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바람의 화원>과 <뿌리 깊은 나무>의 작가 이정명에게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다. 배경에서부터 이야기까지 그의 이야기에 '한국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왠지 이정명의 소설은 한복의 팔랑거림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악의 추억>의 가제본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출간 후에 알았다. 그 전에 제목도 정해지지 않은 소설 책 한 권을 받았다면 나는 정말이지 그 책이 이정명의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을지 모른다. 

 <악의 추억>에 등장하는 인물은 외국인이다. 이름도 생소한 '라일라 스펜서', '크리스 매코이', '제임스 헐리'같이 막 미국드라마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름이다.  

소설은 '안개는 위험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위험할 뿐이다'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유독 '안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은 것 같다. <악의 추억>에 등장하는 그 안개낀 저편의 침니랜드는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의 무진시와 비슷한 이미지를 준다. 거칠고, 덜 다듬어지고, 읽다보면 더더욱 어둑함이 느껴지는 그 곳이 바로 침니랜드다. 

그 곳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 책은 그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이른바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추리 소설'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추리 소설이기에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도 당연히 존재하고,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꼬집에 잘 풀어낸 묘한 느낌의 소설이다. 

침니랜드가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하고, 길을 가다가 '크리스 매코이'나 '라일라 스펜서'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이정명의 수완 좋은 이야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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