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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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스

라이커티스 장편소설

이수영 옮김

시공사

클로리스라는 제목이 신비로워서 이 책에 시선이 끌렸다. 그리고 제일 처음 써져 있던 책의 내용 설명에서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고로 산속에서 길을 잃은 72세 여성 클로리스

막막함으로 삶의 길을 잃은 37세 산림경비대원 루이스

'길'을 잃은 두 여성이 들려주는 기이하고 따뜻한 구원의 여정

나이 차이가 많은 이 두 여성의 공통점은 '길'이다. 진짜 산속에서의 길과 삶에서의 길.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모든 길은 삶 속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클로리스와 남편 월드립씨는 산속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던 중 사고가 난다. 클로리스가 눈을 떴을 때 윌드립씨는 움직임 없이 벼랑 아래 나무에 걸려있고 경비행기를 조정했던 테리는 엉망인채로 반이 조각난 경비행기 선채에 매달려 있다. 겨우 하루를 보내고 테리는 죽고 무전기는 꺼진것을 발견한다. 저 멀리 보이는 연기를 따라서 누군가라도 마주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클로리스는 산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삼림 경비대원 데브라 루이스는 메를로 와인을 끊임없이 마시면서 일을 한다. 지난 11년간 살아온 작은 통나무집은 산악 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고산 숲 지대에 있고 라디오도 하나밖에 안 잡힌다. 이웃에 사는 경비대원 클로드 폴슨이 잠시 들러서 무선으로 조난신호를 들었다고 보고를 한다. 클로리스라고 세 번 말했다고.

이렇듯 72세 할머니 클로리스는 살기 위해 걸어 들어간 산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리고 37세 루이스는 이혼을 하고 홀로 적막한 산속에서 살기 위해서 와인을 마시고 일도 하지만 방황을 하며 삶의 길을 잃는다. 이 둘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끝까지도 서로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클로리스는 자신을 찾고 있는 수색대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끝까지 살고자 노력을 했을 것이다. 또한 루이스도 클로리스가 살아있을 거라는 집착같은 믿음을 갖았기 때문에 삶의 끝에서 자신을 놓지 않고 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 두 여성은 서로를 잡고 서로의 삶을 지킨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좋다 나쁘다 딱 꼬집어서 말을 할 수 는 없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변화가 있었다. 내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이 책에는 클로리스와 루이스 외에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수색팀의 블루어는 손에 끊임 없이 백묵을 묻히며 손을 건조하게 만들고, 사별한 아내의 이야기를 시도때도 없이 한다.

블루어의 딸 질은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고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버지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외지로 떠나서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한다.

경비대원 클로드는 산속에서 길을 잃어 심한 동상에 걸리고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코는 치료가 되지 않고 파란색으로 남아있다.

클로드의 친구 피트는 아내에게 상처를 받고 클로드에게 한동안 머물기 위해서 와 있다. 클로드가 말한 유령을 찍기 위해 카메라로 계속 촬영을 한다.

마스크 남자는 클로리스의 생존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고 그의 삶에 대해서는 클로리스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무언가 조금씩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다. 정상이 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부족한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서 대화를 나누면 그 장면이 그냥 평범한 장면 같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사람들은 뭉치고 흩어지고 생각을 하고 변화된다. 어떤 하나의 사건을 경험 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변화를 일으킬 만큼 큰 것이다. 그것은 직접 경험을 해 보지 못한 사람은알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내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깜짝 놀라기도 하고, 클로리스와 루이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와서 그 다음이 궁금해 빨리 넘기고 싶은 생각도 들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그냥 단순히 길을 잃은 여성들의 따뜻한 구원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깊게 삶을 생각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야기였다. 클로리스 할머니가 20년 후에 용기를 내어 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어서 고맙다. 할머니의 삶이 조금 더 편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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