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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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하고만 나누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대답했습니다.

“가능하니까 사랑이겠죠.”

그녀가 조금 고민하다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다들 이별을 하죠? 다른 사람하고 또 다시 사랑을 하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p, 19









지금부터 정말정말정말 좋았던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릴 거예요. 사랑에 관한 다른 웬만한 책들보다 사랑에 관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책이거든요.


우리는 처음부터 이별의 혐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의 뜻을 한 번도 어겨 본 적 없는 사람이었고, 나와의 연애와 결혼은 부모님의 기대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합의에 이를 수 없는 만남. 설득을 실현하기 어려운 연애. 그것이 우리의 사랑이었습니다. -p, 12



900일이 지나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이별에는 예감이나 마음의 준비 따위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슬퍼지는 고통. 깊은 절망.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공포. 그녀를 만나 사랑했던 시간들조차 구원이 되지 못했던 끔찍한 새벽. 나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살려 줘요.”

전화를 끊고 얼마쯤 지나 그녀가 왔습니다. 그녀는 들썩이던 내 어깨를 안아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내 뺨에 입술을 댄 채 속삭였습니다.

“울지 마요. 살려 줄게.”

그녀는 내게 선물을 줬습니다. 180일의 새로운 연애.

“우리 다시 연애하자. 지금부터 6개월 동안 사랑하는 거야. 이별이 취소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부터 6개월 동안 더 많이 사랑할 거니까. 그동안 이별도 평온하게 일상이 될 수 있을 거야. 슬픔이 되지 않을 거야. 어때요. 내 선물 마음에 들어요?” -p, 13


어떻게 보면 우리의 상식에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900일의 연애 끝에, 좋아하지만 헤어져야 했고, 이별을 슬픔이 아닌 평온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180일 간의 새로운 연애라니요. 그것도 끝을 생각하고 하는 연애라니요.


하지만 어디, 상식이 통하는 사랑이 있던가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감정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니까요.











‘네가 없는 오후도 햇살은 비친다’라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귀를 정리했는데 어쩜 이리 잘 어울릴까요. 



“오직 한 사람하고만 나누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대답했습니다.

“가능하니까 사랑이겠죠.”

그녀가 조금 고민하다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다들 이별을 하죠? 다른 사람하고 또 다시 사랑을 하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p, 19


그녀의 뺨이 내 얼굴에 닿았고 나는 그대로 그녀를 안은 채 밤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화려했지만 왠지 평온한 밤이었습니다.

우리는 알 수 있었습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녀를 안고 있는 내내 심장은 자기 박자를 잊고 요동쳤습니다.

그 사이 문득 그녀가 아까 물었던 질문의 답이 떠올랐지만 나는 소리 내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대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서른일곱 살의 남자와 스물여섯 살의 여자가 마주 안고 있습니다. 조용히 그녀에게 물어봅니다.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그녀가 대답합니다.

“그걸 알기 위해 내일 또 만나고 싶은데. 어떡할래요?” -p, 20


떠오르는 사람 있나요? 지금 이 시간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사람과 마주하고 싶다. 그런 사람 있나요? 누굴까요? 당신의 그이는.

나는 생각해요.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그이가 지난 기억 속의 사람이 아니라면 좋겠다. 다시 만날 수 없는, 만나면 안 될,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좋겠다. 지금 당신과 나란히 걷는 사람이거나 곧 당신 앞에 나타나 줄 사람이거나 당신의 긴 그리움을 지켜봐 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누굴까요? 당신의 그이는.


당신은 지금 누구와 만나고 싶은 걸가요?

나는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당신의 아침도 그러하기를.

그리운 사람과 함께이기를. -p, 32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싶다면 잠그세요. 자물쇠로 서로를 걸어 잠그면 되는 것입니다. 열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자물쇠가 보이지 않는다고요? 연인을 잠글 수 있는 자물쇠는 습관입니다. 타고난 습관이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 받는 습관. 습관으로 연인을 잠글 수 있습니다. 떠나지 못하게 묶을 수 있습니다. -p, 49


그이의 습관. 나의 습관. 서로에게 영향 받은 습관들이 서로를 채웁니다. 없으면 불편하고 강한 결핍을 일으키는 연인의 자물쇠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불편할 것이므로. 틀림없이 어색할 것이므로. 몸이 기억하는 습관 까닭에 당신을 잊을 수 없으므로. 떠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에 잠기게 되는 것입니다. -p, 51


나쁜 상상이 나쁜 이유는 서로의 자존심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둘 사이의 사랑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자기 사랑이 허약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허약한 믿음으로는 사랑을 지킬 수 없습니다. 나쁜 상상은 나쁜 관계를 부르고 나쁜 관계는 소중한 사랑을 해치고 부서진 사랑이 둘 사이를 갈라 다시 만날 수 없을 만큼 먼 곳으로 서로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착한 상상이 착한 사랑을 만듭니다.

나쁜 상상은 사랑을 아프게 만듭니다.

착한 상상을 하세요.

당신의 그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소중한 당신의 사랑을 위해서. -p, 105


나는 지금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겠다. 그립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립지 않다는 것은 슬퍼도 결국 잠들 수 있다는 것이고, 그리워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무리 오래 눈을 감아도 결국 잠들지 못한 채 새벽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스럽게 새벽과 부딪혀 깨져 버리는 일이다.


이를테면 그런 이야기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입니다. -p, 124


사랑은 서로를 알아보는 거예요. 사랑하고 사랑 받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그걸 한눈에 알아보는 게 사랑이죠. 우리가 그랬듯이 말이에요.

맞추고 노력하는 방식의 사랑은 언젠가 서로에게 서운함이 생길 때 자신의 노력이 계량되어 비교하게 되는 위험이 있어요. 이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 이외의 다른 상실을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자기가 선택한 노력이었으면서 사랑이 식으면 모두 상대방을 위한 헌신이었던 것으로 바꿔 기억하는 거예요. 서로를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실수입니다. -p,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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