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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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고래 모비 딕을 쫓는 이야기만이 아닌 - ]


< 모비 딕 MOBY DICK >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와아, 멜빌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장난이 아니다.

아니, <모비 딕>의 화자는 이슈메일이니까 이슈메일의 이야기가 장난이 아니라고 해야할까.


벽돌책을 천천히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왠지 <모비 딕>은 오랫동안 끌리지가 않았다. (청소년 명작으로는 읽었지만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포경업에 대한 반감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고 망망대해에서 하얀 고래를 추적해서 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일지도 모른다. 약간의 궁금증은 일등 항해사 '스타벅'이라는 인물과 해양 생물의 행적 정도. (스타벅스 홈페이지 들어가면 스타벅스 이야기에, '이 세명의 동업자는 멜빌의 모비 딕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피쿼드호의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스타벅스'를 생각해 냈'다고 쓰여 있다.)


출간 13주년 기념으로 전면 개역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봤는데, 오! 표지가 너무 매력적이다. 읽지 않을 수가 없었어.


8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천천히 읽었다. 하루에 60페이지 정도씩 읽으면 13일이면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오랜만에 인덱스까지 날짜별로 붙여 놓았다. (벽돌책을 읽을 때는 매일의 분량이 눈에 보이도록 인덱스로 표시해 놓으면 좋다!) 내용은 재미있고 읽을때마다 흥미로웠지만 빽빽한 자간에 하루 60페이지는 다 읽히지 않았고, 계획보다 조금 늦게 딱 보름만에 부록까지 다 읽었다. 사실 맨 뒤의 내용(추적 -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그리고 에필로그까지)은 전날에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책을 덮기가 아쉬워서 다음날로 미룬거였다. 그만큼 읽으면 읽을 수록 빠져드는 책이다.


<모비 딕>은 한쪽 다리를 잃고 모비 딕에게 복수를 하려는 에이헤브 선장의 광기와 이를 둘러싼 포경선 피쿼드 호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들(해양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슈메일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소설이다.


"나는 과감하게 내가 원하는 일을 했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이다. 그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타벅이 그렇다. 하지만 나는 악마가 들린 미치광이다. 나는 미쳐버린 광기다. 그 사나운 광기는 자신이 이해할 때만 잠잠해진다. 나는 팔다리가 잘릴 거라는 예언을 들었다. 그리고 좋다, 나는 다리를 잃었다. 이제 나는 내 다리를 자른 놈의 몸을 잘라버릴 거라고 예언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예언자이자 그 실행자가 된다." _p.257_


어찌보면 간단해 보이는데, 어떻게 800페이지가 넘었을까? 여기에는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재미있는 서술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 얘기했듯이 이슈마엘의 이야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점.


내가 느낀 <모비 딕>의 매력


1. 제 32장의 제목은 [고래학]이다. 고래 크기별로 종류를 나누어 설명해 놓았다. 해양과학서인가 싶을 정도다. 흥미롭다. 고래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하나씩 찾아보며 읽어도 재미있지만, 흐름이 끊기므로 종류별 고래의 사진을 미리 옆에 찾아놓고 읽기를 추천한다. 


2. 중간중간 어떤 장들은 대화나 독백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마치 희곡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책 속에 한편의 연극이 삽입되어 있다고 느낄 만큼 생생하다. (대표적으로는 제 37장에서 제 40장이 있다.)


3. 수다쟁이 이슈마엘은 독자가 슬슬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알아서 이야기 해 준다. 제 89장은 [잡힌 고래와 놓친 고래]인데 고래의 소유권에 대해서 나온다. 다른 포경선과도 마주치고 정보도 교환하고 그러는데 같이 고래를 발견했을 때는 어떻게 할까 궁금하던 차에 소유권 얘기가 나와서 가려운데를 긁어 주었다. (심지어는 주석도 많이 달아 놓았고, 상당히 자주, 뒤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는 말까지 한다.)


4. 대화, 독백, 혹은 자세한 묘사를 통해 인물을 살아있게 만들었다. 에이헤브 선장 뿐 아니라 세 명의 항해사 스타벅, 스터브, 플레스크, 세 명의 작살잡이 퀴퀘그, 태시테고, 대구, 그리고 나머지 많은 선원들(이슈마엘도 이중의 한 명)이 있는데 이들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런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보여 책 읽는 재미를 한껏 상승시켜 주었다. 또 인물들의 이름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에서 나왔는데, 대부분 아는 인물들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등장 인물들의 평범한 설명은 제 26장에서 제 28장까지 나온다.)


5.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내적 갈등도 심화되면서 내면의 심리나 풍경의 묘사가 한페이지를 넘게 표현되기도 했는데, 그 부분이 그렇게 좋더라. 인생이 담긴 책이다. 멜빌 할아버지, 묘사의 달인이십니다!! 반했어요!! (북마크 해 놓은 부분이 많지만, 제 114장 [도금장이]와 제 123장 [머스킷 총]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때로는 밝은 달빛이나 별빛 아래에서 신비롭게 물을 뿜기도 하고, 때로는 온종일 또는 이틀이나 사흘 동안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그러다가 다시 나타날 때마다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아서, 그 외로운 물줄기는 영원히 우리를 유혹하는 듯했다." _p,341_​


이렇게 말하다 보면, 다 좋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사실 고래를 잡는 장면과 그 이후가 너무 끔찍하고 슬퍼서 읽고 싶지 않아지기도 했다. 시대적인 배경과 험한 직군임을 감안하더라도 인종 차별적이거나 거친 언행을 따라가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읽었다는 마음이 크고,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천천히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허나, 100페이지 정도는 줄여도 되지 않았을까...ㅋㅋ)



** 작정단 12기로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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