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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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퍽이나 불편해지는 책이 있다.

심장이 기분 나쁘게 두근거리고, 마른 기침을 하게 되고, 책장을 넘기는 손이 파르르 떨리는.

그렇게까지 그 책이 불편한 이유를 묻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콕 집어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명쾌한 무엇은 없다.

작가의 위선이 느껴져서이기도 하고, 내 삶과 전혀 다른 그들의 열정적인 삶이 불쾌해지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그 작가의 정치적인 성향이 묻어나는 무거운 내용의 것이라면 불편한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한 것 만큼이나 답답해진다.

나는 책이란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것'정도이지, 일부러 뭔가를 얻으려 읽거나 하는 건 책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글을 쓴 사람들이(가끔 아주 쉽게 쓰인 것 같은 책들도 있고, 아주 더 가끔 '쉽게 썼다'라고 책머리에 말하는 작가도 있지만) 힘들여 쓴 한 줄 한 줄을 억지로 소화시키려는 독자들은 책의 쓴 맛 만을 느낄 테니 나는 그런 독자는 되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목수정의 글을 읽고 있으면 참 농도 짙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색채도 진하게 묻어있고 주위 사람을 누르는 것 같은 삶의 열정과 결단력에 혀를 내두르고 말 정도로 그녀는 참으로 '특별한' 사람이다. 아이를 안고 있는 온화한 사진과는 다르게 강한 책 제목이 흥미를 끌었던 것도 사실이고 범상치 않은 그녀의 행보에 이 책에는 과연 무엇을 쏟아부어놓았을지도 궁금해졌다.

이 책은 불편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불편하다'이다. 얼마냐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책장을 넘기기 힘들 정도'이다. 끝까지 읽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고, 이유를 묻는다면 '목수정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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