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우선 글치 공학도였던 내가 <경향신문>이 선정한 '뉴 파워라이터 20인'에 들 수 있게 된 실전 글쓰기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법, 책 한 권이라는 긴 글을 쓰는 방법, 남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 있는 글을 쓰는 방법, 문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출판사에 투고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제 출판계약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내 삶의 어떤 것이 책의 소재가 될 수 있는지, 목차는 어떻게 짜야 하는 지, 책 제목은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실제 책이 나온 이후 저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책 쓰기에 대해서 내가 아는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뤘다. -p, 8

 

 

 

 

 

 

 

 

 

 

 

 

막연하게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에, 교수님과 진로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졸업하고 무엇을 할거니?" 라는 질문에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라는 말을 했다가 머리를 크게 한 대 얻어맞은듯한 질문을 받았다.

 

"출판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편집자도 있고 기획자도 있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고,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거야?"

"저는 그냥 출판사................." 라고 얼버무리다가 "책 읽고 글 쓰는걸 좋아해서 그래요!" 라고 말을 했더니 "그건 출판사에서 일하는 것보단 비평 쪽이 아닐까..?" 라는 기습공격과도 같은 질문.

 

이렇게 교수님과 대화를 나눈 이 날 이후로 내 진로에 대해 참 많은 고민을 했더랬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좋아서 시작하게 된 블로그에, 여러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고, RHK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하는 일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정작 나는 책 한 권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출판이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부끄러웠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답답해하던 차에 이 책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만나게 되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의 저자인 임승수는 공학도였다. A4용지 한 장 채우기도 버거운 글쓰기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인문 사회 분야의 저자가 되어있다. 글 쓰는 것은 물론 출판업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유명한 저자가 되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알게 된 '출판'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이 책 한 권에 다 담아냈다.

 

책 한 권을 쓰는 과정에서부터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과정, 출판 후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 (책 한 권이 출판되어서 처음 인쇄 된 1쇄=약 1,700권을 다 판매했을 때 저자에게 돌아오는 돈은 255만 원 정도였다.), 책 출판 그 이후의 일, 또한 글쓰기에 취약한 자신이 터득한 글쓰기의 방법까지.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하는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우면서 저자로 사는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거듭했다. 

 

이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책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책을 쓰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다면 곧장 그 길로 가라는 임승수. 나는 이 책을 읽고 겁을 잔뜩 먹었지만 출판업계의 현실을 맞닥뜨리고 오히려 더 용기를 내게 되는 사람들도 있게 될 것 같다.

 

'열정적인 삶'과 '안정된 삶'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 내가 결국 어떤 삶을 택할 것인지는 더 많은 고민을 해봐야하겠지. 하지만 한 권의 책이 되는 삶이라는 건 다른 사람이 살아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간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가진 채 용기를 내서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간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두어야겠다.

 

 

 

 

 

  

흘러가는 시간 중에서 '살아지는' 삶이 점점 줄어들고 '살아내는' 삶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쓸거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갈수록 '살아내는' 삶이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다람쥐 쳇바퀴 돌듯 회사를 왕복하는 '살아지는' 삶은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2006년에 회사를 그만뒀다. 같은 해 12월에 첫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가 출간됐다. 당시 은행잔고는 600만 원이었다. -p, 49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행복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 역사에서 부와 권력,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틀어쥔 사람을 꼽으라면 분명 진시황도 들어갈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위세 당당했던 진시황이 그렇게 찾아 헤맸던 것이 무엇인가? 바로 불로초다.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도 지나가는 '시간'을 부여잡으려고 발버둥 친 것 아니겠는가.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 돈에 시간을 팔지 않게 됐을 때 글이 나오기 시작한다. -p, 52

 

 

도미네 리브로 Domine Libra! (오, 책이여!) -p, 74

 

 

일기라는 나만의 기록조차 십 년 후의 나라는 '다른 사람'이 보라고 쓰는 것이다. 그런데도 글을 쓴다는 것을 그저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글을 쓰면서 똥을 싼다. 심지어는 그 냄새나는 똥을 남한테 들이밀며 읽어보라고 강요한다. 냄새 좋다면서. 글을 써야지 왜 배설을 하는가. -p, 77, 78

 

 

내가 진정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돈에 시간을 팔지 않으면서부터다. 한창 회사를 다니던 시절, 그야말로 시간을 다 잃어버리는 느낌이었다. 행복한 시간을 살고자 태어난 건데, 다르게 살았다면 행복할 수도 있는 현재의 시간을 팔아 돈이라는 종이 쪼가리를 모으고 있으니. 게다가 회사 일이 재미가 없어서 더욱 그랬다.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는 배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진정 원하는 시간을 살면서,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모양으로 생겼으며 냄새는 어떻고 맛은 어떤 음식과 비슷한지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나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분석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책 읽기는 그야말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장사하는 것을 뛰어넘는 최고의 남는 장사다. -p, 82, 83

 

 

예를 들어 주말에 하루 만에 내 책 읽은 학생, 제일 짜증 난다. 네가 뭔데, 내 인생 10년의 농축 엑기스를 주말 하루 만에 빨아먹는가? 한 달 만에 읽은 친구도 짜증 나기는 마찬가지다. 내 인생 10년의 농축 엑기스를 한 달 만에 빨아 드시니 기분 좋은가? 도대체 내가 맨땅에 헤딩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10년은 뭐란 말인가!

 

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독자는 임승수라는 사람의 10년 개고생을 주말 하루 만에 홀랑 빨아먹을 수 있다.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며칠 투자해 10년을 벌다니. 나라는 보잘것없는 사람의 책도 그렇게 남는 장사인데, 역사라고 하는 촘촘한 체를 통과한 고전 걸작들은 한 권당 백 년의 가치가 넘는 책들이다.

 

이렇게 백 년의 가치를 지닌 고전을 백 권 읽으면, 도대체 시간으로 환산하면 몇 년인가? 자그마치 만 년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절대로 만 년 못 산다. 인간은 백 년을 살아도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았다는 말을 듣는데, 책을 읽으면 인생이 만 년으로 늘어난다. 심지어는 정말 작정하고 열심히 읽으면 10만 년, 100만 년까지도 연장 가능하다. 이렇게 남는 장사 본 적 있는가? 적어도 나는 없다. 물론 간혹 일주일 들여 읽었는데 두 시간도 안 되는 가치밖에 없는 책도 잇다. 그럴 때는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까먹는 셈이 된다. 어쩌겠는가. 모든 책이 다 좋은 책은 아니니. -p, 86

 

 

책은 읽는 이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최고의 남는 장사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엄청난 시간을 벌었다고 해서, 타인의 시간을 무시하면 안 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존중과 겸손'이다. 독자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바로 그래야 한다. -p, 91,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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