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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ㅣ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중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축복받은 국어 선생님 덕분에 여러번 읽고 친구들과 서로 이야기 할 시간도 가질 수 있었고 또 '길들여진다는' 한마디 말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다닐 수 있었다. 자라면서 종종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어린왕자라고 말할 수 있었던 만큼 난 이 책에 대해 많이 기억하고 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젠 농담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완전한 아줌마 나이가 되어 다시 읽어보니 그 때 내가 읽었던 어린왕자와 이책은 완전히 다른 책같은 느낌이다.
이게 이런 책이었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어린왕자와 자신의 별에 두고 온 장미한송이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완전히 아침이슬처럼 순수하고 맑음이 가득한 투명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이렇게 현실적이고 어른스러운 책이었던가? 그제서야 지은이에 대해 좀더 찾아보고 이 사람의 다른 책에 대해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리고 지은이가 순수하고 맑은 어린왕자 속에 살짝 가려논 추악한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 잘보이는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나도 어린왕자가 지나온 별들 하나하나를 차지하고 있던 우스꽝스럽게 묘사됐던 그 별사람이 되어버렸음을 어쩔 수 없이 자각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시절 이 책은 조금 읽기 지루하고 힘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이책을 이해하지 못한채 읽어나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른이 되어읽어보니 마치 이솝우화처럼 쉽게 읽혀나간다. 그만큼 난 잊지 말아할 것들을 너무 많이 잊어버리고 뭔가 예전에는 전혀 소중하고 생각하지 않던 어른들의 일에 몰두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아뱀 속에 코끼리를 그리던 어린 시절 작가의 마음으로 먼저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