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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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


김종광 소설
교유서가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계속 약을 먹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편안하게해 주는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시골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이라고 했다. 표지도 연두색으로 예뻤고, '시골이야기'와 '성공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관계도 궁금해서 단번에 읽고 싶어졌다.

읽으면서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끊임없이 큭큭 소리내며 웃기까지 했다. 우리 아버지의 옹골찬 고집센 모습이 역경리 할아버지에게서 느껴져서 정감이 갔고, 아버지들은 왜 그렇게 다 똑같은걸까 정말로 궁금하기까지 했다. 

<성공한 사람>에서는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모두가 이어져 있고, 하나의 단편, 단편이 역경리 마을 주민 모두의 에피소드라고 얘기하고 싶다.

역경중에 다니는 3학년 성빈이는 책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어진다. 그 프로젝트의 과정이 나와있는 <성공한 사람, 훌륭한 사람>은 우리 어른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성공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 깊게 생각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성빈이와 팔방미는 동네 친구인데, 이 책의 여러 에피소드에도 짬짬히 등장을 한다.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잘 버텨낸 정도. 참 이상한 일이구나. 성공했냐고 물으니까 자꾸 실패한 일만 떠오르네." _p.91_

서울에서 임신을 하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내려온 차돌과 철없는 아내 학생댁이 역경리에서 정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이들의 성장해 가는 모습이 보여서 가슴 따뜻했다. <학생댁 유씨씨>

"학생댁이 만인에게 공개한 유씨씨는 <농촌사 박물관>뿐이었다. 나머지 세 편은 유튜브 같은 데에 올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 "꼭 누구한테 보여줘야 하나요? 그냥 일기 같은 유씨씨도 있을 수 있잖아요? 내가 만들고 나만 보는. 나중에 내 딸한테나 보여주죠.""  _p.202_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민은 역경리 노인 회장 김사또와 그의 아내 오지랖이다. 한 겨울 한파가 찾아왔을 때 하필이면 큰 맘 먹고 비싼 돈 주고 새로 구입한 보일러가 고장이 난 이야기 <보일러>, 이웃집이 은행나무의 은행을 처리하지 않아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나서서 도와 주다가 좋은 소리 못 들은 이야기 <당산뜸 이웃 사촌>, 노인 회장 연임하면서 또 마을 회관 청소를 맡게 되면서 여러가지 교육에 노출되며 경험한 이야기 <살아야 하는 까닭> 등.. 정말로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부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어찌나 구수한지 나도 모르게 따라서 말하고 있었다.

"설 때 아버지 앞에서 보일러 얘기는 보 자도 꺼내지 말아라. 얼어 죽을 뻔한 것보다 보일러 때문에 체면이 많이 상했잖냐. 계약서도 칠칠찮게 잃어버리고, 뭐든지 독판쳐야 직성 풀리는 양반이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었잖여. 얘 봐라, 늙었다고 체면이 어디가냐?" _p.75_

작가는 "(농촌소설이 아닌) 시골소설은 도시사람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찍듯이 그린 것이 아니라, 시골의 현재를 직시한다. ... 이번 소설집은 11편 모두 시골이야기다,  '농촌소설'이 아니라 '시골소설'이란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말한다.

뒤쪽에 연달아 나오는 단편들은 작가의 말을 실감케 해 주었다. 나에게 시골의 현재를 직시하게 해 준 것이다.

<가금을 처분하라고?>를 읽으며 조류독감이 왔을 때 시골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자식같은 닭들을 자기 손으로 처분 해야만 했던 그 상황들이 그려져서 이 단편을 읽으면서 계속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몇 번을 말해야 돼? 나는 하늘이 두 쪽 나고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 죽여. 쟤들은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자네가 제일 잘 알잖아?"
"네 몇 마리 때문에 내 닭 3만 마리가 죽으면 책임질 거야?" _p.256_

시골에서 종합병원의 의미와 현실이 어떠한지, 또 아픈 동네 주민을 병원에 대려다 주면서 걱정을 해 주는 이웃 택시 기사의 이야기는 <코피 흘리며>를 통해서 들었다. 이 단편은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지고 있는 평생 골골거리고 코피를 흘리는 여인의 입으로 서술이 되고 있다.

"자, 택시비유. 기사님은 인제 가보쇼. 너무 고마워유."
"이냥 피 흘리는 어머니를 두고 발길이 떼지남유."
"병원 왔으니 이제 걱정 없슈."
"그류, 택시 엔진도 안 끄고 들어와서 나가보기는 해야듀. 어머님, 그럼 치료 잘 받으슈. 다 끝나면 저한테 전화하구유. 같이 시장도 보고 집까지 잘 모셔다 드릴테니께." _p.273_

맨 마지막 단편의 제목은 <농사꾼이 생겼다> 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사람. 이 한사람의 젊은 사람이 시골에서는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 수 있다.

"농사꾼이 하나 늘어서 다행이야."
"떠날 거거든. 큰면장 형님네 공룡알만 다 묶으면. 것도 한두달은 걸리겠다만."
"아버지 어머니 들은 어쩌고."
"덕순이가 있잖아. 너도 있고."
"가지 마. 여기가 네가 참말로 있어야 할 곳인지도 몰라. 범골이 너를 간절히 원해." _p.348_

역경리 주민들은 하나씩 별호를 가지고 있다. 큰면장, 기억댁, 삼신딸, 욕쟁이, 여교장, 감골네, 공주댁 ...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삶과 우리네 시골에서 지금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웃었고, 따뜻함도, 아픔도 많이 느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고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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