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당신에게, 개정판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백마 탄 기사처럼 다가오지 못했다 해도 일단 당신에게 마음을 표했다면, 그는 아마도 그 가난한 마음 속에서 용을 백 마리쯤 물리치고 입을 연 것일 테다. 그를 받아들일 마음이라면 우선 그의 용기를 인정해 주기를. 물론 다음 단계는 그에게 벅차지만 노려볼 만한 아슬아슬한 마음의 가격표를 슬쩍 보여주는 것이다. -p, 49, 50

 

 

 

 

 

 



 

 

 

 

 

 

 

데이트 도중 남자친구에게 순간적으로 서운함을 느끼고, 그 찰나의 순간 때문에 데이트를 전체를 망쳐버린다. 그렇게 급격히 다운된 기분으로 집으로 들어와서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울며 친한 친구한테 "나 지금 짜증나ㅠㅠ" 라고 카톡을 보내면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봐 호들갑을 떨면서 "무슨일이야!!!!" 라고 바로 답장이 온다. 그때부터 그 날 하루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으면서 "내가 이러려고 연애를 한게 아닌데 엉엉, 남자들은 왜 이러는거야 엉엉" 하다보면 어느샌가 서운함이 싹 가셔있다. 그렇게 마음을 좀 다잡고 화가 나서 무시했었던 남자친구의 카톡에 대답을 해주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알콩달콩 연락을 하는 것의 반복.

 

 

남이 보면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한바탕 전쟁과도 같은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 연애에 대해 또 남자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연애는 힘들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고 싶지 않은 게 연애인 듯 싶다.

 

남자친구와 싸우고 들어올 때마다 내 눈에 밟혔던 이 책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저 책 언젠간 꼭 읽어야지.' 생각을 해두곤 막상 필요할 땐 내 감정을 추스르느라 읽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요물이다.

 

물론 모든 남자들을 한 가지 기준으로 파악할 순 없겠지만 읽고나니 도통 모르겠던 내 남자의 행동들을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달까.

 

 

 

 




 

 

 

 

 

 

그냥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지침서였다면 실망했을테지만 가상의 인물 '금련'을 주인공으로 해서 금련이 한 남자와 헤어지고 (심지어 문자로 이별통보를 받았다), '무대'라는 새로운 남자와 만나기 시작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는 모습까지. 남자와 함께라면 겪게 될 이런 상황들을 통해 남자의 행동을 하나하나 파악해하고, 그에 대해 '금련' 즉 여자인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로맨스 소설 속에서 접해오던 멋진 남자들이 아닌 현실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그런 일반적인 남자들의 표본인 '무대'와 역시 일반적인 여자들의 표본인 '금련'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여자와 남자가 공존해갈 수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자들이 알면 불편해하지만 여자들은 꼭 알아야 할 것들' 이라는 책 소개에 있는 글처럼 이 책엔 대체적으로 남자들을 '남자다워보이기 위한 남자병'에 걸려있고, '아이'라고 바꿔불러도 될만큼 어리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말 남자들이 읽기엔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자들이 남자들과 잘 지내기 위해 이렇게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해를 해준다면 남자들이 읽어도 괜찮을 책이 아닐까.

 

 

 

 


 


 

↑ 네이버 베스트도전 웹툰 'Fiction or Nonfiction' 中 & 덧글

남자들은 진부한 영화 대사로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을 남자라고 느끼게 해주는 여자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 호감을 유지할 수 있다. 당신이 그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 방식이 남자의 '승리자로서의 우월한 면모'를 북돋워 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그 사랑에 만족하지 못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여자인 당신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생일날 선물도 안 사 주고, 좋은 곳에 놀러 한 번 안 가는 데다 여자라고 무시하면서 섹스만 요구하는 남자와 오래 사귈 수 있겠는가. 그와의 만남에서 기쁨을 느낄 수 없고, 아마 상대의 사랑한다는 말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남자들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들은 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주지 않는 여자의 '사랑한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

 

새로 만남을 갖고 싶든, 사랑을 지키고 싶든, 상대방 마음 속의 남자를 짓밟는 말은 농담으로라도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당신 앞에서 쿨한 남자로서 웃고 넘길 뿐 절대로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 자신의 '무시당한 남자'를 상대가 알아채는 것은 두 번 패하는 일이며, 쓸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서 그렇다. -p, 39, 40

 

 

오래 전 어느 모임에선가 뛰어나게 잘생긴 남자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 무렵의 나는 호감이 가는 외모의 남자를 보면 일단은 가슴 두근거려 하며 그가 애인이 있는지 성격은 어떤지 탐색하곤 했었는데, 그날 그를 보고서는 전혀 특이할 만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내 마음에 일방적인 욕망마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건 웬만한 오피스텔 전세금을 뛰어넘는 가격의 명품 가방을 구경하며 '와―' 하는 감탄이 스칠 뿐인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내 피를 끓게 하고 갖고 싶다는 욕망에 열병을 앓게 하는 것은 내 주머니 사정에 맞춘 듯 아슬아슬한 가격표를 단 가방이다.

 

남자들이 느끼는 욕망도 이와 비슷한 데가 있다. 그들은 적당한 가격표를 내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에게 욕망을 느낀다. 어떤 여자가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다는 것은 그녀가 달고 있는 가격표를 수용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이 넓다는 의미다. -p, 48, 49

 

 

여자들은 저돌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남자들을 싫어한다. 그런 이들은 계산적이고 속이 좁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성큼 다가와 세련되게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거절해도 아무 상관없을 만큼 당신을 가볍게 생각하는 남자들뿐이다.

 

한 남자가 백마 탄 기사처럼 다가오지 못했다 해도 일단 당신에게 마음을 표했다면, 그는 아마도 그 가난한 마음 속에서 용을 백 마리쯤 물리치고 입을 연 것일 테다. 그를 받아들일 마음이라면 우선 그의 용기를 인정해 주기를. 물론 다음 단계는 그에게 벅차지만 노려볼 만한 아슬아슬한 마음의 가격표를 슬쩍 보여주는 것이다. -p, 49, 50

 

 

남자들은 오랫동안 세상을 지배해 왔고 지금도 그 권력은 유효하지만 정복자로서의 품성을 갖추기 위해 인간으로서 자신의 일부를 죽여야만 했다. 그렇게 남자들이 버린 인간의 부분은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모습으로 여자들 안에 그대로 살아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오로지 여자를 통해서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무 여자에게나 그럴 수는 없고, '내 여자'에게서만 가능하다.

 

남자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까지 강하고 능력 있는 남자로서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들은 저마다 여자 파트너에게 자기 감정을 담고 있는 외장 하드를 맡겨 두고 있기 때문에 여자가 없이는 세상이 주는 감정적 파고와 스트레스를 해석하고 수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로지 자기 여자에게만 그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게 남자가 결혼만 하면 어린애가 되는 이유이며 오래된 남자친구에게 실망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p, 104

 

 

없앤 점의 숫자를 말하는 것도 금기일진대 과거 남자친구의 숫자나 육체관계 등은 어떻겠는가. 아무리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고 해도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장면을 상상하고 싶은 남자는 없을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친구와의 육체관계에 대해 수다를 떨 때가 많지만, 남자들은 절대로 자기 여자와의 섹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친구가 자기 여자의 몸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기 때문이다.

 

묻지 않는다면 굳이 말하지 말라. 묻는다면 최대한 추상적으로 말하라. 그러나 거짓말은 금물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순결하다고 믿고 싶은 남자의 판타지보다 더 중요한 게 신뢰이기 때문이다. -p, 110, 111

 

 

남자와 여자는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런 점을 이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남녀 파트너는 더 자주 충돌할 수도, 더 무난하게 어울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여자는 칸트주의자, 남자는 벤담주의자에 가깝다. 철학자 칸트는 어떤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동을 한 동기를 더 중요하게 보았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도둑질을 하러 남의 집에 들어갔다가 본의 아니게 자살하려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면 그건 선행이 아닌 것이다. 공리주의를 주장한 벤담은 어떤 것이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그것은 선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개 칸트처럼 동기와 감정을 더 중요시 여긴다. 반대로 결과를 중시하는 남자들은 과정이야 어쨌건 결과만 좋으면 과정에서 감정 상했던 일들은 쉽게 잊고 용서하는 경우가 많다. 공리주의자인 벤담과 비슷한 입장이다. -p, 148

 

 

남자들에게는 자기가 남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대책 없이 무책임하게 행동하려는 심리가 있다. '능력 없는 남자' 보다는 '무책임한 남자'가 되는 것이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극단의 무책임한 남자를 만드는 원인조차 책임감인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여자는 툭하면 남편에게 '힘들면 사표를 내라. 당신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내 월급으로 우리 식구쯤 먹여살릴 수 있다' 라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그 남편은 결혼한 지 십 수 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사표를 내지 않았고, 여느 한국 남자보다 집안일도 잘 돌본다. 나는 그것이 남편에게서 '책임감'을 나누는 그녀의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남자를 대할 때, 책임감을 덜어 주면 그가 그 책임감을 핑계로 회피하고 있는 수많은 의무들을 어느 정도 그와 나눌 수 있다. 서구의 여자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녀들이 남자들의 책임을 상당 부분 나눠 가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자들의 권리를 상당 부분 빼앗고 원하는 수만큼의 아내를 둘 수 있는 아랍 남자들은 자신의 모든 아내들에게 똑같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엄청난 책임을 진다. -p, 189

 

 

남자들이 '버럭'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밖으로 배출해야 살아갈 수가 있는데 남자들은 슬픔, 외로움, 두려움 등의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쉽사리 표현할 수 없다. 남자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그나마 분노가 유일하다. 화를 낸다는 것, 헐크처럼 감정을 폭발시킨다는 것, 활화산처럼 감정을 일순간에 뿜어낸다는 것……. 말만 들어도 어딘가 남성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남자들은 자신들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엉뚱하게 분노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슬퍼도 화를 내고, 무서워도 화를 내고, 절망해도 화를 내며, 외로워도 화를 낸다는 뜻이다.

(· · ·) 

여기서 여자들이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멀쩡하던 남자가 근래에 부쩍 화를 더 낸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적신호다. 남자들의 우울증이 화내는 것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기억해 둘 만한 사실이다.

 

화를 내며 쏟아 내는 독설들은 실은 나약하지만 나약하다 말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눈물이기도 하고 도와 달라는 애원의 말이기도 한 것이다. -p, 228~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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