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
마크 해스켈 스미스 지음, 남명성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밥은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펠리시아는 움직임을 멈췄다. 걱정스러웠지만 거리는 멀찌감치 유지했다.

"로베르토, 뭐가 잘못되었나요?"

"아뇨. 모든 게 완벽해요. 그냥 완벽해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그 표정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뺨 위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고마웠다. 그는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그가 항복했다는 걸 느꼈다. 무엇에 항복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해치거나 괴상한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왜 울어요?"

밥은 눈물을 억누르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진짜로 존재해서요."

감동의 물결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밥 옆에 무릎을 꿇고, 양팔로 그를 안았다. 밥도 응답하며 그녀를 꼭 안았다. 펠리시아는 목에서 그의 뜨겁고 달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 -p, 206, 207

 

 

 

 

 

 


 

 

 

 

 

 

인생을 바꾼 한 마디, 인생을 바꾼 음악, 영화, 책, 여행, 사람 등.

"여행을 다녀와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 혹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 혹은 "이 책을 읽고, 이 영화를 보고 내 인생이 바뀌었어!" 등.

 

물론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인생도 좋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인생이 바뀌기를 꿈꾸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 역시 지금보단 더 나은 '언젠가'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은 더 재밌는 게 아닐까?

 

 

 

 


 

 

 

 

 

 

포르노 사이트 서핑하는 것을 즐기며 병리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는 . 슬럼프에 빠진 마피아의 보스 에스테반 솔라. 복수를 하려다 실수로 팔이 잘려나간 드라마광 마피아 아마도. 법대 출신이지만 마피아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마약 중독 마틴. 섹스를 혐오스러워 하지만 자위 코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모라. 문신 속의 그녀 펠리시아. 마피아를 좇는 형사 . 등

 

이 어마어마한 꼬리표를 달고 있는 캐릭터들은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현재의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은 아마도의 잘려나간 팔에 그려진 문신 속에 있는 여자(성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의)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 밥이 마피아와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마피아가 등장하는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지어 사람이 죽어나가는 그 순간에도 유머러스한 모습에 읽기를 멈출 수가 없는 책이었다.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때라 얼른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새벽 내내 이 책을 읽느라 낮밤이 바뀌어 버린 탓에 요즘도 고생하고 있다...)

 

 

 

 


 

 

 

 

 

 

《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 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문신' 과 관련된 이 일을 겪으면서 인생이 바뀌어버렸다. 다행히도 무료한 삶을 못견뎌하고 있던 그들에겐 더이상 만족스러울 수 없을만큼 멋진 삶을 살아가게 해주었고, 그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로버트 패터슨이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이들의 익살스러움이 영화에선 어떻게 표현이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현재의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나처럼 이들 캐릭터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될테니 적극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나에게도 멋진 인생으로의 터닝포인트가 하루 빨리 찾아오길 바라며.

 

 

 

 

 

그는 모라를 바라보았다. 날씬한 몸매. 예쁜 얼굴. 멋진 가슴. 밥은 그녀를 사랑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 그녀의 일부를 사랑했다. 그녀 몸의 일부. 그녀 성격의 일부. 밥은 모라의 특정 부분만큼은, 그러니까 도저히 더 나은 사람을 찾아낼 수 없을 거라고 느꼈다. 이를테면 그녀의 가슴이나 기분 내킬 때 보여주는 유머 감각이 그랬다. 그녀의 혀. 그녀의 턱. 그녀의 귀. 완벽한 모양을 한 발. 밥은 몇 시간 동안이고 그녀를 호감이 가는 덩어리와 호감이 안 가는 덩어리로 분리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점점 더 작고 명확한 부위까지. 모라 해체하기. 훌륭한 영화 제목이다. -p, 33, 34

 

 

밥은 자신이 이어온 미미한 정복의 역사를 생각했다. 예닐곱 명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 격정에 찬 하룻밤 사랑은 전혀 없고, 늘 망설이는 첫 만남 뒤에 교제를 하고 나서 관계를 맺었다. 물론 열정이 있긴 했지만 몸에 영원히 자리를 잡을 정도로 가치는 없었고, 바늘과 잉크의 고통을 참을 가치도 예술이라고 부를 그 무엇도 없었다. 밥은 그런 뭔가를 고대하고 있었다. 동물적인 열정에 자신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가슴 풍만한 여자와 미친 것처럼 뒹굴고 싶었다. 밥은 오르가슴이나 전희 같은 것들은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누고 싶었고, 다른 누군가로 하여금 똑같은 생각이 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밥은 아마도가 술에 취해 팔을 다시 붙이려 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팔은 끔찍하게도 쿵 소리를 내며 주방 바닥에 떨어졌다. 체액―밥은 달리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 수가 없엇다―이 배어나와 아마도의 셔츠에 스며들었다. 아마도는 자신의 팔을 바닥에서 집어 들고 바라보았다.

"내 팔이 그리워, 밥."

"당연히 그렇겠죠."

"절대로 팔을 잃지 말라고, 밥. 절대로."

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일부러 팔을 떼어낸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리고 팔도 분명히 그걸 알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는 자신이 들은 말을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죠."

아마도의 목소리가 잠겼다.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보였다.

"내 팔이 어떻게 느낄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어. 다시 보게 되리라고생각한 적도 없지."

아마도는 이제 잘린 팔을 무심하게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팔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널 다치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

 

아마도는 팔을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안고 흔들었다. 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저 아마도가 그의 팔과 화해할 수 있게 두었다. -p, 112, 113

 

 

한편으로는 이런 모험을 하게 되어 들떴다. '모험이 다가와 머리를 때리고 트렁크에 밀어 넣을 때까지는 삶이 얼마나 지겨운지 진정 알지 못하는 법이지.' 그는 생각했다. -p, 127, 128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직선이다. 마틴은 그 논리를 좋아했다. 이 모든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벽 앞에 세우고서 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집을 완전히 태워버리는 것이다.

 

가끔 엉망인 문제들은 엉망인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p, 185

 

 

"아마도, 훌륭한 애인이 될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아마도는 밥을 바라보았다.

"로베르토? 너 그거 몰라?"

"저는 훌륭한 애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는 무릎으로 운전대를 잡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비결은 없어, 로베르토. 훌륭한 애인을 만드는 건 오직 한 가지뿐이야."

"뭐죠?"

아마도는 눈을 반짝이며 밥에게 고개를 돌렸다.

"열정이야."

"열정이요?"

"그래, 로베르토. 열정." -p, 200, 201

 

 

밥은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펠리시아는 움직임을 멈췄다. 걱정스러웠지만 거리는 멀찌감치 유지했다.

"로베르토, 뭐가 잘못되었나요?"

"아뇨. 모든 게 완벽해요. 그냥 완벽해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그 표정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뺨 위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고마웠다. 그는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그가 항복했다는 걸 느꼈다. 무엇에 항복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해치거나 괴상한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왜 울어요?"

밥은 눈물을 억누르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진짜로 존재해서요."

감동의 물결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밥 옆에 무릎을 꿇고, 양팔로 그를 안았다. 밥도 응답하며 그녀를 꼭 안았다. 펠리시아는 목에서 그의 뜨겁고 달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 -p, 206, 207

 

 

34번 채널에서 뉴스를 보던 그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본능은 감정에 저항하고 있었다. 멋진 감정이었지만 동시에 위협적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독립성을 귀하게 여겼다. 그건 그녀의 생명이었다. 그리고 만일 그녀가 이 감정에 빈틈을 보이면 이 감정은 그녀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 감정을 가능한 한 멀리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녀는 손톱을 갈았고, 새로운 색을 칠했다.

 

잠시 효과가 있었지만 그 순간 로베르토가 그녀의 발목에 부드럽게 키스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살갗 느낌이 어땠는지, 그의 입에서 어떤 맛이 났는지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키스를 잘했고, 물건도 크고 훌륭했다. 하지만 그녀를 사로잡은 건 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의 눈은 열정과 힘으로 빛나 마치 예수님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은 헌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랑과 헌신은 세상의 모든 죄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로베르토의 사랑은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런 사랑을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단 한 번도. 물론 많은 사내들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한번 잠자리를 하고 나면 말했던 것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런 일에 익숙했다. 그녀는 그런 일에 마음을 독하게 먹고 대했다. 남자들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녀는 믿지 않았고, 심지어 더 나아가 아예 신경을 안 썼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로베르토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감정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너무 강력해지고 집요해져서 그녀도 더는 밀어낼 수 없었다. 그녀는 굴복했다. 감정이 맛 좋은 쾌감으로 그녀를 적시도록 두었다. 감정은 그녀를 긴장하게 했다. 두렵게 했다. 이 감정은 생명을, 에너지를 그리고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녀를 해칠 수 있었다. 그녀의 가슴 깊숙이 상처를 줄 수 있었다. 그녀를 더 낫게 바꿀 수도 그녀를 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다. 정말 좋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 -p, 216, 217

 

 

모라는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인생에서 지나치게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다. 만일 운이 좋다면 재미있는 직업을 가질 거라는 정도였다. 남자친구도. 멋진 휴가도 몇 번 가고. 어쩌면 결혼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는 인생을 살면서 마음을 터놓고 모든 걸 바꾸게 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의 의식에서 분출하고 완전히 폭발하여 그녀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열정이나 집념조차 기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제 그녀는 맛을 봤고 돌아설 수 없었다. -p, 393

 

 

로베르토는 이 도시를 사랑했다. 수백 개의 나라에서 온 90가지의 각기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로베르토는 진정으로 고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변신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들은 지난 과거를 단념하고 새로운 미래를 기대한다. 깃발 없이 살아가는 그들은 멕시코인도, 캄보디아인도, 페루인이나 라오스인도, 엘살바도르인도, 한국인도, 아프리카인이나 미국인도, 파키스탄인도, 에콰도르인도, 태국인도, 아르헨티나인도 아니다. 그들은 로스앤젤레스인이다.

 

로베르토는 살아 있어서 행복했다. 세상의 희망이자 미래인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어서 행복했다. -p, 400, 4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