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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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에는 그 특유의 고유한 느낌이 있다. 나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대학에 막 입학하였을 때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다. 막내 고모네 식구가 일본에 살고 있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일본 여성 작가의 전성시대라고 할 정도로 한국에서 번역서가 많이 나오는 시기이기도 했다. 친구들은 그 정서가 맞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그 정서가 마음에 스며들었다.

처음 ‘유랑의 달’ 표지를 보았을 때 아스라이 두 남녀의 뒷모습이 그들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마음이 끌렸다. 무언가 아린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이 책은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이야기 이다. 하지만 나는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한 소녀의 이야기로 읽었다. ‘그’라는 표현은 적절하다. 누구든지 사라사를 ‘유괴 당했던 그 소녀’ 라고 표현을 했고 후미를 ‘유괴를 했던 그 대학생’으로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 명의 여성이고, 한 명의 남성이다. 그저 같은 빛의 강도와 같은 어둠의 정도와 같은 마음속 구멍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따로 분리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우리는 부모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 친구라고 하기도 어렵다. 우리 사이에는 말로 다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만, 무엇으로도 우리를 단정 지을 수 없다. 그저 따로따로 혼자 지내며, 그러나 그것이 서로를 무척 가깝게 느끼게 한다. 나는 이것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모르겠다." _p.283_

1. 여자아이 이야기
삼십대 즈음으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와 십대 여자아이가 패밀리 레스토랑에 함께 앉아 있다.

2. 그 여자 이야기 1
사라사는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래서 학교에서 다들 이상하게 생각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지만, 아빠가 병에 걸리고 세상에서 사라지자, 엄마도 곧 사라진다. 사라사는 9살에 홀로 남겨져 이모집으로 보내진다. 눈치를 보느라 평범한 아이인척 연기를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그러던 중 후미를 만났다. 그리고 후미는 사라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라사는 후미와 함께 있어서 그 어느때 보다도 편안하다. 이 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사라사는 9살에 불과했고, 후미는 19살 대학생. 그리고 이들의 동거는 세상사람들이 유괴라고 부르는 것이다. 후미는 그저 사라사를 편안하게 해 주었을 뿐인데도 아무도 사라사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모의 아들에게서 해방되기 위해서 술병으로 그를 힘껏 내리친다. 사라사는 아동 보육시설로 가게 되었다.

3. 그 여자 이야기 2
사라사는 성인이 되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남자친구 류와 함께 살고 있다. 류가 원하는대로 집안의 모든 일은 대부분 사라사의 몫이다. 갑자기 결혼이야기가 나오고 사라사는 혼란스럽다. 그런데 우연한 회식자리에서 가게된 밤부터 새벽까지 여는 카페 calico 에서 후미까지 마주치게 된다. 사라사는 후미가 본인을 증오할까봐 두렵다. 자신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음에 틀림없으니까. 하지만 사라사는 계속 후미를 지켜보러 카페로 찾아간다. 류와는 삐그덕 거림이 시작되고 류의 폭력적인 면들이 드러난다. 도망을 쳐야할 때다. 무리를 해서 후미가 살고있는 아파트, 후미의 옆집으로 이사를 간다. 조금씩 예전처럼 웃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안자이씨가 여행을 간 동안 딸 리카를 맡아주면서 후미와 사라사와 리카는 서로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존재가 되어간다. 역시, 영원히 편안히 지낼 수는 없는 것일까. 사라사와 후미의 이야기가 소문이 나게 되고, 리카까지 엮여서 사건이 커지게된다. 경찰서 조사를 받고, 후미는 패닉상태가 되어버린다. 어린 사라사의 손을 꼭 쥐어 주었던 후미처럼 사라사도 리카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4. 그 남자 이야기 1
후미는 육아서를 신봉하는 엄마 덕분에 바르게 자랐다. 하지만 무언가 하자가 있었다. 하지만 무서워서 가족들이 알면 자라지 않았던 물푸레나무가 뽑힌 것 처럼 자신도 흔적없이 뿌리체 뽑힐까봐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가 없다. 겨우 대학에 입학하며 가족에게서 벗어났다. 그리고 어린 사라사를 만났다. 너무나도 외로워보여서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세상이 후미를 어떻게 취급할지 지금 이 상황이 어떤건지 후미는 사실 정확히 알고 있다. 이를 통해서라도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못했던 자신의 하자가 밝혀지기를 바라는 지도 몰랐다. 유괴범으로 의료 소년원에서 몇 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기댈곳은 없다. 힘든시간이었다. 유일한 희망은 사라사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것 하나였다. 사라사를 만나고 싶어서 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일본어로 사라사, '아름다운 이국의 천'이라는 이름의 카페 calico 를 운영하기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사가 후미 앞에 나타났다. 15년 만이다.

5. 그 여자 이야기 3
6. 그 남자 이야기 2

후미와 사라사는 함께 있다. 매번 쫓겨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유괴범과 유괴당했던 소녀의 동거는 세상사람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병적인 일이다. 하지만 사라사는 후미옆에서 그런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해맑다. 그리고 일년 한 번쯤 쉬는 날에 리카를 만나러 온다. 리카는 여전히 어른스럽다. 리카는 유괴사건을 알게 되었지만, 유일하게 후미가 좋은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인정해준다.

"후미는 그런 사람 아닌데. 후미와사라사 언니는 무지무지 좋은 사람인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리카를, 사라사는 말없이 껴안았따. 두 사람을 보며, 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괴로움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허공에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 하지만 분해서 우는 리카와 그런 리카를 껴안는 사라사를 보았을 때는 그 고통도, 내뿜는 한숨과함께 하늘로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_p.362_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유랑의달 #나기라유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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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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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는 동물을 의인화 해서 나타낸 글을 가리킨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우화의 대부분은 작가 이솝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다. 그래서 이솝 우화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 책 '이솝 우화 전집'은 이솝의 우화 원작 358편의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다.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는 말이 많이 흥미로웠지만, 아서 래컴 외 여럿의 클래식 일러스트 88장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는 것 또한 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

좋은 것들은 힘이 없어서 나쁜 것에게 쫓겨 다녔다. ... 자기들이 어떻게 해야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겠느냐고 제우스에게 물었다. ... 한 번에 하나씩만 가라고 그들에게 말해 주었다. ...

- 좋은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반면에, 나쁜일은 연달아 일어난다는 뜻이다.


* "제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열두 신 중에서 최고의 신의 이름이다. 당신에는 그 외에 여러 신이 있었지만, 이솝 우화에서 동물들이 신에게 청을 할 때는 항상 제우스를 찾는다.


우화가 나오고, 그 아래 그 우화에 대한 교훈을 설명해 준다. 신기한 것은 교훈이 없는 우화들도 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맨 아래 주석이 필요할 때 주석을 달아 놨는데, 그 내용이 참 신기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자세히 설명을 해 주어서, 내가 지금 우화를 읽고 있는 것인지, 그리스 신화를 읽고 있는 건지 종종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심지어 그리스 신화는 어떨지 참 궁금해 졌다. 어렵기만 느껴졌던 그리스 신화를 이렇게 이솝의 우화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다니, 참 올바른 일 이 아닐 수 없다! 이것만을 보아도 이 책은 소장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가지 우화와 이 책속의 우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일례로 '여우와 신포도'를 보면 내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는 '신포도들'이기 때문에 안 먹는 거였는데, 그리스어 '옴파케스'라는 말이 이 우화의 원전에 쓰여 있고, 그것을 번역하면 '덜익은 포도들'이라는 것이다.


여러가지 교훈들도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준다. 소크라테스가 사형집행을 앞두고도 이 책을 탐독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같다. 교훈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가까이에 이 책을 두고 한꺼번에 읽기 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나의 것으로 만들면서 음미하기에 좋은 책임을 알 수 있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이솝우와전집 #이솝 #현대지성 #아서래컴 #소크라테스탐독 #아리스토텔레스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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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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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쓰는 시인이라 불리는 작가! 한러 3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인한 카자코프의 국내 첫번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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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5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서유경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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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도스토예프스키어 풍자가 담긴 단편 8작품을 새롭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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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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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신세대 작가의 SF 소설!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첫작품집이기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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