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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하다.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건 기억이 남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좋지만, 틀에 박힌 사람으로 남는다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아쉽고 불공평하고, 불편하다.
나에게 은희경의 소설이란 '무채색 속에 빛나던 파스텔' 정도의 색감이었는데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읽는 내내 비오는 날 덜마른 빨래 같은 느낌이 많이 난 '회색빛' 이었다.
누군가에겐 이런 회색빛의 은희경 작가가 신선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왠지 모를 배신감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은희경'이라는 이름 석 자가 주었던 온화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예상치못한 공격을 받은 듯 순간 휘청할지도 모른다.
평소 나는 장르에 대한 편식이 없는지라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곤 하는데 그래도 역시나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다른 작가의 느낌을 받는 게 그리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닌 것 같다.
거기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말도 안되는 쌍자음도 참 불편하다.
은희경의 아기자기하고 맑은 느낌의 글을 기대하고 이 책을 선택한다면 약간은 기대에 못 미치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반대로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