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꾸리찌바 - 증보판
박용남 지음 / 이후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을 향한 도시 리찌바

 

사람을 향한 도시 꾸리찌바, 지혜로운 아이디어가 가득한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 저자의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를 읽다가 마저 읽지 못하고 반납한 적이 있는데 그 책속에 소개된 책이 이 책이다. 먼저 출판된 책으로 생태도시관련 책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책이 [꿈의도시 꾸리찌바]. 그런데 읽다보니, 이런, 세상에 이런 정치가가 세상에 존재한단 말야? 할 정도로... 멋진 행정가를 만났다. 

모든 행정을 펼치는 중심에선 모든 기준이 '사람'과 '자연'에 있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행정엔 놀라운 점들이 많다. 놀라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탄생되는 것도, 실행되는 점도 놀랍지만, 그 모든걸 가능토록 같이 움직여주는 꾸리찌바시민들과 공무원들의 움직임 또한 무척이나 지혜롭고 놀랍다(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필독서로 안겨주고 싶은 마음 가득). 하나 하나 정성껏 사람을 향하여 행정을 펼치면 어떠한 결과가 이루어지는지 꾸리찌바 도시 형성 몇 가지 사례만 봐도 감탄이 나올 것이다.

이 도시의 자전거도로는 크게 두 개의 범주, 즉 레저용과 통근.통학용으로 나뉜다. 전자는 완만한 경사를 가진 소로를 통해 시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공원을 연결한 자전거도로로서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을 위해 약간 경사진 언덕을 따라 형성된 생태도로에 만들어졌고, 후자는 직선인 데다 평평한 자전거도로로 집에서 일하러 가거나 학교에 가는데, 그리고 도심으로 가거나 시를 순환하는 데 이용할 수 있게 조성된 것이다. 83쪽

단순, 자전거도로의 포장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그 목적(이동을 위한 도로이용과 이용자의 건강을 위한 도로)을 정확하고도 넓게 바라보고 이행하는 시선이 놀라웠다.  
 

자동차에 대해 중요성과 우선권을 적게 주면 적게 줄수록, 도시는 자동차는 물론 사람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게 되지요. 85-6쪽
사람, 보행자를 우선시 하는 사고는 이러한 마음을 갖고 행정을 펼치기에 가능한 결과물일터. 

그렇다면 이러한 행정을 펼치는데 반대 여론은 없었을까?
"꽃의 거리", "시민의 거리"라 하여 넓은 도로를 교통수단을 전혀 허용치 않는, 걷는 시민들만이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든 거리조성에는 시민 모두가 찬성했을까? 성난 자동차클럽 회원들이라던가, 재래시장 상주들의 여론에도 현명하게 보여주는 꾸리찌바 행정가들의 대처법은 우리네 경찰특공대를 대동.창피한 물대포식 응대가 오버랩되면서 세상엔 이러한 대처법도 있음을 알게 해주고 우리나라 행정가들도 본받았으면 싶었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이권손실에 대한 생각과 반감만을 떠올릴게 아니라 좀 더 먼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생길텐데 말이다. 

성난 자동차 클럽의 회원들이 보행자 광장을 도로로 복원하라는 위협에 대응한 방법은 경찰을 부르지 않고, 그 대신 시청 직원들에게 보행자 몰에 길다란 종이를 깔아놓도록 지시했다. 자동차 클럽 회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그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었다. 이 작은 승리를 통해 꾸리찌바는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를 존중하는 문화적 혁명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86-87쪽

시민의 거리 형성은 도심으로 향하는 사람을 줄이고 주민들을 지역사회의 공공서비스에 의존토록
교외 가구들을 근린의 중심으로 모으고, 은행에 가고 장보기 위해 도심으로 가는 통행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좀더 촉진시키기 위해 시에서는 최근 들어 7개의 '시민의 거리' 중 2개에서 시민들이 개인적인 용무를 2시간 내에 보고 귀가할 경우 추가적인 요금 부담 없이도 버스를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16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내에서 모든 재화나 서비스, 교육이 이뤄지도록 행하는 행정정책도 많다.
취업로 프로그램도 그 한 예인데. 사용연한이 지난 버스(라지만 꾸리찌바의 사용연한 버스 수명은 다른 나라들보다 기간이 상당히 짧다)를 재활용해 그 안에서 직업훈련을 갖는다. 학교가 교육을 받는 자에게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해 옴은 물론이요, 저소득가정이나 실업자들에게 낮은 비용으로도 근거리에서 손쉽게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교육자 또한 교육과정이 제공되는 지역사회 내에서 충원된다고 한다. 그러니 교육비에 들이는 예산의 낭비도 최대한 막을 수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프로젝트의 독창성이 지역경제와 시민들에게 비춰질 모습이 어떠할지 금방 상상이 될 것이다.(국내에도 물론 폴리텍대학이라 하여 직업전문기술을 익힐 수 있는 곳이 전국에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요자중심의 교육시스템이 아니기에 나처럼 2시간거리를 전철과 버스를 환승하며 총 4시간을 소요해서 다녀야 했다. 물론, 이렇게 장거리로 다니는 열성이 있다면 모르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참여율과 출석률은 역시나 극심하게 저조했다.)

꾸리찌바의 이러한 저예산으로 펼치는 고효율 정책으론 보건정책도 있다. 시청에 의해 발견한 대안방식으로 고가의 의약품을 상자없이 10% 저렴한 비용으로 약품을 구입함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193-4쪽

참신한 보건복지 프로그램(분리수거가 어려운 빈민의 구석구석 지역은 재활용 물건들을 직접 모아오면 녹색차량이 와서 수거해가며 야채로 바꿔주는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재활용하여 사회로 내보내는 시스템 등)이 다양하고 그런 대안을 내놓는 시청직원이며, 실행에 즉각 옮길 수 있는 정치를 펼치는 꾸리찌바를 보면 참으로 부럽고 건강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고비용이 드는 교통정책 중 지하철노선 설립문제를 두고 저예산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교통정책을 생각하다 이루어진 '땅 위의 지하철'처럼 생각하고 이뤄낸 교통정책이 꾸리찌바가 거둔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전세계에서 많이들 모델로 삼고 배우러 오고 우리나라 서울시 버스체계의 변화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 지금 우리도 어느정도 시행되고 있다. 경기권과 서울권내의 급행과 지선노선들이 생겨나고 환승되어 운행되는 점 말이다. 교통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시장 레르네르는 이렇게 말했다.

"교통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을 전문가에 맡겨 둘 수 없다. 그들은 교통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지만, 교통의 문제를 도시의 문제와 연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은 교통공학자들에 죽임을 당하고 있다."238

"많은 도시에는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와 함께 일한다." 그리고 예산 타령만 늘어놓고 있는 전문가와 공직자들으르 매우 싫어한다. 많은 도시의 시장들이 풍족한 예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창조적인 시책 사업을 개발하지 못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마나 보더라도 그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39쪽 

 부정적인 생각보다 가능성을 보고 실행하는 행정가. 때문에  높은 비용이 드는 도서관같은 공공시설 건립도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토록 시행했다. '지혜의 증대'라 하여 크지 않게 소형 도서관으로 지역 구석구석에 설립하여 보다 많은 빈민이나 어려운 교육환경의 시민들의 접근이 쉽도록 하였고 기존의 탄약창을 재활용하여 연극관을 짓는 등 공공사업의 추진력에도 저예산으로도 빠른 속도와 높은 효율로 대처했다.  
 
공공주택지 문제에서 보인 답변 또한 우리 정부의 대처법과 판연히 다르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파는 노점상의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행정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상인들에게는 물론이고 거리에도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우리는 이것이 그들의 직업인데 '떠나라'고 말할 수 없었다. 만약 도시가 그들에게 직업을 제공할 수 없다면, 우리들은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계획가 리아나 벨리쉘리
그리하여 노점상이 판매에 흥미를 갖고 있는 지점인 사업하기에 좋은 광장이나 특정한 버스 터미널을 선택하여 관민합작으로 만든 위원회가 매주 혹은 2주마다 이 지점들을 돌아가며 가로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일정을 확정했다. 영구적인 가로시장으로 정착시키지 않은 것도 기존 상인들의 저항을 완화, 노점상의 생존권 보장, 나아가 거리가 황폐화 됨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 이전시킨 노점상에게도 기존 상인들도 생각한 정책.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를 생각하는 행정 결과다.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우리네 자치단체장과 정책이 아닌 시민, 특히 빈민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생하기 위한 정책을 편다는 기본목적을 충분히 숙지한 정책임을알 수 있다. 

"지방정부만이 재빠르게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응할 수 있고, 그것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국가보다 시 정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대답을 얻을 수 있고, 기술이 우리에게 이것을 제공한다. 신용카드가 우리에게 신속하게 재화를제공하고, 팩스 또한 우리에게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해 주고 있다. 석기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유일한 곳은 중앙정부뿐이다." 레르네르 273쪽

마치 꼭 우리나라 행정을 두고 하는 말 같아 가슴 따끔한 문구였다. 멋있다.
이런 정치가를 품고 사는 시민들은 얼마나 존경받고 사는지, 다른 도시로의 유입희망자가 거의 없는 통계치를 이해할만 하다. 너무나 배울 점이 많은 도시이야기인지라 서평이 길어져도 나의 공부를 위해 나중을 위해 감상만을 위주로 쓴게 아니라 기억하고픈 것들을 많이 정리해 나가게 되었다. 꾸리찌바 취업로 프로그램 교재에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고 하는데 그 프로그램이 탄생되기까지 어느만큼의 시선으로 사람에게 향해있는지 절실히 알 수 있고 또 사람을 울리게 한다.

당신이 울고 싶을 때 나를 불러라.
그러면 나는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
당신이 웃고 싶다고 느낄 때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필요치 않을 때도 역시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  257쪽


창조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자본집약적인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291-292쪽)는 것.
나는 꾸리찌바 도시를 통해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그러한 행정은 시민, 인류에게도 자연에게도 지구에게도 얼마나 유쾌하고 건강한 걸음인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았다. 불가능하지 않음도 확실히 알았다. 두고 두고 발상이 난항을 겪을 때 읽어도 좋을듯한 사고방식이 가득한 책.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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