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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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랑을?"

"그게 아냐.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를 바라진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투정을 마음껏 부리는 거야. 완벽한 투정. 이를테면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 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 건 먹고 싶지도 않아.' 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 던져 버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거야."

"그건 사랑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은데." 난 좀 어이가 없었다.

"있다니까. 네가 잘 모를 뿐이야. 여자한테는 그런 게 무지무지 소중할 때가 있거든."

"딸기 쇼트케이크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는 게?"

"그렇다니까. 난 남자애가 이렇게 말해 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네가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기 싫어졌다는 거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난 정말 당나귀 똥만큼 멍청하고 센스가 없어. 사과하는 의미에서 다른 걸 하나 사다줄게. 뭐가 좋아?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난, 그만큼 더 상대를 사랑해 주는 거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얘기인 것 같은데."

"하지만 내게는 그게 사랑이야.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겠지만." -p, 137, 138

 

 

 

 

 

 

 

 

 

 

 

 

 

 

 

분명 그 작가의 책은 읽지 않았는데 하도 유명해서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작가가 있다. 나에겐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러한 작가였다. 너무나 익숙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다 읽었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한 권도 읽지 않았을 때의 허무함이란. (예전에 《상실의 시대》를 앞부분만 읽다가 포기하고 그대로 꽂아두었었는데, 《상실의 시대》가 민음사에서 새로운 번역과 함께 《노르웨이의 숲》 이라는 제목으로 옷을 바꿔입고 나왔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쓴 글을 읽다보면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오빠의 말에 의하면 하루키의 글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서, 군대에 있을 때 읽으면 전역하기 싫어질(?) 정도라고 하는데. 얼마나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길래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까싶어 사실은 읽기 좀 두려웠더랬다.

 

《노르웨이의 숲》은 서른일곱 살의 주인공 와타나베가 우연히 떠오른 십대의 끝자락의 기억에 대해 적은 글이라고 정리하면 될까?

 

그날 겪은 일에 대해 일기를 쓰다가도 일기를 적는 순간 하루동안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있을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남아있는 기억만이라도 붙잡으려고 하루를 꼭 기록하려고 하는 나이지만 (매일 밤 11시만 돼면 '일기쓰기' 라는 알람이 뜬다.) 요즘엔 그날 있었던 일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어서 큰일이다. 하루동안 있던 일도 온전히 기억해내기 어려운데 20년 가까이 지난 기억을 기록하다니.

 

 

 

 

 

 

 

 

 

 

 

한창 젊은 시절인 십대의 끝무렵과 이십대의 초반에 대한 기록이지만, 기록하는 그 순간의 그는 삼십대의 끝자락에 있는, 어느 정도 세상을 알아가고 연륜이 쌓인 상태여서인지 글이 차분하면서 모든 걸 통달한듯한 느낌을 주었다.

 

한 사람을 알게되고, 그 사람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동안에는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너를 잊지 않을게.' 또는 '이 순간을 잊지 않을게.' 라고 버릇처럼 내뱉지만 지금 뒤를 돌아보면 내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순간 순간들이 참 많다. 지나간 기억을 떠올려보는 경우는 대체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이별이든, 죽음이든 끝났을 때가 많은데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잊지 않겠다' 던 그 사람과 관계가 끊어진 후 잊고 살았음에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기억이란 어김없이 멀어져가고, 우리는 현재를 또 기억에 남겨가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미안해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기록' 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지 않은가.

 

'죽음'이 많이 등장하는 이 소설 때문인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떠나간 후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너무나도 큰 외로움을 느껴버렸고 그 때문인지 하루를 꼴딱 샜다. 그럼에도 시간은 잘 갔고 언제 외로움을 느꼈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사실 지금 조금 외로운데, 얼른 글을 쓰고 잠들어야지. 오늘은 기필코 잠들어야지!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어.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뿐이야. 그러다가는 결국 실망할 뿐이니까." -p, 96

 

 

"저기, 나가사와 선배, 그런데 선배 인생에서 행동 규범이란 건 도대체 어떤 겁니까?"

"너, 들으면 웃을걸."

"안 웃어요."

"신사로 사는 것."

나는 웃지는 않았지만 자칫 의자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신사라면, 그 신사 말입니까?"

"그럼, 그 신사."

"신사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혹시 정의 내릴 수 있으면 가르쳐 주시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신사지."

"선배는 내가 여태까지 만난 사람 가운데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입니다."

"너는 내가 여태까지 만난 인간 가운데서 가장 제대로 된 인간이야." 그리고 그가 술값을 냈다. -p, 102

 

 

"흐응, 나, 와타나베는 돈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냥 보기에."

"고생한 적은 없어, 별로. 돈이 많지 않다는 것뿐이고, 세상 사람 대부분이 그런 거야."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대부분이 부자였어." 그녀는 무릎 위에서 두 손바닥을 위로 보이며 말했다. "그게 문제였어."

"앞으로는 그게 아닌 세계를 지겹도록 보게 될 거야."

"있지, 부자의 가장 큰 이점이 뭐라고 생각해?"

"몰라."

"돈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이를테면 내가 우리 반 친구들에게 뭘 좀 하자고 하면 '난 지금 돈 없어서 안 돼.' 라고 해. 반대 입장일 때, 난 도저히 그런 말은 못 할 거야. 내가 돈이 없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돈이 없는 거야. 너무 처량해. 예쁜 여자애가 '나 오늘 얼굴이 너무 안 좋아서 외출 못해.' 라고 말하는 거하고 똑같아. 못생긴 애가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 봐, 다들 웃을 거야. 그게 바로 내가 사는 세계였어. 작년까지 육 년간."

"곧 잊게 될 거야."

"정말 빨리 잊고 싶어. 난 대학에 들어와서 얼마나 마음이 편해졌는지 몰라. 정말 보통 사람들이 가득해서." -p, 112, 113

 

 

"아빠를 좋아해?"

미도리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좋아하지는 않아."

"그럼 왜 우루과이까지 가려고 해?"

"믿음이 가니까."

"믿음이 가?"

"그래.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믿음은 가, 아빠에게.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집도 자식도 일도 모두 내팽개치고 우루과이로 가 버린 사람을, 난 믿어. 뭔지 알겠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미도리는 이상하다는 듯이 웃더니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괜찮아, 어차피 아무래도 좋은 거니까." -p, 130

 

 

"완벽한 사랑을?"

"그게 아냐.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를 바라진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투정을 마음껏 부리는 거야. 완벽한 투정. 이를테면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 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 건 먹고 싶지도 않아.' 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 던져 버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거야."

"그건 사랑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은데." 난 좀 어이가 없었다.

"있다니까. 네가 잘 모를 뿐이야. 여자한테는 그런 게 무지무지 소중할 때가 있거든."

"딸기 쇼트케이크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는 게?"

"그렇다니까. 난 남자애가 이렇게 말해 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네가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기 싫어졌다는 거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난 정말 당나귀 똥만큼 멍청하고 센스가 없어. 사과하는 의미에서 다른 걸 하나 사다줄게. 뭐가 좋아?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난, 그만큼 더 상대를 사랑해 주는 거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얘기인 것 같은데."

"하지만 내게는 그게 사랑이야.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겠지만." -p, 137, 138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그게 보통이야. 나도 나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거든. 그게 바로 평범한 사람이야." -p, 194

 

 

"난 아침이 제일 좋아. 모든 게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점심시간이 오면 슬퍼져. 저녁이 가장 싫어. 하루하루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

"그런 생각 하면서 너희들도 나처럼 나이를 먹는 거야. 아침이 오고 밤이 오고,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다 보면 말이야."

레이코 씨는 즐거운 듯 재잘거렸다. "금방이라고, 그거." -p, 233, 234

 

 

"괜찮아. 아마도 여러 가지 감정을 좀 더 바깥으로 표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너도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터뜨리고 싶으면 나에게 하면 돼. 그러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나를 이해해서 어쩌려고?"

"넌 정말 모르는구나." 내가 말했다. "뭘 어쩌겠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이건. 세상에는 시간표를 조사하는 게 좋아서 하루 종일 열차 시간표만 들여다보는 사람도 잇어. 또는 성냥개비를 연결해서 길이 1미터나 되는 배를 만들려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이 세상에 너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하나 정도 있어도 괜찮잖아?"

"취미 같은 건가?" 나오코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햇다.

"취미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야. 보통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걸 호의 또는 애정이라 하겠지만, 네가 취미라고 말하고 싶으면 그렇게 불러도 돼." -p, 243, 244

 

 

가끔 견디기 힘든 외로움에 젖을 때도 있지만, 난 대체로 건강하게 잘 지내. 네가 매일 아침 새를 돌보고 밭일을 하는 것처럼 나도 매일 아침 나의 태엽을 감아. 침대에서 나와 이를 닦고 수염을 깎고 아침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 현관을 나와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난 대체로 서른여섯 번 정도 끼륵, 끼륵 태엽을 감아. 자, 오늘도 하루를 잘 살아 보자고 하면서. 스스로는 못 느끼는데 요즘 들어 내가 혼잣말을 자주 한다고들 해. 아마도 태엽을 감으면서 뭐라고 혼자 중얼대는 말일 테지.

 

너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괴롭지만, 만일 네가 없었더라면 나의 도쿄 생활은 정말 엉망이 되어 버렸을 거야.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누운 채 너를 생각하기에, 자, 이제 태엽을 감고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거지. 네가 거기서 열심히 살듯이 나도 여기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p, 335

 

 

"선배는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껴본 적 없어요?"

"거참, 나도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물론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어. 그거야 당연하잖아. 단지 난 그런 것을 전제 조건으로 인정하지 않아. 자신의 힘을 100퍼센트 발휘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원하는 게 있으면 손에 넣고, 원하지 않으면 붙잡지 않아.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그러다 망치면 망친 상태에서 다시 생각하는 거지. 불공평한 사회, 그거 반대로 생각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해."

"자기 멋대로 같은데요."

"그래도 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너보다 열 배는 더 노력할거야."

"그렇겠죠." 나는 인정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가끔 세상을 둘러보다가 넌덜머리가 나. 왜 이 인간들은 노력이란 걸 하지 않는 거야, 노력도 않고 불평만 늘어놓을까 하고."

나는 어이가 없어 그저 나가사와를 쳐다보았다. "내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정말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내가 뭘 잘 못 본 겁니까?"

"그건 노력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야." 나가사와는 간단히 정리해 버렸다. "내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건 보다 주체적으로 목적 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거야."

"이를테면 취직이 결정되어 다들 마음을 푹 놓을 때 스페인어를 시작하는 그런 거 말이죠?"

"바로 그런 거지. 나는 봄까지 스페인어를 완전히 마스터할거야. 영어와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벌써 했고, 이탈리아어도 대충은 돼. 이런 게 노력 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p, 342, 343

 

 

"더 멋진 말 해 봐."

"네가 정말로 좋아, 미도리."

"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봄날의 곰?" 미도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뭔데, 봄날의 곰이?"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아가씨, 나랑 같이 뒹굴지 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정말로 멋져."

"그 정도로 네가 좋아." -p, 388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그것도 소중한 상대의 마음에 모르는 새 상처를 주었다니,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p, 406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나는 몇 번 고개를 젓고 미도리 얼굴을 보았다. "내 머리가 나쁘기 때문일 테지만, 때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어."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결 해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p, 419

 

 

"내 남자 친구, 그러니까 전 남자 친구는 싫어하는 게 많았어. 내가 너무 짧은 스커트를 입는 거라든지, 담배 피우는 것, 금방 취해 버리는 것, 야한 말 하는 것, 자기 친구 욕하는 것……. 그러니까 만일 그런 점에서 싫은 게 있다면 거침없이 다 말해 줘. 고칠 점이 있으면 바로 고칠 테니까."

"그다지 없는데." 나는 잠시 생각한 다음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없어."

"정말?"

"네가 입는 거라면 뭐든 좋고, 네가 말하는 거, 걸음걸이, 취한 모습, 뭐든 다 좋아."

"정말 이대로 좋아?"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은지 모르니까 그대로 좋아."

"나를 얼마나 좋아해?"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서 버터가 되어 버릴만큼 좋아." -p, 440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고, 그 애정이 성실하다면 누구도 미궁 속에 버려지지 않아요. 자신감을 가져요.

 

내 충고는 아주 간단해요. 먼저, 당신이 미도리라는 사람에게 강하게 이끌린다면,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거예요. 그 사랑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질지 아니면 잘 이루어지지 않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사랑이란 원래가 그런 거니까. 사랑에 빠지면 거기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죠. 난 그렇게 생각해요. 그것도 성실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해요. -p, 446, 447

 

 

기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체념하듯 몸에 익혔다. 또는 체념했다고 믿었다. 그건 바로 이런 것이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나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엇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p, 453, 454

 

 

우리는 살아 있고,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해야 했다. -p,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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