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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세상살기 힘든 때이다. 한 해가 지날수록 삶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져야 하는데도 늘어나는 건 걱정과 고민, 그리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말버릇이다.
이럴때는 스트레스를 풀어야 해, 하고 마음 먹지만 일상을 툴툴 모두 털어버리고 훌쩍 떠날만한 용기는 나에게 없다. 그럴 때는 내 앞에 있는 문제를 완전히 제대로 보는 방법과 아니면 슬쩍 보지 못한 체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후자- 누군가가 '당신은 겁쟁이'라고 손가락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내 나름대로 내가 이 세상을 버텨가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을 어쩌겠는가.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괜찮아질것이다'라고 마음 먹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나 영화이다. 분명 아무 고민 없이 시간을 보내고, 그 순간 고민을 잊게 만드는 것은 영화 쪽이 더 효과적임이 분명하지만 내가 거의 택하는 것은 '책'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이름을 보면서도 읽기 어려운 학자들이 '너나 잘하세요'라고 시니컬하게 말하는 책을 읽으면 역효과가 심할테니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런 때에는 간단하고 짧고, 얇고, 그림 많은 책이 최고다.
그런 면에서 <하악하악>은 100점. 얇은 편은 아니지만, 짧고, 글자 크기가 크니 한 권이라고 해봤자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10분에라도 당장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거기다 한 페이지에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니 얼마나 읽기가 수월하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 읽기 수월하고 읽는 내내 재치넘치는 이외수의 글귀에 반하고 또 반한다. 속 시원하고, 가슴 뭉클하고, 어쩌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고- 그러면 '아-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책 한 권으로, 글 서너줄로, 그림 하나로 이 큰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깟 책값이 아까울까.
누구나 기댈 곳이 필요하다. 누구든 다 그렇다. 그것을 인정했다면 위로받을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고, 그 '누군가'를 찾지 못했다면 이외수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