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소울 - 꽃의 사진과 여자에 관한 매혹적인 기록
김중만 사진, 서영아 글 / 김영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점점 궤도에서 벗어나는가, 궤도 속으로 들어서는가

나는 점점 행복해지는가, 행복한 척하는가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사랑하는가, 연민하는가

나는 점점 늙어가는가, 충만해지는가 -p, 102

 

 

 

 



 

 

 

 

 

처음으로 이별을 겪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나, 깊은 속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었지만 내 연애를 옆에서 지켜봐왔던 친구가 '세은이가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지고왔어. 내가 읽어보고 괜찮아서 절판된거 어렵게 구한거야!' 라면서 이 책 <네이키드 소울>을 빌려주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을 하겠지만, 자신이 아끼던 책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런 마음을 알고 책을 받았음에도 당시에는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거의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내 책장에 조용히 꽂혀있던 이 책. 친구는 당시 내가 이별 때문에 굉장히 힘들것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빌려주었던것이온데 나는 당시 조금씩 혼자 지내는 시간에 익숙해져있던 터라 괜시리 나를 차분하게 돌아봐야 하는 이 책은 많이 읽어봐야 3장을 넘기지 못했었다.

 

 

 

 




 
 
 
 
요즘은 내 삶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는 터라 <네이키드 소울> 이 다시 눈에 들어왔나보다. 꽃 사진 하나에 글 하나, 많으면 두개. 베개 옆에 두고 잠이 오지 않을때마다 누워서 조금씩 읽다보니 어느새 이 책엔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있었다.
 
 
 









 
 
 
여러 서평단 활동을 하다보니 내가 꼭 필요해서 읽는 책보다 읽어야하는 책이어서 억지로 읽는 책들이 많아졌더랬다. 책상 위, 쇼파 위, 베개 옆, 가방 속, 식탁 위, 책장 심지어 아직 풀지 않은 택배상자 안에 있는 책들을 쭉 돌아보면서 문득 내가 서점에 가서 나한테 필요한 책을 골라보던 때가 언제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들을 책장에 다 꽂아두고 훑어보았더니 내가 내 손으로 고른 책은 몇 없더라.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걸 여기저기 티내며 다녔더니 '나 요새 책 읽고싶은데 책 좀 추천해줘.', '나 요즘 힘든데 책 좀 추천해줘.', '요즘 내가 읽었으면 하는 책 좀 추천해줘.' 라는 요구를 수없이 듣게 된다. 그 사람의 취향, 성격, 환경,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주는 '북 소믈리에'로 살면 참 좋겠다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이런 요구들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정작 나에겐 필요한 책을 골라주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조금은 슬퍼졌다. 이 책이 나에게 처음 왔을 땐 무용지물이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지 생각하면 책이란 건 정말 내 상황에 맞게 필요한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도 또 느낀다.
 
 
 










 

 

 

 

<네이키드 소울>에 대한 평을 보면 어떤 이들은 그림이 좋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글이 좋았다고 한다. 아무렴 어떤가, 책이란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부분이 각기 다 다른 것을.

(개인적으로 나는 글이 참 좋았지만, 어떤 이는 이 책의 글쓴이를 잘못 선택했다고 말하는 것도 보았다.)

 

나일수도 있고, 당신일수도 있고, 당신의 여자 형제, 여자친구, 아내, 엄마일 수도 있는 '여자'들에 대한. 여자를 위한 책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여자들에게 조심스레 이 책을 건네보자.

 

 

 

 

 



 

 

 

 

그리고 요즘, 여러 곳에서 받은 책들을 책꽂이에 무작위로 꽂아놓고 내가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서점에서 책을 고르듯이 골라읽고 있다. 역시 책은 읽는 순간도 좋지만 읽기 전, 책을 고르는 그 순간도 정말 좋다!!

 

 

 

 

 

보이는 것,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 보이는 것 저편을 바라본다. 꽃의 저편. 지금의 저편. 거기에 냄새가 있고, 감촉이 있고, 맛이 있다. 불현듯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쿵― 내려앉는 소리가 있다. 가슴속의 북소리처럼. 누구나 '먼 것'이 있어야 살아간다. 먼 것. 지향하는 것. 물질이 아닌 개념. 현실이 아닌 이상. 의무가 아닌 즐거움.

보이는 것으로는 희망을 말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그것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노래한다. 그리고 예감처럼 그 희망과 만나게 된다. -p, 14

 

 

세상의 벽에 부딪힌다. 맹렬히 비난한다. 작은 일에 분노한다. 작은 자존심의 상처에도 영혼이 떨린다. 되레 큰일에는 수줍어할 뿐이다. 때로는 귀찮아하며 자신을 유기한다. 무책임하게 예민하고 지나치게 낙천적인 이 두 가지 인생관. 나는 이제 나를 알아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조금씩 자기 자신을 객간화시킬 수 있다는 것. 나는 오늘, 내 아픈 단점을 기록해둔다. 종이에 적힌 순간,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절반의 성공. -p, 22

 

 

봄이 오면 꽃이 예뻐서 쓸쓸하다던 그녀의 말……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을 뿐이다. 바다를 보면 여전히 설레고 들꽃이 피면 눈을 떼지 못하던 당신. 아직도 설레는 가슴을 꼭꼭 숨겨둔 채 살았던, 어머니는 여자였다. 사랑이 많은 여자. 돌보지 않아도 될 구석구석까지 닦아내고 어루만지는 사람. 가끔 혼자 외로웠던 사람. 자유롭고 싶었지만, 자유라는 말조차 낯설어하는 사람. 어쩌면 고맙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한번쯤 듣고 싶었던 사람. 어여쁜 당신, 어머니는…… 여자였다. -p, 34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 것. 그냥, 인정해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작은 몸짓…… 거기에 삶의 찬란한 의미를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너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있거라. 별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나면, 삼 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배어 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심한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나올 수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 그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 거야.

그러니 사랑한 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 뿐.

사랑함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p, 37

 

 

사랑의 가장 찬란한 순간  쉽게 잊혀질 것이다. 때로는 미워지고 더러는 돌아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가슴속에는 가장 아름다운 날의 어느 한 순간이 저장되어 있다. 사랑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서 볼 것이다. 당신과 내가 이토록 아름다웠던 날의 바닷가. 매일 웃음이 나오던 들뜬 마음. 그 절정의 순간.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그 순간, 당신의 마음일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당신 앞에 오게 한 운명일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 그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그의 오랜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p, 39

 

 

머리 속에 희망의 시나리오는 넘쳐난다. 가까운 미래에 조금 더 그 시나리오에 다가가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가슴에 간직한 것을 자주 일깨워주지 않으면 꿈은 그저 꿈일 뿐. 구체적일수록, 행동할수록 꿈은 현실에 가까워진다. 희망 시나리오의 법칙.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라. 끊임없이 나를 확장시켜라. 그리고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 -p, 48

 

 

행복의 다짐

 

조금 느리게 사는 나

그래도 다급해하지 않을 용기를 가진 나

다정하고 겸손한 사람들의 친구인 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진심을 나눌 수 있는 나

친구의 비밀을 가슴에 묻을 수 있는 나

화려한 겉모습보다 따뜻한 내면의 자부심을 가진 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소박한 음식을 만들 줄 아는 나

걱정 없이 쉽게 잠들 수 있는 나

웃으며 아침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독립적일 수 있는 나

예민해지는 순간 한발 물러설 줄 아는 나

자유롭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할 줄 아는 나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나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나

그런 나…… 그런 당신 -p, 50

 

 

깊이를 획득한 단순함은 아름답다. -p, 52

 

 

나는 점점 궤도에서 벗어나는가, 궤도 속으로 들어서는가

나는 점점 행복해지는가, 행복한 척하는가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사랑하는가, 연민하는가

나는 점점 늙어가는가, 충만해지는가 -p, 102

 

 

사랑이란 감정에 전부를 걸지 마라. 내 속에 그 사람이 그득히 들어차서 나는 점점 몸을 웅크려야 한다. 나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내가 작아지면 나의 자존도 스스로 몸을 낮춘다. 나의 우주는 그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랑만이 전부여서 숨이 막힐 것 같은 나는 미치도록 행복하지만, 사랑만이 전부여서 깃털처럼 연약한 나는 미치도록 불안할 것이다. 하루는 행복하고 또 하루는 불행할 것이다. 하루는 삶의 전부를 얻은 듯 의기양양하다가 또 하루는 삶의 남루한 끝을 본 듯 쓸쓸할 것이다. 그리움에 목이 마르고 의심하고 증오하고 화해하고 안도하면서…… 그를 제외한 다른 어떤 것에도 눈과 귀를 막을지도 모른다. 그의 전화나 그의 웃음이나 그의 말을 되새김 하는 데 하루를 보내고 그의 눈빛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또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날 이별이 왔을 때 견딜 수 없는 공허가 찾아든다.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동안 내 속에 나를 밀어내고 그를 가득 채워왔기 때문이다. 내가 밟고 있던 땅과 풍경이, 하늘과 사람이 모두 그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이유가 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또다시 사랑이 온다면 나는 또 침몰할 것이다. 내 속에 그 사람이 그득히 들어차 내 작은 배가 기우뚱할 것이다. 그의 바다에 기꺼이 잠길 것이다.

사랑이란 어떠한 충고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운명이므로. -p, 126

 

 

이제 너를 봐도 가슴이 설레지 않지. 이제 너 때문에 목놓아 울지 않지. 이제 밤새 너의 전화를 기다리지 않지. 이제 너에 관한 기록을 멈추었지. 이제 가끔, 거짓말도 하지. 이제…… 내가 변했지. 참, 쓸쓸한 발견. -p, 139

 

 

당신이 나를 사랑하던 날의 편지를 읽는다. 내가 아직 당신의 마음속에 있던 날의 일기를 읽는다. 늘 웃던 사람과 조금은 들뜨던 나는 기억 속에 잘 있는가. 우리가 걸었던 길도 아직 그대로인가. 한 치 앞도 모르고 행복했던 그날의 약속도 무사한가. 기억 속에…… 우리가 버린 그 기억 속에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가. 변치 않았는가. -p, 162

 

 

 

슬픔도 사치더라. 하루하루 지구별에 발자국을 꼭꼭 찍어 흔적을 남겨야 하기에, 하늘 끝에서 새벽빛이 번지면 집집마다 불 켜는 소리. 옷 입는 소리.

누군가는 밥을 하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누군가는 지하철을 타고, 컴퓨터를 켜고, 또 누군가는 계단을 오른다.

우리는 누구나 작은 상점을 하나씩 내고 있다. 그 작은 상점에서 주부로 살거나, 학생으로 살거나, 미스 박으로 살거나, 이과장으로 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이름을 알리거나 들꽃처럼 묻혀 살거나…… 세상을 향해 작은 창을 내고 매일 그곳에서 저마다의 삶을 만들어낸다.

그 작은 상점에서는 사람마다 만들어내는 삶의 향기가 난다. 핸드메이드 쿠키 같은 쵸콜릿향도, 따끈한 우동 냄새도, 달콤짭짜름한 팝콘 냄새도 난다. 사람마다, 상점마다 사연도 추억도 특색이 있다.

그들 모두 비슷하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사랑한다. 때로는 지나가는 바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지나가는 세월에 인생을 걸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는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며 세월에 묻혀 흐른다.

오늘 나의 상점은 고요하다. 평화로운 시간, 커피를 끓이고 책을 읽는다. 풍경처럼 지나는 세월, 천천히 구경한다. 날마다 이것이 삶. 조금 나른하고 심심한 일상. 그러나 누군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간밤에 산더미 같던 영혼의 무게, 서랍 속에 넣어두고 세상으로 나있는 유리창을 닦고 부지런히 미소를 짓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오늘 친구가 된다. 지나가는 달빛이 나의 작은 상점을 아름답게 비춘다. 운이 좋다면, 더 아름다운 운명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

바쁜 사람들에게 슬픔은 이내 지나쳐버린다. 아침이 투명해지면 상점의 문을 열고, 노을이 지면 상점의 문을 닫는다. 이것이 삶이다. 늘 비슷하지만 조금씩 내 꿈이 저축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p, 174

 

 

시작은 언제나 나로부터 출발한다. -p, 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