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여걸 열전]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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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여걸열전 - 우리 민족사를 울린 불멸의 여인들
황원갑 지음 / 바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 생각 열기
역사를 배우고 역사서를 읽는 목적 중 하나는 단순히 역사를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혜와 예리한 통찰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기에 교과서 서술방식을 따른 ‘한국사 신론’이나 ‘한국사 이야기’ 또는 ‘한국사 편지’ 등과 같은 역사서들이 꾸준한 평판을 얻으며 역사서가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줄 모른다.
그런 반면에,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가 보여 주는 인물들과 그들을 중심으로 해석되는 역사 역시 많은 오류와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정사’만이 아닌 ‘야사’와 ‘야설’까지도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역사 자체가 뿜어내는 고유한 힘은 우리 ‘존재’와 ‘삶’을 휘감으며 그 자신의 흐름대로 유유히 흘러가는 줄 모른다.
이 책은 우리 민족사와 여성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여성들-웅녀부터 명성황후까지- 27명을 사료와 기존 연구 성과를 통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인물과 관련된 유적지 사진을 싣는 등 상세하고 성실한 집필이 돋보이는 역사 관련 책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낮은 위치를 돌이켜 볼 때, 저자의 의도적인 ‘한국사 여걸 열전’은 우리 민족 역사 서술이 남성 위주로 흐른 것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 생각 쌓기
무엇보다, 이 책이 술술 익히는 것은 저자의 이력에서 드러나듯 각각의 인물을 이야기할 때 여기저기서 따온 사료를 단순히 짜깁기하기 보다는 저자의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나름대로 역사 드라마와 같은 구조를 가지게 함으로 책 읽는 재미를 높이고 있다.
민족사 최초의 여걸로 묘사한 ‘웅녀’편을 보더라도 웅녀를 서사구조에 갇혀 있는 인물로 그리기 보다는 드라마 속에서 막 튀어 나올 것 같은 인물로 묘사하고 있고, 또 우리가 잘 아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역시도 두 사람이 그리는 러브라인과 주변 상황에 대한 해석, 그리고 자명고와 자명각을 점술사 부부가 비상시에 울리는 북과 나팔로 해석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이설이 있는 ‘화랑세기’에서 ‘미실궁주’ 이야기를 과감하게 끄집어낸 것은 기존 역사서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나름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선 후기 비운의 소현세자빈 ‘강씨’도 청나라 인질 생활 중에 그저 어려운 수모를 감당했던 세자빈으로서만이 아닌 앞을 내다보는 지혜로 사업을 일구어 낸 ‘CEO’로 소개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가 의도한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지 않으면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고증에 노력하며 일화 중심으로 비교적 쉽게 서술했다.”라는 목적은 비교적 무난하게 달성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셋. 정리해 보기
이와 같이 삼국과 고려, 그리고 조선의 여인들과 구한말 명성황후까지 우리민족의 역사 속에 숨겨져 있던 여성사 부분을 찾아내고 들춰내면서, 저자는 마치 여성들이 짊어지고 온 ‘천대’와 ‘한’의 무게가 우리 역사의 무게와 같다고 비유하고 있는 듯 하다.
저자가 밝힌 이 책의 집필 목적대로,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보다는 인물과 역사의 주변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일반 사람들과 연세 있으신 어르신네들이 보기에 무난한 책으로 추천할 만 하다 하겠다.
다만,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닌 비전공자로서 방대한 사료와 역사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다루다 보니,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어느 한 쪽 경향의 책을 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 일듯 싶다. 그러나 이 부분은 독자 개개인의 몫으로 두고, 요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짜증나고 소일거리가 찾아지지 않는 분들, 피곤한 몸을 싣고 가는 전철이지만, 한번 읽어보심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