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4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 지음, 유정화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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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솔제니친 평론집

엘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 지음
유정화 옮김
걷는사람




엘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이름을 알게 되었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작가에게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작가의 배경조차도 알고 있지 못한 상태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도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이고 "솔제니친 평론집"이라고 쓰여 있어서 그제서야 작가의 이력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솔제니친은 스탈린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8년을 감옥과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보냈다고한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집필했다. 그 이후에는 반역죄로 추방되어 20여년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했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와서 국가 문화 공로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도대체 왜 조국으로 돌아왔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평론집에서는 조국 러시아 문제를 어떤식으로 평했을지 기대가 되었다.

사실 평론이라는 말의 어감이 어렵기도 했고,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압도되어 읽기가 망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예상과는 다르게 술술 읽혔다. 1부가 서한, 즉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더 편하게 읽혔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러시아 전역을 순회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편지를 주고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4부를 읽으면  정말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는 민족과 농민에게 조차도 그가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부분이 글에 녹아있고 그래서 더 이해하기가 쉽게 서술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1부. 소비에트 연방 지도자에게 보내는 서한
2부. 어떻게 러시아를 재건할 것인가
3부.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4부. 붕괴되는 러시아

이 책에는 러시아의 역사가 나와있다. 솔제니친의 일생에 걸친 조국에 대한 역사가 서술되어 있다. 과거의 러시아와 현재의 러시아, 그리고 미래의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모든 면에서 비평을 하고 있지만 그의 이면에는 조국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다는 것을 그가 쓴 많은 문장들로 확인을 할 수 가 있었다. 그가 그렇게 힘든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이 붕괴되자 다시 러시아로 돌아온 이유는 조국에 대한 사랑이었다.

"이 편지는 한 가지 생각, 즉 '국가적 재앙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_p.13_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짧게나마 말하고 싶은 것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당신들 모두와 그리고 내가 속하게 된 민족, 그 민족을 구원하는 길이자 축복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들의 운명입니다." _p.15_

"청년들의 정신적 조직을 허용하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자유로운 지역 종교 활동을 허용해주십시오. 자유로운 예술, 문학, 자유로운 출판을 허용하십시오. 모든 것이 분명 풍성한 수확과 열매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모두 러시아에 유익한 것입니다." _p.63_

너무나 방대한 분량이어서 그 내용을 내 입으로 설명을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러시아에 대해서 그리고 러시아와 세계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또한 러시아 문학에서 나왔던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이 떠오르며 한층 더 이해가 되는 경험을 하였다. 

읽으면서 가장 소름끼쳤던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솔제니친이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나라들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과 앞으로 직면해야할 문제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우리가 생각해야할 부분들을 2008년 8월 3일에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한 솔제니친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현재 러시아 국민의 대다수는 무력감, 약탈,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세기 오랫동안 러시아 민족이 겪은 역사적인 패배는 정신적, 물질적인 영향을 미쳤다." _p.506_

"인정한다는 것은 수용과 순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기한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한 기억한다는 뜻이다. 출구의 방향을 찾고, 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우리의 내면을 회복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보다 더 고통스럽고 위험한 것은 정신적인 위기이다." _p.507_

생전 '러시아의 양심'으로 불리던 그의 사망으로 많은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고 한다. '그는 전 세계가 두 진영으로 갈려 극명하게 대립했던 냉전시대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고루 경험한,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평론가였다.'는 글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평론가가 필요할 것이고 국가와 국민들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기약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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