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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지금 포스팅을 하고 있는 내 옆엔(즉, 컴퓨터 책상 위엔) 읽어야 할 책이 한가득이다.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소설책이 읽고싶다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밀려올때 쯤,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사색과 독서는 두 개의 수레바퀴입니다.
독서 없는 사색은 독단에 빠지기 쉽고
사색 없는 독서는 지식의 과잉을 초래할 뿐입니다. -p, 7'
그렇다. 난 요즘 사색 없는 독서로 지식의 과잉을 경험하고 있는 중.
눈 뜨면 책 먼저 집어들고 밥먹고 또 책을 집어들고 외출하고 집에와서 책을 집어들고, 책을 읽다 잠드는 생활이 약 3주간 반복되고 있다.
가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이렇게 책에 파묻혀 지내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 하곤 다시 책을 읽어치운다.
최근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울지 않는 어른 중 책에 대해 언급된 부분이 있었다.
종이에 갇힌 또 하나의 공간을, 제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제 눈으로 읽어나가면서 해방시키는 능동적인 작업이 지닌 즐거움. -p, 66
책 읽기는 고혹적이다. 금단의 열매. 그만 읽고 싶은데 그만 둘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을 때의 흥분감은 거의 육체적 쾌락이라 할 수 있다. -p, 67
읽고 싶어 사놓고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잔뜩 쌓여 있고,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책도 잔뜩이다. 그런 데다 일 때문에 읽을 필요가 있는 책, 누가 보내주었으니 읽고서 고맙다는 편지라도 써야지 하면서 그냥 그대로 놔둔 책, 읽어야 할 책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책꽂이를 한차례 죽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며 읽고 싶은 책이 없다고 중얼거린다.
골치 아픈 것은 책을 읽고 싶지 않은 것 자체가 아니다.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들고 만 것이다.
전철을 타거나 목욕을 할 때, 또는 치과 로비에서 책을 읽는 버릇이 붙고 말아 무슨 책이든 들고 가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책 따위 하나도 읽고 싶지 않은데, 책보다는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싶은 기분인데도 책을 읽고 싶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탓에, 읽고 싶은데 읽을 거리가 없다는 갈증에 허덕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p, 67, 68
응응, 난 지금 딱 저 상태인 듯 하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메일로 받아보던 적이 있었는데, 이 '향기메일'도 그와 비슷한 것인 듯 하다.
출근길 버스나 전철 안에서 이 메일로 인해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
난 그 메일을 알지 못했기에 이렇게 책으로 나온 향기메일을 읽으면서 '한꺼번에!!' 사색을 했다.
(비록, 책을 읽을 때마다 지금처럼 옆에서 날 괴롭히는 강아지 때문에 집중해서 사색을 하지는 못했지만.)
늘 동경하고 꿈을 꾸며
그것을 향해 모험을 시도하는 사람.
자신을 돌아보고 들여다보며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사람.
그중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일까요.
산다는 것은 내 자신에게만 갇혀 있을 수도,
밖으로만 향할 수도 없는 일.
안과 밖이 조화를 이루며 가는 것이
인생이겠지요.
-안과 밖이 조화를 이루는 인생 中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아픔을 같이 아파해 주고
가는 길이 달라도 등 돌리지 않고
내 가는 길을 지켜보는 이.
그가 바로 친구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속 깊은 말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부자입니다.
-친구는 나무와 같은 사람 中
오래 저장된 포도주는
갓 저장한 포도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숙성된 맛과 향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이해와 사랑과
또한 포용력을 지니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움으로 깊게
익어가는 것입니다.
좋은 포도주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것 中
타인의 잣대로 내 스스로를 측정하지 마세요.
내가 없이 남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있고 더불어 그들도 함께 있는 것입니다.
-함께 있다 中
내가 존재한다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내가 존재해야만 의미 있는 세상입니다.
파도처럼,
자갈처럼,
그 자리에 있는 그것들처럼.
-내가 존재 한다는 것 中
나는 사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조르주 퐁피두의 묘비명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조르주 퐁피두의 이 묘비명은
후회없는 최고의 인생을 살다 간 사람만이 적을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문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이자 극작가였던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인간적 회한이 담긴 묘비명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퐁피두의 묘비명은 약간은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통쾌한 인생의 총결산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꿔 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애썼던 걸까요.
얼마나 도전하고, 얼마나 노력한 사람만이 이런 묘비명을 쓸 수 있는 걸까요.
당신은 인생의 마지막 문장을 무어라 쓰고 싶으신가요?
- 내 인생의 마지막 문장 中
잊으려고 하지 말아라. 생각을 많이 하렴.
아픈 일일수록 그렇게 해야 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 수도 없지.
무슨 일에든 바닥이 있지 않겠니?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겠지.
그 때 탁 차고 솟아오르는 거야. -신경숙, 『기차는 일곱 시에 떠나네 』 중에서
-기차는 일곱 시에 떠나네 中
우리의 꿈은 어디에 있을까요?
판단이 어려울 때
가장 손쉽게 알아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상상하거나
직접 하려고 할 때
작은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뛴다면
바로 그곳에 우리의 꿈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가슴 뛰는 삶 中
역시 독서는 사색과 함께 해야 하나 보다.
얼마 전, '마음이 복잡하면 독서도 잘 안돼.' 라는 말을 듣고
'전 오히려 마음이 복잡할 때,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 책을 읽는데요?' 라는 말을 하면서 반박했던 적이 있다.
도피처로 책을 택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도피처가 오히려 책을 통해 하는 사색이었네.

마음 같아선 책 내용 전부를 올리고 싶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