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경제학 -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당신이 책을 쓴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원고의 마감은 앞으로 2주일 후이다. 그런데 당신은 원고를 쓰려고 앉아서 몇 문장 끼적이다가 갑자기 어떤 특정한 사람이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냈을지도 모르니 서둘러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메일함을 열어서 확인하는데 답장을 해줄 필요가 있는 다른 이메일들이 눈에 띈다. 답장을 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린다. 그러다가 아차 하고 다시 원고를 쓰던 컴퓨터 창을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글을 쓰는 중에(사실 글을 쓰는 것인지 끼적거리기만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자기가 사실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을지 말지 얼마나 오래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한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하고, 보험회사에 최근 이사한 집의 주소를 알려주었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들을 털어내고 글쓰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다.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한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은 뒤에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어차피 그 원고를 마감하기까지는 아직 2주 이상이나 남았으니까. 이런 식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쓰고자 했던 원고의 양은 아침에 책상에 앉으면서 생각했던 양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그럼 이제 그렇게 여유가 있던 2주일이 지난 뒤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마감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원고를 쓰려고 앉은 당신은 절박한 심정이다. 누군가 보냈을 이메일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당신은 그 생각을 떨쳐내며 집중하려고 애쓴다. 어쩌면 당신이 워낙 글쓰기에 집중하는 바람에 애초에 이메일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의 정신은 점심이나 콜레스테롤 혹은 보험회사에 주소 변경 신청 따위를 생각하며 방황하지 않는다. 친구와 점심을 함께 먹고 나서도(물론 그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친구를 만났다면) 따로 커피를 함께 마시는 일은 생략한다. 마감이 임박한 원고가 그 점심식사 자리까지 따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루가 끝난 시점에는 당신의 이런 집중이 당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음을 깨닫는다. 그날 하루 동안에만 상당한 양의 원고를 썼기 때문이다. -p, 47~49








얼마 전(이라 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결핍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소개해드린다고 기대감만 엄청 심어놓고선 제가 너무 늦게 왔죠? 그래도 눈 뜨자마자 요렇게 서평 쓰고 있어요. 배가고파 죽겠어요. 결핍을 경험하는 중.









이 책에선 우리가 결핍에 이르게 되었을 때 더 효율적으로 일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터널링’에 빠지게 되어 다른 중요한 일을 보지 못한다는 말도 하고 있지요. 단순한 자기계발서 였다면 ‘결핍한 상태에 이르도록 하세요.’라고 말을 했겠지만 ‘결핍’이라는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시킨 경제학 책이기 때문에 제가 원했던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결핍’ 즉, ‘희소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처럼 이 책에서 ‘결핍한 상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점’이나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결핍한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라는 등의 결핍에 대한 뚜렷한 관점을 원하시는 분이었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언급되어 있는 수많은 결핍의 상황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재밌던지요. 다 제 이야기 같았어요.


물론 모든 게 다 풍족한 상황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린 돈, 시간, 감정 심지어 허기짐 같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결핍을 경험하며 살고 있지요. 심지어 많은 위인들도 ‘고난과 역경’ 속에 큰 일을 해냈다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결핍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며 결핍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답니다.



자,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보자. 당신이 어떤 회의석상에서 하기로 되어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그 회의가 예정된 날까지 당신은 며칠 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여전히 프레젠테이션의 내용과 방식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이디어들이야 많았지만 이것들을 한데 묶어서 최종적인 완성본을 만들려면 이런저런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감시한이 임박해지면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결핍이 그 모든 선택들을 강제한다. 추상적이던 것이 구체적인 것으로 바뀐다. 이 마지막 밀어붙임이 없다면 창의성을 발휘하기는 해도 당신은 최종품을 선보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코엔은 <아이언 셰프>에 출연하면서 몇 가지 비장의 재료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몇 달 혹은 심지어 몇 년 동안 그 재료들을 가지고서 실험하고 준비했던 아이디어들이었다. 하지만 결핍이라는 조건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들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대신 그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합한 어떤 ‘죽이는’ 요리가 나왔다. -p, 44


우리 이론으로 보자면, 결핍이 정신을 사로잡을 때 결핍은 우리가 가진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의 주의력을 집중시킨다. 이 말은 결핍이 비록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긴 하지만 어떤 이득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p, 45


당신이 책을 쓴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원고의 마감은 앞으로 2주일 후이다. 그런데 당신은 원고를 쓰려고 앉아서 몇 문장 끼적이다가 갑자기 어떤 특정한 사람이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냈을지도 모르니 서둘러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메일함을 열어서 확인하는데 답장을 해줄 필요가 있는 다른 이메일들이 눈에 띈다. 답장을 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린다. 그러다가 아차 하고 다시 원고를 쓰던 컴퓨터 창을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글을 쓰는 중에(사실 글을 쓰는 것인지 끼적거리기만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자기가 사실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을지 말지 얼마나 오래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한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하고, 보험회사에 최근 이사한 집의 주소를 알려주었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들을 털어내고 글쓰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다.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한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은 뒤에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어차피 그 원고를 마감하기까지는 아직 2주 이상이나 남았으니까. 이런 식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쓰고자 했던 원고의 양은 아침에 책상에 앉으면서 생각했던 양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그럼 이제 그렇게 여유가 있던 2주일이 지난 뒤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마감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원고를 쓰려고 앉은 당신은 절박한 심정이다. 누군가 보냈을 이메일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당신은 그 생각을 떨쳐내며 집중하려고 애쓴다. 어쩌면 당신이 워낙 글쓰기에 집중하는 바람에 애초에 이메일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의 정신은 점심이나 콜레스테롤 혹은 보험회사에 주소 변경 신청 따위를 생각하며 방황하지 않는다. 친구와 점심을 함께 먹고 나서도(물론 그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친구를 만났다면) 따로 커피를 함께 마시는 일은 생략한다. 마감이 임박한 원고가 그 점심식사 자리까지 따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루가 끝난 시점에는 당신의 이런 집중이 당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음을 깨닫는다. 그날 하루 동안에만 상당한 양의 원고를 썼기 때문이다. -p, 47~49


정신을 차지하고서 우리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은 굳이 바깥에서 들어오지 않는다. 흔히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생성된 산만함은 실제 현실 속의 기차보다 더 강력하게 주의력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 잡생각의 기차는 개인적인 상념을 싣고 우르르 쾅쾅 요란하게 달려간다. 대출금과 관련된 잡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어슬렁거린다. 그게 지금 당장 당신에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번 지나가고 마는 성가신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개인적인 근심거리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를 터널 안으로 끌고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은 산만함을 유도하는 잡생각이다. 지속적인 근심거리는 우리의 정신을 잡아당기며 우리를 빨아들인다. 외부의 소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명쾌하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산만함을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핍은 사람들의 내면에 그런 혼란을 생성한다. -p, 88~89


그렇다면 어째서 꿀벌은 정밀한 건축물을 만들고, 나나니벌은 엉성한 집을 만드는 걸까? 이유는 바로 결핍에 있다. 나나니벌은 흔해 빠진 소재인 진흙으로 집을 짓는다. 반면 꿀벌은 귀하디귀한 소재인 밀랍으로 집을 짓는다. 꿀벌의 밀랍은 작은 가방 속의 귀중한 수납공간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의 귀중한 몇 달러처럼 아껴서 써야만 한다. 정확하지 않게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이 귀중한 밀랍을 낭비하는 것이다. 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집을 정확하게 지어야만 한다. 이에 비해 나나니벌의 건축 소재는 사방에 널려 있어 값싸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니 얼마든지 낭비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나니벌은 느슨함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꿀벌에게서 이런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들의 건축 소재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p, 146


터널링 상태에서는 저글링을 하는 여러 개의 공 가운데 이제 막 떨어지려는 공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때로 우리는 그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떨어진 공을 잡자마자 다시 또 떨어지는 다른 공을 받으려고 잡은 공을 위로 다시 던져 올려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p, 239


사람들은 느슨함을 마련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긴박함은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데, 미래의 긴박함은 덜 긴박하고 상상하기가 한층 어렵다. 추상적인 미래가 구체적인 현재와 대면할 때 느슨함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긴박함 속에서는 어쨌거나 충분한 여유를 느끼지 못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는데도 예상치 않게 닥치는 일들에 대비해서, 예컨대 월요일과 수요일의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한 시간은 무조건 비워 두어야 할까? 사실 그렇게 하는 게 옳다. 실제로 당신은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40분이라는 시간을 배정하지 않는가? 또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전체 지출 가운데 일부분을 따로 떼어 저축하지 않는가? 결핍에 직면하면 느슨함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기에 대한 대비를 너무도 자주 외면한다. 물론 크게 보자면 결핍이 이렇게 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긴 하지만 말이다. -p, 314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행동을 단 한 차례의 행동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싱크대 한쪽에 놓여 있는 과자를 집으려 할 때마다 경계를 할 게 아니라, 아예 슈퍼마켓에서 그 과자를 사지 말라는 말이다. 많은 평범한 과제들이 이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집을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도우미를 고용하는 단 한 차례의 경계만으로도 그 지속적인 번거로움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 자동이체 설정을 한 번만 하면 한 달에 한 번씩 날아오는 청구서를 해결하느라 늘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된다. 하이패스를 구매하면 고속도로를 통행할 때마다 현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p, 357, 358


역설적이게도 결핍은 신속한 해결책들이 피해를 줄 가능성을 높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런 해결책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도 함께 높인다.


결핍의 심리는 터널링에 대비하고 무시가 일어나지 않도록 차단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즉, 터널링 속에서 일회적 결단으로 나쁜 선택들을 하기가 한층 어렵도록 설정하고, 좋은 행동들은 지속적인 경계를 요구하지 않고 이따금씩 재평가만 이루어지도록 조정할 필요성을 일깨운다는 말이다. 이것이 결핍의 심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p, 360


간단하게 말하면, 지금보다는 형편이 좋을 미래의 어떤 시점에 하고자 계획하는 좋은 의사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여전히 형편이 나쁘다면 사람들은 그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미리 그 일을 하고, 미래(예측)와 현재(소망)를 현명하게 연결해야 한다. 당신이 지금 운동의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다면, 바로 지금 헬스장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개인 트레이너 교습 등록을 하고, 친구와 내기를 걸고, 다음에 다른 문제 때문에 터널에 갇힌다 해도 이런 사실을 상기할 수 있을 어떤 장치를 마련하라. 또한 만일 쇼핑을 할 때 당신의 생각이 건강한 식품에 충분히 집중되어 있다면, 당신의 정신이 더는 음식에 신경을 쓰지 않을 미래를 대비해서 미리 건강에 좋은 식품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라는 말이다. 그리고 책이든 광고든 간에 어떤 것을 보고 당신의 노년의 삶에 집중하고자 할 때는 곧바로 행동을 취하라. 월급에서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당신 계좌로 저축되도록 하라. 또 변호사를 불러서 유언장을 써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언젠가 이런 일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긴 하겠지만, 그때 가면 당신은 또 다른 터널에 갇혀서 이런 것들은 생각도 나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p, 362, 363

  




결핍의 경제학 - 10점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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