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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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일본 문화의 틀

 

 

루스베네딕트 지음

김윤식, 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이광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의 해설 죄의 문화와 수치 문화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처음 국화와 칼을 읽으면 일본이 우리와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고, 두 번 읽었을 때쯤에는 비로소 일본과 우리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호기심이었다. 추천을 받아서였기도 했지만 일본의 문화가 어떤지, 제목은 왜 국화와 칼인지 그리고 표지가 빨간색인데 검정으로 한쪽이 되어있고 국화가 그려져 있는 이 모습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이 궁금했다.

 

막내 고모네 식구는 일본에 산다. 고모가 일본으로 시집을 갔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 같다. 고모는 조금 달랐다. 한국인이라고 하기에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산 세월이 더 길었다. 고모부는 마냥 한국을 좋아하는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일본인. 그리고 큰 언니는 한국이 궁금해서 대학까지 일본에서 나오고 그 뒤에 몇 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 지금은 결혼해서 미국에 산다. 미국에 지내는 언니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일본과 한국과 미국의 문화에 대해서 다 체험을 해봤으니 어느 정도는 각 국의 문화를 마음으로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언니와 막내는 한국말을 못한다.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고 일본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고모네 식구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모네 식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내가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졌던 그 차이가 어디서 온 것인지 알 것 만 같았다.

 

처음 읽을 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한 장을 읽을 때도 여러 번 다시 읽어야만 했다. 아직도 다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읽으면서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은데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동양이기에 조금은 부족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은 달랐다. 미국인들이 일본인들을 너무나도 특이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한국인도 같은 동양이어도 일본을 이해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인이 '알맞은 위치를 갖는다'는 신념을 표명한 것 역시, 사회적 체험을 통해 그들에게 깊이 뿌리를 내린 생활원리에 근거한 것이다.

계층제도를 인정하는 행동은 그들에게는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_p.79_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분수에 맞는 위치를 추구하는 일본인의 모습이다. 그 계층 간의 태도가 확연하다는 부분이 영화 속에서 그리고 책 속에서 많이 보았던 사무라이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나는 사무라이들뿐만 아니라 전쟁 영화에서 군인들이 절대로 항복을 하지 않고 차라리 자살을 하거나 할복을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들에게는 충 사상이 뼛속깊이 배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렇구나 그랬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그 문화가 이해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름에 대한 기리는 자신의 명성에 오점이 없도록 하는 의무다.

'분수에 맞는 위치'가 요구하는 잡다한 모든 예절을 계속 지키고, 고통에 임해서는 태연자약한 태도를 나타내며, 전문 직업이나 기능에서는 자기의 명성을 옹호하는 일을 포함한다. _p.201_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8장 오명을 씻는다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는 것이다. 최근에 알게 된 일본의 문화라든지, 일본의 소설속 등장인물이 취했던 행동이라든지, 일본 영화 속의 어떤 장면이라든지, 일본에 대해서 알고 있는 문화가 이 곳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보통 밥을 혼자 먹는 거구나, 초중고대까지 큰 무리 없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 거구나, 프리터들이 많이 생기는 데에도 이런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나 자기방어 때문에 그런 것이었구나 싶어서 무언가 그간 조금 비어있었던 부분이 매워지는 것 같았다.

 

일본인은 예로부터 늘 무엇인가 교묘한 방법을 궁리하여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려 했다. 일본의 초등학교에서는 경쟁의 기회를 미국인들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있다. _p.212_

 

나는 사실 역사를 돌아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아픈 것은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에 아우슈비츠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과거도 직면하고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우리나라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것이었다.

국화와 칼은 일본인이 왜 그렇게 예의바르게 겸손하고 얌전한 국화의 모습 속에 칼을 품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초석이 된다. 사람을 대할 때에는 문화를 알아야 이해를 할 수가 있다. 자기의 문화가 세계의 문화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화를 알고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알게 되는 것 같다.

 

오래전에 쓰여 진 책이기에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들이 분명히 들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 이 책을 읽고 일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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