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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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모임’이란 말의 유행이 끝나, 마흔이 넘은 우리를 여자라고 부르지 않게 된다 해도 우리는 여자의 조각을 가슴에 남긴 채 나이를 먹어갈 것 같다. -p, 45










햇빛은 따뜻한데 바람은 왜 이리도 차가운지, 주말이니 큰 맘 먹고 밖에 나가볼까 했다가 포기했어요. 그래도 주말동안 읽은 세 권의 책이 전부 다 마음에 들어서 기분 좋은 일요일이어요. 이제 곧 시험기간이 다가오니 이런 여유를 잠시 뒤로 해야하겠지요. 한동안은 스트레스로 가득한 휴일을 보내게 될 것 같으니 오늘은 마지막으로 여유로운 일요일을 보내려고 해요! 일요일엔 폭식도 허용하고 잘 보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도 맘껏 보지요. 얼른 슈퍼맨이 돌아왔다 보고싶어요.


이런 여유로운 주말, 날은 춥지만 집에서 보내는 봄과 딱 어울리는 책 한 권 소개해드리려고해요. 한 번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한 감성 하시는 멋진 분들이 많이 좋아라 해주시는 마스다 미리! 그녀의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요. 보통 귀여운 만화책들로 유명한 것 같은데 전 산문집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네요. 우연히 ‘남녀 공감단 3기’를 뽑는 이벤트에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뽑혀버렸지 뭐예요! 벚꽃이랑 잘 어울리는 예쁜 분홍색의 책이지요. 평소에 책을 읽을 때 북커버를 꼭 씌우고 읽는 편이라 표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데 책을 읽다 툭 튀어나온 분홍색 책갈피에 놀라서 표지를 보니 이렇게 예쁜 분홍색이었다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도 좋아하지만 그건 동경에 가까운 마음이고, 아오이 유우나 에쿠니 가오리 같은 소녀 감성을 좋아해요. 닮고 싶을 정도로. 나중에 나이가 들어 한 40대 쯤 된다면 이렇게 제가 닮고 싶어하는 멋진 여자들처럼 소소하지만 예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런데 오늘부터 여기에 마스다 미리도 추가해야겠네요.


닮고 싶은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요.




여자들끼리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하는 모임이 해마다 늘고 있다. 구태여 ‘여자들끼리’라고 하지 않아도 여자들끼리 모이지만, 그 말을 넣으면 괜히 더 설렌다. -p, 20


최근 2개월 동안 평일에는 거의 일정이 차 있어서 집에 붙어 있을 새가 없었다.

일정 중에는 친구와 점심 먹기나 피아노 배우기, 병원 가기처럼 작업과 관계없는 것도 있었지만, 이런 날들이 계속되니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이 없구나 싶어서 불안해졌다.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속에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었어, 실수했네, 싶은 일이 있어도 줄줄이 일정이 밀려 있으면 뭐, 됐어, 벌써 지난 일인 걸, 하고 넘기게 된다.

이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빠르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 혼자서 낑낑거리며 후회할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지 않으면 사람과의 관계도 소홀해진다.

그건 좋지 않다. 그런 소홀한 관계는 작은 흔들림에도 주저앉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미리 일정에 넣어두면 되지 않을까?

나는 달력을 책상에 올려두고 한 주에 이틀,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만들어보았다. 일주일 중 이틀은 생각을 하거나 자리잡고 앉아 일을 하거나, 멍하니 있거나, 책을 읽는 날로 하자. 물론 주말은 별도. 기본적으로 주말은 쉬는 날로 정하고 있으니까.

일단 적어두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이라,

“그날은 약속이 있어서.”

라고 하며 다른 날을 잡게 될 것이다.

오호라, 이거 괜찮네. 내년 달력에도 미리 일정을 잡아놓아야지! 나는 펜을 들고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일정에 쓱쓱 넣었다. 이것으로 오케이. 간단한 일이었다. 시간이란 것은 거침없이 흘러가지만, 그러나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p, 23~25


‘여자모임’이란 말의 유행이 끝나, 마흔이 넘은 우리를 여자라고 부르지 않게 된다 해도 우리는 여자의 조각을 가슴에 남긴 채 나이를 먹어갈 것 같다. -p, 45


클래식은 문외한이지만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이런 멜로디 뒤에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바꾸는구나, 그런데 다시 처음의 멜로디를 넣어 활짝 펼치고, 우와, 예쁘다! 당신 대단해요! 하고 곡을 만든 사람에게 감상을 전하고 싶어진다.

(· · ·)

유화 재능도(아마 음악 재능도)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와, 대단하다! 라든가, 와, 예쁘다! 하고 일일이 놀랄 줄 아는 나로 있고 싶다. -p, 99


학교에서 한자 공부할 때는 같은 글씨를 몇 번씩 노트에 써보는 것이 빨리 외우는 지름길이라고 배웠다. 빨리 잊어버리는 지름길은 몇 번씩 보지 않는 것. 어른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낸 대처법이다. -p, 101


본가에서 보내준 채소상자에는 언제나 엄마가 쓴 한 줄의 글이 들어 있다.

조금이지만 먹어보렴. 엄마가.

전단 뒷면에다 쓴 익숙한 글씨. 이것이 엄마에게 받은 마지막 편지가 되면 어떡하지…….

건강하게 지내는 건 알지만, 매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왠지 그 메모를 버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소중하게 보관하는 것도 슬퍼서 어떻게 할까 하다 아무 데나 두다보면 어느새 없어져 있다. -p, 111, 112


최근 자주 생각한 것은 사람과 거리를 갖는 법에 관해.

소매만 스쳐도 억겁의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만남’이란 것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을 받아들이는 법도 사람마다 제각각.

이를테면 친구와 함께 꽃놀이 모임에 갔다고 치자. 처음 만난 사람도 많아서 인사를 하고, 함께 즐겁게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 경우는 여기서 일단 만족한다.

하지만 훗날 함께 꽃놀이를 간 내 친구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주 친해져서,

“앞으로 같이 케이크 교실에 다니기로 약속했어!”

보고를 받으면 사람을 받아들이는 역량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같은 자리에서 같이 지냈는데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이 전혀 다르다. ‘인맥’이라는 말은 이런 활동적인 사람을 위한 것이구나 감탄하게 된다.

나는 이미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나에게 맞다. -p, 143, 144


부모가 되어봐야 비로소 부모의 고마움을 안다고 하지만, 각자의 타이밍대로 고마워해도 좋지 않을까. 앞으로도 “고마웠다”고 느낄 일이 새롭게 나올지도 모르므로, 그때마다 고마워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는 마흔세 살의 봄이다. -p, 159


이런저런 ‘갖고 싶은 것’이 생기지 않으면 자신의 미래가 점점 쇠퇴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래서 어디 가고 싶다, 배우고 싶다, 사고 싶다, 먹고 싶다고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p,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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