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0월
절판


그녀가 말하는 동안 그는 정통성이 무엇인가를 모르면서 정통적인 태도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깨달았다. 어떤 점에서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납득되었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공적 사건에 충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가장 악랄한 현실침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이 정상적이다. 마치 한 알의 곡식이 소화되지 않고 새 몸뚱이를 거쳐 탈없이 그대로 나오듯, 뒤에 아무런 찌꺼기도 남기지 않으므로 그들이 무얼 삼키든 목을 넘어간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해로움도 줄 수 없는 것이다.

「이중사고」를 가장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중사고」를 만들어 대고 그것은 거대한 정신적 사기방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현실 그대로의 세계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이해력이 클수록 미망(迷妄)이 크고, 많이 알면 알수록 착란이 심해진다. 이러한 좋은 예가 전쟁에의 열광이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아질수록 심해진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다.

전쟁에 대해 거의 이성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분쟁지역에 사는 예속민들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전쟁이란 파도처럼 자기 몸 위에 덮치는 끊임없는 재앙이다. 어떤 편이 이기는가는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통치자가 바뀌었다라도 전에 받던 취급을 받으며 새 주인을 위해 전과 같은 일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이들보다 약간 나은 대접을 받는 소위 「노동자」들은 가끔 가다 전쟁을 의식할 정도다. 필요할 때면 그들은 광적인 공포와 증오에 흥분되기도 하지만 혼자 있게 되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어버린다. 당원급, 특히 내부당원에 이르면 진짜 전쟁열에 휩싸버린다. 당원급, 특히 내부당원에 이르면 진짜 전쟁열에 휩싸인다. 세계의 정복이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욱 굳게 믿기워진다. 이러한 상반된 것의 결합-무지와 지식, 맹신과 냉소의 결합이 오세아니아 사회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공식적인 이념은 그럴 이유가 없는 데까지 모순을 지니고 있다.

그는 침대에서 돌아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권력의 성직자(聖職者)야, 신(神)은 권력이고.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자네가 보기에 권력은 말뿐일 거야. 이제는 자네가 권력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때야. 자네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권력이란 집단적이란 걸세. 개인은 오직 개인임을 포기할 때 권력을 갖게 돼. <자유의 예속>이란 당의 슬로건을 알겠지. 그것을 역(逆)으로 생각해 보았나? 예속은 자유라고. 혼자서, 자유로이 있으면 인간은 언제나 패배해.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죽을 운명에 처해있고 죽음은 가장 커다란 패배이기 때문이야. 그러나 인간이 완전하고 명백한 복종을 행할 때,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를 버리고 당에 포섭되어 그 자신이 곧 당이 된다면 그는 전능하고 불멸의 존재가 되는 거야. 둘째로 알아 둘 것은 권력이란 인간에 대한 권력이란 점일세. 인간의 육체뿐 아니라 무엇보다 정신을 지배하는 권력이어야 해. 사물에 대한 권력, 자네 식으로 하자면 외적인 실재에 대한 권력은 중요하지 않아. 사물에 대한 우리의 권력은 이미 절대적이야.」
-238쪽

윈스턴은 잠시 동안 다이얼을 무시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고 애를 썼으나 몸을 비트는 바람에 고통만 왔을 뿐이었다.
「그럼 어떻게 사물을 지배할 수 있단 말예요?」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날씨도, 인력(引力)의 법칙도 지배할 수 없는데. 게다가 병과 고통과 죽음이……」
오브리엔은 손짓으로 그의 말을 막더니 자기가 말을 계속했다.
-23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