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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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ing Questions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타오르는 질문들 



마거릿 애트우드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우와 엄청난 책을 만났다.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록.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인데 읽어서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까울 지경. 게다가 책이 깜장에 반짝이는 보라보라여서 너무 맘에 든다. 계속 읽고 싶었는데 두껍고 무거워서 가지고 다닐 수 없었다는 것이 함정. 덕분에 아침 저녁으로 냐곰냐곰 즐기면서 천천히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만약 묶여 있는 글 대로 5권으로 분할되어 출판되었다면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넘겨봤을 것 같다.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타오르는 질문들>은 나의 세 번째 에세이 및 조각글 모음집이다. (...) 각 권에 대략 20년씩 묶인 셈이다.

각기 나름대로 격동의 시기였다. 조각글은 특정 경우를 위해 쓴 글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시간과 장소에 밀접히 연결돼 있다. 적어도 내 글들은 그렇다. 또한 이 글들은 당시의 내 나이와 외적 환경에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_p.010_



서문만 읽어보아도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의 매력에 푸욱 빠지면서 이 책에서 벌써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삶과 사상, 그리고 대략적인 책의 흐름을 알 수있는 서문이다. 각자의 글들에서 느끼는 바도 많았지만, 나는 왜 이렇게 이 서문이 좋은걸까. 



1부 : 2004-2009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2부 : 2010-2013 예술은 우리의 본성

3부 : 2014-2016 무엇이 주(主)가 되는가

4부 : 2017-2019 파국의 시대

5부 : 2020-2021 생각과 기억




마거릿 애트우드! 그냥 그녀 자체만으로도 너무 멋있다. 



우리는 지혜를 원합니다. 희망을 원합니다. 선함을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스스로에게 우리 욕구의 어두운 면을 다룬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_p.39_



상상을 이해하는 것은 더 이상 취미나 의무가 아니니다. 필요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일은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죠. 아니면 적어도 시도해볼 수는 있겠죠. (...)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_p.41_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나온다. 강연에서 발표한 글을 비롯해서 책의 서문도 있고, 타인에 대한 이야기나 잡지 기고 글, 작가 개인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읽으면서 느끼는 건 정말로 광활한 벌판이지만 허허벌판이 아니라 풍족함이 넘쳐 흐르고, 모든 것이 푸르고 깊이가 아주 깊다는 느낌, 어둡고 불투명한 미래이지만 일말의 희망은 보이는, 빛이 안보이는 곳에서도 무언가 찾게되는, 쓰라리게 통쾌한 그런 거. (쓰면서도 애매한 표현인데 일단 내 느낌은 그렇다.)



환경 보존은 문학 존속의 전제 조건입니다. 환경을 지금과 비슷하게라도 보존하지 못하면 여러분과 저의 글쓰기, 모두의 글쓰기는 그저 무의미해질 뿐입니다. 그걸 읽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을 테니까요. _p.222_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들에 대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말해주는 것. _p.229_



뼈 때리는 얘기들이 참 많다. 글을 읽으면서 통쾌한 부분도 많았고, 십년도 더 전에 쓴 글에서도 지금의 이야기처럼 현실적이고 세련됨이 느껴진다. 아, 작가님 매력 어떡하죠. 전문가 포럼에 초대받을 정도로 환경에 대해서도 박식하다. 모든 것이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글로 이어지고 사이언스 픽션과 사변소설로 확장되는 것 같다.



아마도 인류 최대의 실패는 현대의 실패일 겁니다. 우리는 나머지 세계와도 연을 끊어버렸고, 모두는 나머지 모두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과 별개가 아닙니다. _p.327_



누구도 여성에게 낙태를 강제하지 않는다. 누구도 여성에게 출산을 강제해서도 안 된다. 아르헨티나여, 출산을 강제하려거든 적어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강제라고 부르길 바란다. 그것은 노예제다. 타인의 몸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주장하고, 거기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노예제와 다름없다. _p.552_






<타오르는 질문들>을 읽으면 그녀가 던지는 물음표에 우리가 너무 그동안 (아니 내가 그동안 너무) 아무생각 없이 살아온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생각이 없긴 하지만...인정...그래도 생각 많은데...) 자극을 많이 받았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서도, 인간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소설에 있어서도. 나보다 오래 살았다고 모든 것을 본받고 싶지는 않을텐데 이 책을 통한 그녀와의 만남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많이 웃었다. 글들이 술술 잘 읽히는 건 그녀가 직접 옆에서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기도 할 것이다. 영상을 찾아봐야겠다. 센스와 유머가 철철 넘치실 듯. 



내 침대 옆에 <타오르는 질문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지금도 계속 펼치면서 중간중간 밑줄 친 부분을 읽고 메모도 해 놓는다. 기운 빠지고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허무하게 느껴지거나 의욕이 없어 더 움츠러들고 싶어질 때, 그리고 시시때때로 이 책을 열고 도움을 받게 될 것 같다.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진짜로 강츄!!!  



* '마거릿 애트우드 북클럽'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흠뻑 빠져서 읽고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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