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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수업
로시오 까르모나 지음, 김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잘 생각해보면 실질적으로 연관이 있어. 라흐마니노프와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에서의 여주인공은 둘 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지. 우리가 어떤 격한 감정을 아무에게도, 심지어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속으로만 삭힌다면, 그것은 시멘트로 만든 우물처럼 고이고 고여서 썩어버리고 말 거야. 그 결과는 참혹하겠지."
-p, 114

로시오 까르모나의 《사랑수업》은 제목만큼이나 귀여운 책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열여섯 살의 소녀인 이레네입니다. 스페인인과 미국인의 혼혈이라는 매력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이 소녀는 영국에 있는 기숙학교로 유학을 오게 됩니다. 이후 소위 이 학교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남학생과 사랑을 하게 되나 했으나 역시 얼굴값을 하는건지, 이 남학생에겐 자기 외에도 수많은 여학생들과 데이트를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죠. 심지어 이 남학생은 이레네가 썼던 고백편지까지 친구들 앞에서 읽으며 이레네에게 망신을 주는데요.
이 사건으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이레네는 수업시간 도중 뛰쳐나가게 돼고, 그런 이레네를 휴그스 선생님이 뒤쫓아갑니다. 휴그스 선생님은 이레네의 이야기를 듣고 이레네에게 '수업시간에 뛰쳐나간 벌'로 '매주 수요일마다 휴그스 선생님이 추천해준 7권의 책을 읽고 선생님과 토론을 하는' 벌을 내리죠. (이런 벌이라면 달게 받겠어요...)
이레네가 읽은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이렇게 총 사랑에 관한 7권의 책들이었어요.
솔직히 《사랑수업》 소설 자체만으로는 어찌나 유치한지, 제가 만약 여고생이었을때 아니 이레네와 비슷한 나이인 여중생이었을 때 읽으면 딱 좋았을법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휴그스 선생님과 이레네가 읽고 토론을 한 위의 7권의 책들이 얼마나 읽고싶어지던지. 덕분에 소설 자체의 내용만으로는 유치함에 피식피식 헛웃음이 나왔지만 사랑에 관한 좋은 문학작품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네요.
작가 로시오 까르모나는 자신의 수많은 독서 경험과 좋아하는 장르를 결합시켜 이 소설 《사랑수업》으로 데뷔를 했다고 하는데요. '책에 관한 책'이지만 단순한 서평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유명한 문학작품들을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있는 이레네의 입을 빌려 이렇게 소개해주었다는 이런 발상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전 이렇게 소설을 쓸만한 재주는 가지고 있지 않으니 열심히 읽는걸로 만족해야지요.
+

사랑은 역시 시대와 나라,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언제나 흥미롭고 또한 어렵지만 그럼에도 자꾸자꾸 알아가고 배우고싶은 멋진 주제죠?
그러고보니 오늘이 고백데이라고 하던데. 여기저기서 사랑이 막 피어나고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