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안토니오 G. 이투르베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La bibliotecaria de Auschwitz"

아우슈비츠의 사서

 

이 책의 원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으로 출간되었다.

 

안토니오 이투르베 장편소설

장여정 옮김

북레시피

 

 

이 책은 단순히 꾸며낸 이야기라기보다 훨씬 더 심오한 무언가의 산물로,

끔찍한 시대를 통과하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은 경이로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_p.6. 작가의 말_

 

 

아우슈비츠에는 아이들을 위한 막사가 있었다. 일명 가족캠프라고 알려진 BIIb 캠프에 막사를 하나 마련해 아이들을 모아놓고 돌보는 31구역이 그곳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각자가 할당 받은 일을 할 동안 31구역에서 공부를 한다. 학습은 허락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나치의 눈을 피해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에는 8권의 책이 있다. 살아있는 책들도 있다. 그리고 디타는 31구역의 사서이다.

 

디타는 받은 책을 전부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망가지거나 찢어지고 낡은, 적갈색 곰팡이가 잔뜩 핀, 훼손되기까지 한 책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들이 없으면 수세기 문명을 거쳐 전해진 지혜가 그대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지리학, 문학, 수학, 역사, 언어... 전부 소중한 것들이었다.

디타는 목숨을 걸고 이 책들을 지켜낼 것이다.” _p.47_

 

디타는 책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위험한 상황들에 맞닥뜨린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열네 살 소녀, 31구역의 사서, 디타.

 

이 책은 아우슈비츠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를 다룬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 안에는 다른 책들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속의 책.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책들과 디타의 마음속에 담겨져 있던 책들, 그리고 교사들이 책을 생생하게 이야기로 전달해 주는 살아있는 책들이 나온다.

 

<아우슈비츠에 있는 8권의 책 _p.45-47_>

1. 지도책

2. “기하학원론

3.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

4. “러시아어 문법

5. 프로이트의 논문 정신분석 치료의 새로운 길

6. 상태가 나쁜 프랑스 소설 (이 책은 후에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임을 알게된다.)

7. 표지가 없는 러시아 소설

8. 체코어로 쓰인 책 착한 병사 슈베이크

 

선생님들은 책이 필요할 때마다 디타에게 이야기를 하고, 빌려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사용을 한다. 물론 선생님이 읽기도 한다. 디타는 이 책들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가능한 보수도 한다. 하루가 마무리 되면 디타는 이 책들을 프레디 허쉬의 방안으로 가져가 구석의 나무판자 아래에 있는 비밀스런 공간에 보관을 한다.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된다. 그러면 31구역 전체가 위험해 지기 때문이다.

 

디타가 아우슈비츠로 끌려오기 전에 일상의 삶에서 읽었던 두 권의 책은 아우슈비츠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디타에게 준다. 디타는 마음속에 담긴 이 책들의 내용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찾고자 한다. 이 책들은 A.J. 크로닌의 성채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다.

 

마그다선생님은 닐스의 모험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 해 주신다. 듣고 또 들어도 아이들은 재미있어 한다. 사세크는 미국 원주민과 서부 개척 시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또 데조 코바츠는 거의 걸어 다니는 성경책 급이어서 유대인의 역사를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으로 마르케타 선생님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이야기 해 주시기로 디타와 약속을 한다.

 

국제조사단의 조사를 교묘하게 잘 피한 나치는 이제 더 이상 가족캠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 알지 못한 상태로 국제조사단은 떠난 것이다. 31구역은 결국 비워진다. 그리고 가족캠프에 있던 모두는 다른 캠프로 배정을 받거나 죽음을 당한다. 그중에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 이곳에서의 사람 목숨은 너무나도 하찮다. 그리고 시체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쌓여만 간다.

 

디타는 어머니 리즐과 함께 계속 다른 캠프로 보내진다.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고 식사도 화장실도 없이 방치된 나날들을 보낸다. 그곳에서는 버티는 것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기운이 없고 의식도 거의 사라져 가는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 아버지는 아우슈비츠에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자유를 얻은 후 고향에도 가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전쟁 후 얼마나 많은 디타들이 거리에 있었을까. 그 디타들은 또 어떻게 생활을 하며 살아갔을까. 약속의 땅인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을까. 이들의 삶은 전쟁 후에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나치의 행적들이 밝혀지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살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가담 했던 나치들은 잘 도망을 쳐서 버젓이 잘 살아가기까지 했다. 이 책에는 전쟁 그 후의 실존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맨 뒤에 해 주었다.

 

실존 인물인 아우슈비츠 31구역의 사서 디타 폴라쵸바, 그녀는 여전히 네타냐에 살고 있고, 일 년에 한 번 몇 주씩 프라하에 있는 자신의 작은 아파트에서 몇 주를 보낸다고 한다.

 

가슴 아픈 역사적 사실을 깊이 알고 고찰하는 것은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피하고 싶은 일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우슈비츠와 그곳에서 유대인의 고통어린 삶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역사적 진실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앎으로써 그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공감을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평화로운 삶을 위해 나부터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나는 택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그 진실에 대해서도 더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하지 말고 직면할 것. 과거를 알고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꿈꾸는 것. 그것이 내가 삶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인 것 같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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