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뻐꾸기 시계 ㅣ 웅진 완역 세계명작 2
메리 루이자 몰스워스 지음, C. E. 브록 그림, 공경희 옮김, 김서정 해설 / 웅진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환타지성 동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도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다. 하지만 일단 결과를 말하자면 조금 실망스럽다. 판타지 내용이 중심이기보다는 왠지 부수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동화는 백년 전에 쓰여서 그런지 그 당시 사회가 어린이를 보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시종일관 '(어른들의) 명령에 순종하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요즈음도 어른이 아이에게 강조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 책 곳곳에서 그러한 교훈을 노골적으로 들어낸다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이 나게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판타지 동화는 현실의 엄밀성과 고단함을 벗어나 잠시 현실 도피적인 즐거운 모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동화에서 뻐꾸기가 주도하는 모험이란 그리젤다가 착한 어린이가 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따라서 현실을 벗어난 즐거움을 기대하는 어린 독자들에게는 잔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 동화를 조금은 짜증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동화도 나름대로의 장점은 있다. 백 년 전 영국 사람들이 중국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은 같은 동양인인 한국 독자들에게 흥미를 준다. 그리고 동화 곳곳의 삽화들은 고풍스럽고 아름다우며 글의 내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심통난 그리젤다의 표정까지도.
너무 표면적으로 드러난 교훈성을 제외하고는 어린이가 심통을 부리고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어른에게 떼를 쓰는 것을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를 너무나 원하는 그리젤다의 마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