남자친구와 갔을 땐 아주머니께서 "오랜만이네요! 살 빠졌네요?" 하면서 인사를 해주시곤 제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된 남자친구를 보곤, '새로 만나게 된 사람이구나. 알겠어요 ^^' 라는 식의 눈인사를 해주시는 걸 보고 어찌나 재밌었던지.

조만간 제가 좋아하는 책 한 권 들고 그 카페에 들러야겠어요. 날씨도 쌀쌀해졌으니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 카페의 코코아 마시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