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말들
교황 프란치스코 지음, 성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설교하는 복음이 자기네 일상생활에 도달할 적에, 아론의 기름처럼 현실의 가장자리까지 흘러내릴 때에, 한계 상황, '변두리'를 비추어줄 경우에 우리 신자들은 복음을 반깁니다. 그런 한계 상황과 변두리에서는 신자들이 자기네 신앙을 약탈하려는 자들의 침공에 유난히 더 노출됩니다. -p, 216 (2013. 3. 28. 성유축성미사 강론 中)

 

 

 

 

 

 

 

 

 

 

 

 

 

여차저차해서 '엘리사벳' 이라는 세례명까지 가지고 있는 신자이지만 중학생 때 세례를 받은 날 이후론 성당에 발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 당장 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들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을 믿는다는 게 벅차다는 이유였다.

 

또 불과 일년도 채 안 된 최근에, 소위 '신천지' 라고 의심이 되는 곳에서 신앙을 강요받은 적이 있는데 '하느님이 있다는 사실을 믿느냐' 라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믿지 않는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공기도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건 왜 있다고 믿는거냐.' 등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질문 공격에 눈물을 뚝뚝 흘렸던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일들 때문인지 오히려 있었던 믿음조차 사라지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그런 내가 잘못된건가 싶어 종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고민의 결과로는 신앙은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절이든 성당이든 교회든 심지어 이슬람교든 자기 자신에게 진정으로 와닿는 종교를 따르면 된다고 생각을 하고, 따르는 종교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책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잘 살아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에 대해 믿음보다 의심이 더 많은 이런 내가 이 책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말들》을 읽고 주로 기억해두고 싶은 곳에 붙이는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는 신앙을 강요하기 보다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꼬집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란치스코의 현명한 한 마디 한 마디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느님을 믿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데 처음부터 거리낌이 없겠지만, 나처럼 하느님을 아직 멀게 생각하는 독자라 하더라도 종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교황 프란치스코 개인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듣는다는 생각으로 즉, 한 사람의 어록을 읽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간다면 배워갈 점이 많은 책이었다.

 

 

 

 

 

 

 

제각기 평행으로 나란히 걸어가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입니다. -p, 27 (2013. 5. 19. 성령강림 대축일 강론 中)

 

 

우리 모두 선사하는 마음, 거저 베푸는 마음, 연대의 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야만적인 자본주의는 갖은 수를 써서 이윤을 내는 논리를 가르쳐놓았습니다. 받기 위해서 주는 논리,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수탈하는 논리를 가르쳤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결과를 목격하는 중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 속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집은 사랑을 교육하는 곳입니다. 애덕을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만나러 가라고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 사람을 만나러 가라고 가르칩니다. -p, 28 (2013. 5. 21. 초대의 집 '마리아의 선물' 에서 행한 연설)

 

 

젊은이 여러분에게 각별히 건네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일상의 본분에, 공부에, 일에, 친구 관계에,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몰두하십시오! 여러분의 미래는 생애의 이 소중한 한 해,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아는 데 달렸습니다. 투신을 무서워하지 말고 희생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미래를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지 마십시오! 희망을 생생하게 간직하십시오! 지평선에는 늘 빛이 있습니다. -p, 60 (2013. 5. 1. 일반 알현)

 

 

지키는 일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선행하는 차원이 있고 단순히 인류라는 이유 때문에 해당하는 차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합니다. 창조계 전체를 지키고 창조계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입니다. 창세기 책에 기록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그대로입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우리에게 보여준 그대로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게 존중을 표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환경에 존경을 표했습니다. 사랑을 갖고 사람들을 지키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돌보는 일입니다. 특히 어린이들, 늙은이들, 제일 나약한 사람들을 먼저 돌봐야 합니다. 그들은 보통 우리 마음에서도 저 변두리로 밀려나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서로 보살펴야 합니다. 부부는 서로간에 지켜주도록 합니다. 다음에는 부모로서 자녀들을 보살핍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녀들도 부모를 보살피는 지킴이가 됩니다. 그리고 성실을 다하여 우애를 나누게 됩니다. 우애란 신뢰하면서 상호 간에 지켜주는 일입니다. 존중과 선으로 지켜줍니다. 근본적으로 모든 것이 인간의 보호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책임입니다. 하느님의 선물들을 지키는 사람이 되십시오! -p, 94, 95 (2013. 3. 19. 교황 직무 개시 미사 강론)

 

 

오늘날 명령을 내리는 자는 인간이 아닙니다. 돈입니다. 돈이, 금전이 세상을 좌지우지합니다. 우리 아버지 하느님은 땅을 지키는 임무를 주셨는데, 그 임무는 돈이 아니라 사람에게 맡기셨습니다.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맡기셨습니다. 이 임무는 우리가 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라는 인간들이 이윤과 소비라는 우상에 제물로 바쳐지고 있습니다. '폐기품의 문화'입니다. -p, 97 (2013. 6. 5. 일반 알현)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뭔가 좋은 것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는 뜻입니다.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고서도 내게 말해줄 만한 좋은 것, 내 관점, 내 견해, 내 착안에 자리를 넓혀줄 만한 무엇을 갖고 있으리라는 확신입니다. 그리고 대화를 하려면 방어벽을 낮추고 문을 열 필요가 있습니다. -p, 101 (2013. 6. 14 『치빌타 카톨리카』 저술가 단체에 행한 연설)

 

 

엄마는 자녀가 인생의 문제들을 현실성 있게 바라보도록 도와줍니다. 그런 문제들에 말려들어 헤매지 않고 용감하게 대면하도록 돕습니다. 나약해지지 않고 그 문제들을 극복하는 법을 알아내도록 돕습니다. 안전한 환경과 위기의 지점 사이에서 엄마로서 건전한 균형을 '감지'합니다. 그리고 그런 균형을 유지하면서 극복하는 법을 알아내도록 돕습니다.

 

엄마라면 이런 일을 해낼 줄 압니다. 아들을 반드시 안전한 길로만 데려가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아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모험의 길에만 놓아두지도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엄마라면 균형을 취할 줄 압니다. 도전이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년이든 소녀든 그런 것을 감당하고 마주할 줄 모른다면 뼈대가 없는 소년, 소녀입니다. -p, 110, 111 (2013. 5. 4. 산타 마리아 대성당에서 행한 연설)

 

 

여러분의 이상을 땅속에 묻어두지 마십시오! 위대한 이상에 투기하십시오! 마음을 넓게 열어주는 이상, 봉사의 이념에 투기하십시오! 그런 이념들은 여러분이 타고난 탤런트의 풍부한 결실을 만듭니다. 삶이란 우리 자신을 위해 욕심스럽게 간수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사하라고 주어졌습니다.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통 큰 마음을 지니십시오! 겁내지 말고 위대한 것들을 꿈꾸십시오! -p, 116 (2013. 4. 24. 일반 알현)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우리로서는 '노예 노동'이라고 정의할 만한 그런 노동입니다.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노동입니다.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형태의 노예살이에 희생물이 되고 있는지요! 사람들이 품위를 갖추도록 노동이 사람들에게 봉사를 바쳐야 하는데 여기서는 사람이 노동을 섬깁니다. 신앙 안에서 형제자매들에게 호소합니다. 선의를 가진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소합니다. 인신매매에 항의하여 결단하는 선택을 내리자고 요청하는 바입니다. 인신매매 속에 노예 노동이라는 형태가 있습니다. -p, 121, 122 (2013. 5. 1. 일반 알현 中)

 

 

좋은 엄마는 성장 과정에서 자녀들을 동반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삶의 문제들과 도전들을 피하지 않습니다. 좋은 엄마라면 자녀들이 자유를 갖고 결정적 결단을 내리게 돕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엄마는 그 일을 해낼 줄 압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라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분별없이 이 경험, 저 경험 다 해본다는 것도 아닙니다. 시대의 유행을 쫓는다는 말도 아닙니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모조리 창밖으로 내다버리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가 아닙니다. 자유란 삶에서 선한 선택을 내릴 줄 알라는 뜻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좋은 엄마는 결정적 선택을 할 능력을 교육해냅니다. 하느님의 계획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완전한 자유만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p, 123, 124 (2013. 5. 4. 산타 마리아 대성당 연설)

 

 

몇몇 도시에서 주식이 10포인트 하락하는 일은 비극으로 여겨집니다. 사람 하나가 죽는 것은 뉴스거리도 안 됩니다. 그렇지만 주식이 10포인트 하락하는 일은 비극이 됩니다! 이렇게 인간들이 쓰레기인 양 폐기되고 잇습니다.

 

이러한 '폐기품의 문화'가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되어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전염됩니다. 더 이상 인간 생명, 인격체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첫 번째 가치로 통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난하고 불구라면, 장차 태어날 아기처럼 아직은 쓸모가 없다면, 늙은이처럼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면 더 그렇습니다. 이 폐기품의 문화는 사람으로 하여금 낭비와 음식물 폐기에 대해서도 무감각하게 만듭니다. 세계 도처에서 그 많은 사람들과 가정들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는 터에 이런 행위들은 더욱 통탄할 일입니다. -p, 153, 154 (2013. 6. 5. 일반 알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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