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으른 당신을 위한 놀면서 하는 재테크
윤지경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이 책에서 제시하는 돈을 모으는 방법은 단순히 현재 유행하는 상품들을 나열해놓은 게 아니다. 어떤 상품에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또는 단순히 부자 되는 법을 알고자 이 책을 펴보았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액션 플랜은 지금 당장,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핵심적인 것들이다. 제목의 '게으른 당신'이 사실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주말이면 잠을 30시간씩 몰아서 자고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는 것을 좋아한다. 허리도 안 아프다. 이토록 게으른 내가 바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간헐적 부지런함'!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게으른 내가 살아남기 위해 하는 최소한의 재테크, '놀테크'가 탄생하였다. '놀면서 하는 재테크'라고 했더니 돈이 어디서 거저 생기는 방법이 있는 줄로만 아는 이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There's No Free Lunch."
미국 서부의 술집에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는 단골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제공하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사 마신 술값에 이미 점심 비용이 포함된 것임에도 사람들은 공짜로 한 끼를 해결했다며 뿌듯해 한다. 자신이 지불한 술값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이것을 항상 잊지 말고 '놀테크'를 일상에 적용시켜 보길 바란다.
-p, 8, 9
하루라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온 몸에 가시가 돋는 줄 아는 동생과는 달리 저는 일주일 내내 집순이를 자처하곤 하고, 심지어 씻는 것, 먹는 것도 귀찮아할 정도인데요. (그래서 눈과 손만 움직이면 되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두말할 것 없이 일하는 것도 싫어라해서 '젊을 때 돈 바짝 벌어서 나중에 건물세 받아먹으면서 살거야.'라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기도 하는 저예요. 재테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게을러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실천을 못하고 있는 이런 저에게 《게으른 당신을 위한 놀면서 하는 재테크》라는 이 책이 왔지뭐예요.
오자마자 사진 찍어서 오빠한테 보냈더니 "저 책 세은이가 쓴 책 아니야?" 라고 했을 정도니 말 다했죠.

이 책의 저자인 윤지경은 역시나 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네요. 한화금융네트워크, 한화증권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재무 컨설턴트와 머니 칼럼리스트까지. 심지어 한국경제TV 패널로도 출연하고 있다고 해요. 여기서 특이한 이력은 요가 전문 강사라는 점. 이렇게 화려한 경력만 보면 저처럼 '도대체 뭐가 게으르다는거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게 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는 점이예요.
보통 재테크 책이라하면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 등 우리가 매일매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점을 알려주곤 하는데요.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돈에 온전히 관심을 쏟기가 어렵죠. 게으르면 내 몸 하나 움직이기도 쉽지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전 재테크에 대해서 이론은 빠삭하지만 제대로 실천해 본 적은 없단 말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반갑게도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고, 돈이 자동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시험 기간이면 꼭 이것저것 하고 싶듯이 돈 모으기를 시작하려면 꼭 사고 싶은 것이 생긴다. 이때는 위시 리스트를 써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돈을 모은 다음에도 그게 정말로 사고 싶은지 검토해보자. 며칠 계속해서 꿈에도 나오고 눈앞에 아른거려 그것이 없으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 같고, 자존감에 흠집이 날 것 같거든 사야 한다. 하지만 이때도 사는 과정과 소유한 이후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카드대금 내는 날에 압박감을 느끼느라 '소유'의 기쁨이 희석되지 않도록 하자. 그런데 위시 리스트에 사고 싶은 것을 써놓고(인터넷 쇼핑의 경우라면 장바구니에 미리 담아놓고) 돈을 모으다 보면, 어느새 그 물건에 대한 욕망이 시들해지곤 한다. 또, 막상 모은 돈을 한 번의 소비로 모두 고갈시키기가 아까워 조금 더 큰돈을 모아보자고 결심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부터라도 신용카드로 '쉽고 빠르게' 하는 소비 습관을 끊고, 소비를 유보해보자. 당신의 돈 쓰는 속도를 조절하여 조금만 '느리게' 한다면 당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p, 94, 95
2008년 <포브스>지에서 '세계의 백만장자 순위'를 발표했을 때 미국의 주식 부자 워런 버핏이 최고 부자 자리를 차지하여 크게 화제가 되었다. 14년 연속 그 자리를 지켰던 빌 게이츠를 누른 것이다. 버핏은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때 함께 화제가 된 것이 그의 오래된 고물차였다. 사람들은 그의 차를 보고 버핏이 엄청난 구두쇠 영감이거나 좋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좋은 물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천만에요. 그렇지 않아요. 다만 나는 자동차 구매 비용을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내가 2만 달러나 되는 좋은 차를 산다고 가정해봅시다. 물건은 사는 날로 바로 가치가 떨어지잖아요. 10년이 지나면 거의 가치가 없어질 겁니다. 하지만 2만 달러로 좋은 자동차를 사는 대신 투자를 하면 어떻겠어요. 2만 달러를 연 23퍼센트의 복리 수익률로 따져서 한번 계산해 보세요. 10년 후면 15만 8,518달러가 됩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면 125만 달러, 30년이 지나면 무려 995만 달러가 되지요. 그러니 2만 달러짜리 차를 새로 사느니 가만히 앉아서 995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실제로 버핏은 자동차 번호판에 'THRIFTY(절약)' 라는 단어를 새겨놓았다. -p, 101, 102
다시 말하지만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은퇴 이후의 삶을 꼭 돈으로만 준비할 필요는 없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많을뿐더러, 원하는 모습을 돈으로만 준비하려고 하면 지금 현재 벌어들이는 수입 대부분을 은퇴 준비로만 할당해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일정 부분은 떼어내 은퇴자금을 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능력도 일정 부분 함께 준비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금액상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고 더욱 가벼워진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요가', 신 대표에게는 '와인'에 해당하는 그 무언가를 당신도 꼭 발견해내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요가를 발견하기 전에 춤을 췄던 10여 년의 시간이 있었고, 요가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서는 4년을 꼬박 준비했다. 신 대표 또한 와인을 만난 이후로 명품 와인만큼이나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쳤다는 점을 잊지 말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노력한다면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 178


특허까지 냈다는 '캘린더 머니 저축법', 각 날짜( 1일, 2일, 3일 … )에 곱하기 1,000원을 해서 적금 통장에 입금을 하는 방법인데, 입금을 하는 걸 깜빡했다 하더라도 밀린 날짜들에 곱하기 1,000원만 해서 한꺼번에 넣어도 되니 참 재밌게 돈을 모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렇게 1년을 모으다보면 무려 5,738,000원이 모인다는 사실. 또 일반적으로 은퇴 후를 생각하고 돈을 모으는데 너무 미래만 생각하며 현재에 하고 싶은 것들을 꾹 참는걸 못견뎌하는 요즘 20, 30대에 걸맞는 은퇴준비 방법까지. 은퇴 후에도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활동을 지금 투자해서 하는거죠. (미래에 요가강사를 하기 위해 현재 요가 라이선스를 따두었던 윤지경 저자처럼 말이죠.)
하지만 많이 아쉬웠던건, 이 책에 등장한 재테크 방법들은 매달 어느정도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었다는 점이에요. 저 같은 경우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저한테 적용시킬만한 재테크 방법들이 많이 없더라구요. 하지만 매달 어느정도 수입이 있고, 그럼에도 재테크가 귀찮아서 돈이 통장을 스치는 그런 분들에겐 딱일듯한 책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