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어느 순간 나는 아버지가 이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는 신이 이제 막 내게 선사한 새로운 아버지였다.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믿었던 바로 그 순간에 다시 되찾은 셈이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내가 잃어버렸던 그의 모든 시간도 함께 되찾았다. 그 시간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나는 그 순간에 처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내게는 두 배로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 이상 되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짧아서 결코 내가 헤아릴 수 없으리라고 믿었던 시간이었다. 순간 나는 더 이상 인생이 나를 끌고 다니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녀와의 시간도 더 이상 낭비할 수 없었다. 2년이란 어마어마한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다. 2년이란 세월 동안 그 시간을 꽉 채울 수도 있었을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는 모두 잃어버린 셈이었다. 결코 되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었다. 아버지와, 그녀와 함께했어야 할 너무나 많은 시간들을 낭비했다. 그것이 이제 내가 원하는 시간이다. -p, 366, 367

"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 하거나

할 때를 놓치거나 알아주겠거니 하며 살었고나.

인자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디

들을 사람이 없구나."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너무나 늦어버린 후회에 가슴이 찡해지는 부분이에요.

누구나 뒤늦은 후회를 하곤 하지만 저는 그 많은 후회들 중 사람을 잃고나서 그 사람에게 잘해주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있을때 잘하자."라는 말을 가슴 속에 새겨두며 가족, 친구들에게 잘하려고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지요.

파비오 볼로의 <내가 원하는 시간>이라는 이 책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후 늦어버린 후회에 대해 다룬 소설입니다.

어찌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던지 소설이라기보다 '있을때 잘하자.'라는 주제로 쓴 에세이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마치 이 소설의 주인공이 파비오 볼로 작가 자신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나 저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더라구요.

역자 후기를 보니

'사실 작가로서의 볼로가 이탈리아 사람들의 영웅인 이유는 그가 모두를 위해 말하고, 모두가 바라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이면서도 여전히 수줍어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말들을 참지 못하는 재주가 있다.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도 모두가 듣기 원햇던 말을 마치 꾹꾹 참았다가 말한다는 듯이 꺼내곤 한다. 그의 글들 역시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의 모습과 의미,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우리들의 감추어져 있던 갈망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사랑받는 작가다.' 라고 나와있네요.

위 사진에 있는 글은 볼로가 라디오 방송에서 낭독했던 <행복이란?>이라는 산문이라고 해요.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는게 가장 큰 행복일거라 생각하고 저런 작고 소중한 행복을 모른척하며 지낸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하게 만든 부분이에요.

지금껏 모른 척 했던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면 하루가 행복으로 가득 차겠지요.

또한 이 책에선 독서를 예찬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해요. 주위에서 책을 왜 읽니? 라고 물었을 때 턱턱 막혔던 제 생각을 여기서 대변해주는 듯 해서 속이 시원했답니다.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아버지라는 거인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깨닫는다. -p, 20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일은, 당신이 전혀 예기치 못했던 순간에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지나간 추억과 영상들의 느닷없는 공격이 시작된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당신이 느끼는 것은 삶이 당신을 외면한 채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결국 과거 속에 파묻혀 사는 것이 현재의 삶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재니스 조플린은 노래한다. I'd trade all o' my tomorrows for one single yesterday. 나의 모든 내일을 단 하루의 어제와 바꾸겠어요.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그를 만지기 위해 한밤중에 어둠 속을 향해 손을 뻗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새벽에 일어나 침대 한쪽을 바라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눈을 비빈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가스레인지가 항상 커피로 얼룩져 있다는 걸 뜻한다. 왜냐하면 커피를 불에 올려놓았는지 아닌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파스타를 삶는 물에 소금을 두 번씩이나 집어넣거나 아니면 전혀 집어넣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일과 무수히 많은 생각을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청소를 하고 묵은 때를 닦아내고 정리 정돈을 하고 쓸모없는 것들을 가져다 버린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벽에 못을 박는다는 걸 의미한다. 벽에도, 나무에도, 허공에도……. 그건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물건을 구입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책을 읽으면서 빈번히 앞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말들을 그냥 지나쳐 왔기 때문이다. 그걸 의식하는 순간, 열심히 읽었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함께할 수 없다는 건 돌려감기 버튼을 누르고 거꾸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거꾸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을 내다보기보다는 뒤를 훨씬 더 돌아보기 때문이다. 그건 배를 타고 뱃머리가 아닌 후미에 몸을 기대고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늦는다고 집에 전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당신을 기다리지 않고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건 집에 도착해서 하루 일과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소연할 사람이 없다는 걸 뜻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모든 변화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극히 사소한 것들까지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p, 24-26

헤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들이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정말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의 감정을 상실하기도 한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헤어지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이 잇다. 하지만 헤어지는 것도 결국에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만에 하나라도 일시적인 문제는 아닐까 의심하면서 정말 헤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먼저 확실하게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정말 끝났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이어서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아픔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말을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들은 말을 꺼내지 못해 몇 달을, 혹은 몇 년을 허송세월하기도 한다. 때로는 평생을 허비하고 결국에는 헤어지자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는 데 실패한다. 때로는 더 이상 오갈 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의 아픔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와 은밀한 관계를 가졌던 누군가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강렬한 고통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고통이 매일같이 계속되는 조그마한 고통들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줄 거라고 믿는다.

사람들의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된다. 얼마 안 있어 차일 사람이 그걸 이미 알아차렸다고 해도 두 삶의 관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속된다. 왜냐하면 모르는 척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용기를 내지 못하면 작별의 메커니즘은 붕괴되고 만다. 두 사람 모두 스스로의 무능력과 상대방의 무능력 때문에 질식할 것만 같은 상태로 돌입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시간을 벌기로 한다. 그런 식으로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에는 고갈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얼마 안 있어 차이게 될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훨씬 더 친절하고 다정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으로 변신한다. 그런 식으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복종적인 사람은 누구든 매력을 잃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헤어지는 순간이 미루어지면 미루어질수록 희생자는 계속해서 더 약해질 뿐이다.

어떤 사람은 상대가 무슨 실수라도 범하기만을 기대하면서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상대가 오류를 범하고 약점을 드러내면 그것을 핑계 삼아 얘기를 꺼낼 수 있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서로 사랑하지도 않고 서로의 삶에 해만 끼치면서도 질투심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헤어지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제삼자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같이 지내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5년 동안이나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서로를 정말로 사랑한 적이 두 번 혹은 세 번, 아니면 네 번밖에는 되지 않는 커플도 있을 수 있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커플들의 사랑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했느냐가 중요하다. -p, 27-29

어느 시점에선가 그가 말했다.

“그것 참 안타까운 노릇이네. 책 읽는 걸 안 좋아한다니 말이야. 네가 좋아할 만한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데……. 하지만 싫다는 걸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지. 너도 책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책을 읽는다는 게 왜 그렇게까지 중요한 거예요? 보니까 나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그것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데, 그게 나한테 꼭 필요한 거예요? 가뜩이나 골치 아픈 문제도 많은데, 책까지 꼭 읽어야 하나?”

“책 읽는 게 너한테 힘든 일이면 안 읽어도 좋아.”

“책을 읽으면 행복해지나요? 아닌 것 같은데. 인생고를 해결하려면 책을 읽을 게 아니라 일을 해야죠.”

“네 얘기도 맞다. 하지만 행복이든 불행이든 자신이 당면한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뒤바뀔 수 있는 거야.”

“그렇죠. 하지만 내 문제들은 실질적인 것들이에요. 머리로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

“그래. 하지만 문제 해결은 머리로 하는 거야. 가끔은…… 우기고 싶지는 않은데, 어쨌든 알아둬야 할 건, 독서가 네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한다는 거야. 시동을 거는 거지. 네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 정서, 감정 모두 말이야. 책을 읽는다는 건 세계를 향해 우리 감각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과 같아. 독서란 우리가 가슴 안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을 읽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찾고 확인하는 일이야. 우리가 삶의 중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지. 읽는다는 건 맞는 말을 찾는 것과 같아. 네가 설명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말을 찾는 거지. 그건 네가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말의 이유를 밝혀내는 것과 같아.

책 속에 쓰여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 우리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때가 있어. 왜냐하면 우리 안에 이미 들어 있었던 말이기 때문이야. 플라톤이 얘기했던 것도 바로 이런 종류의 앎이었어. 원래 우리의 것이고 우리가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는 앎이지. 독자가 젊은 사람이든 노인이든 중요하지 않아.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마찬가지로 책이 다루는 주제가 과거이든 현재이든, 혹은 상상 속의 미래이든 상관없는 문제야. 시간이란 상대적인 개념이야. 모든 시대마다 현대였던 때가 있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다는 건 멋진 일이야.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면 가끔은 배가 부를 때도 있어. 충족감을 느끼는 거지. 몸도 거뜬해지고.” -p, 116-118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독서는 일종의 마약이 되어버렸다.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어떤 책들은 하룻밤 사이에 끝을 보기도 했다. 가끔은 책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읽는 속도를 늦추기까지 했다. 더 이상 넘어가고 싶지 않은 페이지들이 있었다. 이야기가 금방 끝난다는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p, 120

나는 책과 가까워지면서 나한테 맞는 책들을 골라 읽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선택은 아니었다. 점수를 따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단지 새로운 걸 발견한다는 즐거움을 느낄 뿐이었다. 내게 계속해서 책을 읽도록 부추겼던 것은 의무가 아닌 나의 궁금증이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 속의 인물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경쟁까지 시도해보았다. 나의 내면은 그들의 내면과 은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어렵고 힘들고 나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굴욕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외로움을 덜 수 있었다.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내가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에 대해 내가 모르던 많은 것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아무리 지어낸 이야기라 해도 감정만큼은 사실이었고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들이 내 삶의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모두 나의 감정 상태에 변화를 주고 때로는 새로운 생각들, 새로운 느낌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 힘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p, 121-122

내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영화와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학작품이었다. 텅 빈 가슴을 부둥켜안고 책들을 이전보다 훨씬 더 아끼고 사랑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소화해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문제로부터 멀리 도망치기 위해 나는 책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나에게 상처를 준 세상으로부터 나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p, 151

당시에는 과거에 읽었던 책 내용들이 자주 머릿속에 떠오르곤 했다. 예를 들어, 골드문트의 운명은 어떤 식으로든 결정되어 있었지만 그 역시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운명을 거부했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등장하는 율리시스도 세상과 인간을 알고 싶어 하는 열정 때문에 모든 사소한 감정들을 포기할 줄 알았다. 『모비 딕』의 에이해브 선장은 내게 모든 일에 끝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을 내게 가르쳐준 인물이 에이해브였다. 그건 무엇을 목표로 하든 그 목표에는 고귀함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위험을 받아들이되 절대로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무 위의 남작』은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삶 속에서 자신을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소설이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예전에 읽었던 작품들 중 몇몇을 다시 뒤져가며 읽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멋지고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똑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는, 그 책은 거의 불가항력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읽은 책에 다시 흥미를 느꼈던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세계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소설 속의 세계, 상황들이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비추어질지 궁금했고 무엇보다도 그 세계가 나를 다시 받아줄 수 있는지 혹은 내 안에 들어와 숨 쉴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읽으면 몇몇 페이지들이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읽게 되면 이번에는 내가 그 페이지들 속의 내용을 변화시킨다. -p, 168-169

내가 원하는 시간

작가
파비오 볼로
출판
소담출판사
발매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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