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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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의책파_4월 ] - 2


<여수의 사랑>


한강 소설집 | 문학과지성사


나는 해설 읽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세문의 해설. 대부분의 세문 뒤에는 작가에 대해서, 시대에 대해서, 또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는 해설이 있기 마련이다. 해설을 읽으면 책을 읽는 동안 이해하기 좀 어려웠다거나 의문스러웠던 점이 어느 정도는 다소 해결되곤 한다.


단편 소설을 읽으면 모호하게 끝나는 작품도 많기 때문에 작가의 말이나 서평가 또는 다른 소설가의 해설, 발문 혹은 대담이 뒤에 나와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너무 전문적이어서, 또 나의 지식이 부족하여 해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있는데 한국 소설, 특히 조금 오래된 소설 뒤에 쓰여있는 해설은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더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해설 좀 쉽게 써주세요. 엉엉.


<여수의 사랑>은 한강 작가님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1995년에 초판으로 발행되었고, 하나의 소설을 빼고 1912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내가 갖고 있는 이 책은 2017년에 나온 특별 한정판이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표지가 너무 예쁘다. (안에도.. 그래서 동영상을 찍을 수 밖에 없었음!!) 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는 <여수의 사랑>은 2018년도 개정판인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초판까지해서 이렇게 네 번이나 출간될 정도면 참 대단한 거다. 한강 작가님의 위력.


[작가 후기]


이 길뿐일까 하는 끈질긴 의문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난다.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왔다고, 꺼질 듯 말듯한 빛을 따라 계속해서 걸어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자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안도감이 찾아왔었다. _1995년 7월 한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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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문장들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쓰지 않을 표현과 비유들, 관념어들, '하였다' '건네어' '비치어' 같은 예스러운 어미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문체가 사람이라는 말을 따르자면, 그사이 내 문체는 변했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장에 대한 고심보다 어렵게 느껴진 것은 기억들이었다. 한 편씩 읽어가는 동안 그 시절의 공기, 내 몸과 마음의 상태 같은 것들이 차츰 생생하게, 종내에는 숨 막히도록 생생하게 가까워 오는 것을 느꼈다. _2012년 1월 저물녘 한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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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잘 설명하지 못하겠다. 첫 책이라서. 그게 믿어지지 않아서. 너무 기뻐서, 또는 두려워서.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이. 또는 스스로와 결별하는 것이.


그렇게 오래전에 이 책에서 걸어나왔다. 그러니까 거의 22년 동안 이 책으로부터 멀어져 왔다. 내가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더 멀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희미한 실낱같은 것으로 여전히, 끈질기게 연결되어 있다. _2017년 4월 새벽에 한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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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를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확실히 지금의 문체와는 조금은 다른 결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수식 어구와 묘사가 지금보다 조금 더 많다. 하지만 한강 작가님 특유의 그런 느낌, 묘사의 아름다움, 몽환적인 분위기.. 아무튼 그런 것들은 지금과 비슷하게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묘사가 많은 건 어떻게 보면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게 한강 작가님만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재작년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전까지만해도 한강 작가님의 소설은 읽기가 많이 두려워서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가슴은 많이 아팠지만 내가 그동안에 조금씩 쌓아온 내공과 아주 약간의 단단해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책을 읽고 나서는 한강 작가님을 조금씩 더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작년에는 마침내(?) 5월에 <소년이 온다>도 읽었다. 단 두 권이기는 했지만 한강 작가님의 문체에 조금 빠져든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한강 작가님 소설의 시작, <여수의 사랑>을 읽으면서 그 어두움, 청년이지만 청년같지 않은 그런 느낌이 많이 베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우연히도 배수아 작가님의 첫 소설집을 읽고 나서 바로, 아니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의 절반 정도를 읽었을 때부터 시작 했으니 같이 읽게 되었는데, 그 느낌도 상당히 새로 웠다.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진 배수아 작가님과 한강 작가님, 두 작가님 모두 1993년부터 작품 활동 시작. 최근의 혹은 작가로서의 색체가 명확해진 이후에 출간한 작품을 먼저 읽은 뒤에 첫 소설집을 읽게 된 나. 동일한 부분들을 발견해서 신기하기도 한 마음이다.


[야간 열차]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_p.182_


[진달래 능선]
어디서 이렇게 가난한 얼굴로 자라났느냐. 지금은 어디서 이렇게 가난한 얼굴로 살고 있느냐. _p.204_


#라라의오늘책파 #라라의책장파먹기 #여수의사랑 #배수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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