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간만에 걸죽한 작가를 만난 느낌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 작가의 책은 이제야 주목하게 되었는지... 이분의 글은 오래된 장항아리에서 꺼낸 된장같다. 억지로 예쁜 글을 써내려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전혀 없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좋은 글을 쓰고는 있지만 스스로 천재임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독자를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글도 전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어 한번 손에 잡으면 쉽게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또한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그런 류의 글들이다.무심한 듯 술술술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시 책을 놓을 때면 생각한다. 황만근이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책에 나오는 또다른 등장인물들 동환이라는 사람, 멍청하기도하고 황당하기도 한 상호친목계회원들 그리고 책의 노예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동갑내기 당숙 등등에 대해..... 민화속의 호랑이 표정처럼 왠지 뭔가 내가 발견하지 못한 많은 비밀이야기가 뒤에 숨겨져 있는 듯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