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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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저 여자가 검은 팬티를 입고 있다고 해 보죠. 아무래도 검은 팬티를 좋아할 여자처럼 보이니까요. 네, 그래서 검은 팬티를 입었다는 사실에 전 100만달러를 걸 생각입니다. 정말로 확신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오판일 경우, 난 쫄딱 망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녀가 검은색이 아닌 팬티를 입었다는 데도 돈을 걸어야겠죠. 그 가능성에는 95만달러를 건다고 가정하죠. 그게 시장의 적립금이고 헤지입니다. 네, 어느 모로 보나 예시가 좀 조잡합니다만, 잘 들어 보세요. 제가 옳다면 전 5만달러를 법니다. 진다고 해도 5만달러만 잃는 거죠. 헤지에 들었으니까요. 게다가 100만달러의 95퍼센트는 사용하지 않았으니 돈을 보여줄 필요도 없습니다. 위험은 차액에만 존재하니까요. 그럼 그 돈으로 그와 비슷한 배팅을 할 수 있겠죠. 아니만 완전히 다른 곳에 배팅을 하든가요. 핵심은 항상 옳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만일 팬티 색을 맞힐 확률이 55퍼센트만 된다 해도 전 아주 부자가 될 겁니다. 여자가 정말로 박사님을 보고 있는데, 아십니까?” -p, 206








요즘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읽어나가면서 새로 알게 된 소설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답니다.


편독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만 골라 읽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심지어 두, 세 번을 반복해서 읽는 경우도 있었지요) 저는 여러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제일 좋은 점이 여러 작가의 책을 접해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리고 싶은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이라는 책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도 새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영화로도 제작이 된 <폼페이>의 작가라고 하는데 전 왜 몰랐을까요... 말로만 책책책 하지 실제로는 책에 관해선 무지한 저이지요....








<다빈치코드>나 <디지털 포트리스>와 같은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이 소설도 푹 빠져서 읽었어요. 다만, 금융 스릴러 이다보니 금융에 무지한 저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가, 펀드 뭐 요런 내용은 이해를 못했다지요. 하지만 이렇게 금융에 무지한 저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만큼 흡입력이 굉장한 소설이었어요. 안그래도 요즘 주식이나 펀드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니 마음이 완전히 굳었어요. '조만간 꼭 주식 공부를 시작하고 말테야' 라고 다짐합니다.








스위스 제네바의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천재 물리학자인 알렉산더 호프만에게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종의 인공 지능, 즉 자율적 기계 사고에 심취해서 그 알고리듬을 연구하던 호프만은 파트너 휴고 쿼리를 만나 헤지 펀드 회사를 차리게 됩니다. 개인 자산이 10억 달러. 어쩌면 그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주문한 적 없는 찰스 다윈의 고서 한 권이 배달되어 오고, 그 이후에 그는 알 수 없는 일에 말려들며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인간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어주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 스릴러’라는 처음 접해보는 장르였음에도 거부감 없이 푹 빠져들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로버트 해리스의 글 솜씨가 장난이 아니라는 점,


중간고사 전, 독서를 요 책과 함께 해서 기뻐요 :)



“두려움은 경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서입니다. 대공황 시대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생각해 보세요. 금융사에서 이보다 유명한 명언이 또 있던가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사실 두려움은 인간사에서도 가장 강력한 감정입니다. 새벽 4시에 행복감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도 강렬한 정서이기에 다른 정서적 요인에서 비롯된 노이즈를 걸러내고 이 신호에만 집중하는 일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최근의 시장 동요 추세와 매체에 나타난 ‘두려움’과 관련된 어휘, 즉 테러, 비상, 공황, 공포, 혼란, 불안, 위협, 탄저, 핵 등의 빈도를 대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얻어 낸 결론은 두려움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이었죠.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p, 103


지난 2년간 자본이 어떤 식으로 보이지 않는 자석이 되어 사람들을 밀고 당기고 정상적인 행동 패턴을 벗어나게 하는지 신물이 나도록 목격했지만, 동시에 그렇게 사는 법도 배웠다.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진실한지 아닌지 확인 하려 들다가는 곧바로 미쳐 버릴 것이다. -p, 135


“자, 저 여자가 검은 팬티를 입고 있다고 해 보죠. 아무래도 검은 팬티를 좋아할 여자처럼 보이니까요. 네, 그래서 검은 팬티를 입었다는 사실에 전 100만달러를 걸 생각입니다. 정말로 확신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오판일 경우, 난 쫄딱 망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녀가 검은색이 아닌 팬티를 입었다는 데도 돈을 걸어야겠죠. 그 가능성에는 95만달러를 건다고 가정하죠. 그게 시장의 적립금이고 헤지입니다. 네, 어느 모로 보나 예시가 좀 조잡합니다만, 잘 들어 보세요. 제가 옳다면 전 5만달러를 법니다. 진다고 해도 5만달러만 잃는 거죠. 헤지에 들었으니까요. 게다가 100만달러의 95퍼센트는 사용하지 않았으니 돈을 보여줄 필요도 없습니다. 위험은 차액에만 존재하니까요. 그럼 그 돈으로 그와 비슷한 배팅을 할 수 있겠죠. 아니만 완전히 다른 곳에 배팅을 하든가요. 핵심은 항상 옳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만일 팬티 색을 맞힐 확률이 55퍼센트만 된다 해도 전 아주 부자가 될 겁니다. 여자가 정말로 박사님을 보고 있는데, 아십니까?” -p, 206


심야의 침입자에 대한 두려움, 폭행과 폭력에 대한 두려움, 질병에 대한 두려움, 광기에 대한 두려움, 고독에 대한 두려움, 불타는 건물 안에 갇혔을 때의 두려움…. -p, 315


그에게 VIXAL은 하늘에서 붉게 타오르는 일종의 디지털 구름이었다. 때때로 떼를 지어 지구로 몰려드는 구름…. 그 구름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어느 무더운 날, 동남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의 어느 국제공항 옆, 항공 연료의 악취와 매미의 울음소리가 진동하는 공장 지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뉴잉글랜드나 라인 강 유역의 단비와 신록에 젖은 시원한 비즈니스 공원이어도 상관없다. 런던이나 뭄바이, 상파울루의 신축 오피스텔의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컴컴한 층을 차지하거나, 심지어 수십만 대의 가정용 컴퓨터 안에 몰래 들어앉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처럼. -p,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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