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19세기 중반에 이들 모두가 한 장소에서 또 다른 장소로 목소리의 진동을 전송한다는 아이디어를 탐색했다는 것에는 별로 논란이 없었다. 하지만 벨과 토머스 왓슨이 분리된 두 개의 방에서 나누었던 첫 번째 전화 대화에는 이런 단어들이 쓰였다. "여기로 와. 보고 싶어."

그 이후 무수한 전화 통화에서 그 말이 쓰였다. "여기로 와. 보고 싶어." 안달하는 연인들. 멀리 떨어진 친구들. 손자들과 대화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전화 속의 목소리는 유혹이었다. 식욕을 돋우지만 허기를 채워주지 못하는 빵 조각 같은. '여기로 와. 보고 싶어.' -p, 38, 39

 

 

 

 

 

 

 

 

 

 

 

 

이 책을 읽는 동안 엄마랑 크게 싸우고 화해를 했고, 내 동생은 여전히 엄마 속을 썩이는 중이다. 동생한테 "너 그러다 나중에 엄청 후회해. 지금 잘해드려." 라고 말을 하지만 나도 아직 엄마랑 투닥투닥하는 애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도피처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죽음을 선택한, 혹은 어쩔 수 없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 때문에 잃고 남겨진 사람의 아픔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더 잘해줄 수 있을을텐데..', '못 해준 말들이 아직 많은데..'

 

이 바람을 소설에서라도 이루어주고 싶었던걸까.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에서 등장하는 콜드워터라는 작은 마을에 죽은 언니로부터, 죽은 엄마로부터, 죽은 아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 일이 벌어진다. 안타깝게도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친구에게 '하도 천국 천국 예수님 하느님 거려서 짜증이 날 정도야.' 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이건 너무 종교적인 책인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이 책을 처음 접한 그 순간부터 거의 끝무렵까지 천국이라는 단어를 지겹게 볼 수 있었다. 외워버릴 정도로 등장하는 "얘야.. 천국은..." 이라는 문장들. 덕분에 중고등학생 필독서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거의 읽었을 법한 책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을 썼던 작가 미치 앨봄이어서 그런지 그 기대가 너무 컸던건가, 실망이 크다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인건가.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 결말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종교에 너무 매달리는 걸 싫어하는 터라 그냥 가벼이 여기고 있는데,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옮긴이의 말>에서 '나도 처음에는 믿기 싫었지만 나중에는 믿고 싶어졌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이어주는 전화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정말 가슴이 따뜻해졌으니까.' 라고 쓰여있었던 것과 같았다. 천국에서 걸려 온 전화라니,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혀를 끌끌 찰 내용이었지만 (물론 나도 읽으면서 불만이 많았지만) 희망을 가진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니까 그것만으로도 용서가 되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애틋해지고, 소중해지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

 

'아르테' 처음 본 출판사 이름이라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실 듯 한데, 북이십일 출판사의 새로운 문학 브랜드라고 한다. 요즘은 이렇게 한 출판사에서 장르에 다라 여러 브랜드를 내놓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나..?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남의 인사를 나눌 시간도, 작별의 인사를 나눌 시간도 있다. 그래서 물건들을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것들을 다시 파내는 것은 그렇지 않다. -p, 216

라는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느느데, 혹시 읽으신 분들 중에서 저 문장을 설명해주실 분이 있다면.....................부탁드려요..

 

 

 

 

소식은 전화로 전해진다. 아기의 탄생, 커플의 약혼, 늦은 밤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좋든 나쁘든 인간의 여정에서 중요한 사건은 대부분 따르릉 소리로 전조를 드러낸다. -p, 22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인생은 보드게임이 아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결코 '다시 시작 할 수 없다'. 단지 그 사람 '없이 계속' 살아갈 뿐이다. -p, 27

 

 

19세기 중반에 이들 모두가 한 장소에서 또 다른 장소로 목소리의 진동을 전송한다는 아이디어를 탐색했다는 것에는 별로 논란이 없었다. 하지만 벨과 토머스 왓슨이 분리된 두 개의 방에서 나누었던 첫 번째 전화 대화에는 이런 단어들이 쓰였다. "여기로 와. 보고 싶어."

그 이후 무수한 전화 통화에서 그 말이 쓰였다. "여기로 와. 보고 싶어." 안달하는 연인들. 멀리 떨어진 친구들. 손자들과 대화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전화 속의 목소리는 유혹이었다. 식욕을 돋우지만 허기를 채워주지 못하는 빵 조각 같은. '여기로 와. 보고 싶어.' -p, 38, 39

 

 

때로 삶이 둘을 갈라놓는 바로 그 순간에 사랑이 둘을 하나로 묶어준다. -p, 184

 

 

모든 인생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이야기. -p, 203

 

 

만남의 인사를 나눌 시간도, 작별의 인사를 나눌 시간도 있다. 그래서 물건들을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것들을 다시 파내는 것은 그렇지 않다. -p, 216

 

 

우리는 종종 우리와 가장 가까운 목소리를 밀어낸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면 우리는 그 목소리를 그리워한다. -p, 231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안겨주던 감정이 가장 그리워지는 법이다. -p, 269

 

 

욕망이 우리의 반경을 정하지만 현실이 우리의 항로를 이끌어간다. -p, 356

 

 

삶에서 사랑이 뚫지 못할 것이 무엇일까? 어린 시절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던 메이벌 허바드는 알렉산더 벨에게 결혼 선물로 피아노를 주고 매일 그녀를 위해 연주해달라고 했다. 마치 그의 음악이 그녀의 고요를 깨뜨려줄 것처럼. 수십 년 후에 벨의 임종 자리에서 그의 아내는 "나를 떠나지 말아요"라고 소리내서 말했고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던 벨은 수화로 "떠나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삶에서 사랑이 뚫지 못할 것이 무엇일까? -p,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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