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양장)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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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힌다.  

문체도 좋고, 과거의 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놓은 것도 좋다. 

비화를 읽는 듯한 느낌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측천무후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샨사의 '측천무후'는 여황의 내면을 중심에 놓고,  

그녀가 암투 속에서 어떻게 지혜를 발휘하였으며, 

황제의 자리에 앉은 최초의 여성이기 이전에 말 그대로 한 여성이었음을 

그녀의 뿌리 깊은 고독과 함께 그려내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상식으로 그녀를 재단하려 했다가는 이 소설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샨사는 가능한 범위에서 한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로써  

측천무후를 바라보았고, 그러했기에 그녀의 불우한 일상, 많은 것을 가졌으나 끝내 

비문에 아무것도 씌어지지 않는 역설적인 삶을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 내면으로 파고들어 그 끝간데까지를 들여다보았을 때,  

인간적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샨사의 '측천무후'는 긍정도 부정도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향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나는 얼굴을 붉히는 저 모란, 흔들리는 저 나무, 속삭이는 저 바람이다.
나는 순례자들을 하늘의 문으로 인도하는 저 가파른 길이다.
나는 어휘 속에, 아우성 속에, 눈물 속에 있다.
나는 정화시키는 뜨거움이고, 조각하는 아픔이다.
나는 계절을 가로지른다, 나는 별처럼 빛난다.
나는 우수에 젖은 인간의 미소다.
나는 산의 너그러운 미소다.
나는 영원의 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자의 수수께끼 같은 미소다.   

대미를 장식하는 이 부분은 '측천무후'를 덮으면서, 

가장 겸허하게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다. 

나는 내가 죽어도 세상의 무엇으로 남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것이 나무든 풀이든 바위든 공기든, 

그 어떤 것이어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 

그러한 나의 상상과 더불어 글과 작가와 하나가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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