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의 행복론 - 끊고斷, 버리고捨, 떠나라離
야마시타 히데코 지음, 박전열 옮김 / 행복한책장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10년을 넘는 직장생활을 끝내고 전업주부로 살아가기 시작했을때 최대의 고민은 바로 '집안일'이었다. 그중에서 핵심인 '청소'는 절대적으로 내 체질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청소나 정리정돈도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던데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많았었다. 참고로 난 7년차 주부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도 말이다.. --;;. 처음엔 집안일이 너무 힘들었고 노동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계절이 바뀜과 동시에 옷장을 정리해야 할 싯점이 왔는데 우리 집에 쌓인 많은 옷들을 보니 답답하기만했다. 그래서 날을 잡아 옷장과 신발장을 정리하니 버려야할 옷과 신발이 산더미가 되었다. 이 모습을 본 친정 엄마가 재활용품에 버리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하시는 통에 얼마간 그 짐들은 집안에 가지고 있으려니 속이 다 답답할 지경이었다. 어디 고물상이라도 가져가서 돈으로 바꾸시려나.. 생각했는데 왠걸... 엄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옷이 필요한 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주셨다고 한다. 사실 내가 버린 옷과 신발은 한번도 제대로 착용해보지 않은 것들도 상당 수 있었고, 그럼에도 버렸던 이유는 몇년이 되도록 한번 입지 않으니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다는 결론에 큰 맘을 먹고 정리했던 것이다.
 
<버림의 행복론>을 읽기전 제목만 보고 '버리면 좋은게 뭐 있을까? 아,, 맞아 욕심이지..'라는 단순한 생각만 했었다. 저자인 야마시타 히데코는 '클러터 컨설턴트'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집 안에 넘쳐나는 물건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물건과 물건들 사이의 관련성을 검토하여, '불필요*부적합*불쾌'한 물건을 어떻게 치울지 조언하거나 돕는 것'이 그녀의 일이라고 한다. 어허,, 단순히 물건을 버림으로써 행복을 느끼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자유를 되찾게 해주는 길라잡이"라는 추천사에 맞게 그녀는 '단.사.리'라는 개념과 함게 주변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What's 단사리?
 
물건은 사람에게 쓰일 때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은 '단(斷)'
   물건의 양과 질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끝까지 쓸 수 없는 물건, 필요 이상의 물건의 흐름을 '단'단절해간다. 
 
물건은 지금 쓸 것 이외에는 필요한 곳으로 보낸다, 버린다는 뜻의 '사(捨)'
   예전에 쓰던 물건이지만 지금은 필요치 않다면, 언젠가 다시 쓸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마냥 보존, 보관, 수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사'하기, 즉 서둘러 보낸다.
 
물건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음으로써 아름답다, 내게서 떠나게 한다는 '리(離)'
   물건과 자신에게 항상 질문을 던지면서 '단'과 '사'를 반복하며, 지금의 나에게 상응하는 물건을 고른다. 엄선된 물건들은 각각 알맞은 자리에 돌아가도록 '리', 즉 집착에서 벗어난다.           P226
 
 
 
책을 읽으며 약간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나뿐 아니라 일본의 다른 주부들고 온갖 살림과 잡동사니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 나 또한 앞서 이야기 했듯이 수 많은 옷과 신발을 버렸지만 다음에 다시 열어보니 그 중에서도 정리할 물건들이 또 눈에 들어와 한번 더 정리를 해야만 했다. 그런 경험을 갖게 되니 여러 수납장과 찬장속에 들어있는 살림들이 신경쓰이게 되었고 결혼하면서 준비한 한번도 쓰지 않은 찻잔과 그릇들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아호~ 그렇담 난 책을 읽기도 전에 단사리를 몸으로 실천하는 중이었던가?ㅋㅋ 그래서인지 단사리를 행하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마음과 정신적인 안정에 대해 상당히 공감이 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신경쓰이는 일이 하나 있으면 그 일이 해결되기 전까진 거의 다른 일들을 할 수가없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보니 내 상태가 그러했었다. 집안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임신한 몸으로 무리를 해서 정리하기는 어려우니 미루고 미루다 아기가 몇개월이 되고나서부터 정리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건 '가지지 않으면 정리할 것도 없다는 것'과 '지금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언젠가>를 위해 대기중인 살림들에 대한 대책없는 미련'이 여러면에서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체를 다 확장해 놓은 35평이 아파트에 살면서, 수납공간도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살림들... 이제 그 물건들과 나와의 관계가 '살아있는지'와 물건이 아닌 '나'를 주체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들은 계절이 바뀔 때가 되면 자주 "입을 옷이 없네!"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장롱 속에는 옷들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앞으로 입지 않을 옷인데, 아까운 마음에 그냥 놓아둔 것'이라고 말하겠지요. 이렇게 있는데 없고, 없는데 있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때 나는 '이것을 처분하는 일이야말로 집착을 떨쳐낼 수 있는 '실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과 입지 않은 채로 방치해 두었떤 옷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즉 '애착'이 아닌 '집착'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렇구나.우선 장롱 속부터 정리해 보자!'라는 결심이 섰습니다.   p45
 
'아깝다'고 해서 그저 챙겨두는 것이 아니라 '아깝다'면 나누어줍시다. 아까우니까 언젠가 필요한 때를 위해 보관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필요로 하는 곳에 물건을 보냅시다. '아깝다'를 보다 큰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물건을 순환시키는 원동력이 되도록 하는 것도 훌륭한 단사리 방법 중 하나입니다. p148
 
 
 
작년부터 책장정리는 4번정도 한 것 같다. 아이는 반복해서 책을 보니 정리할 것이 없었고 나는 읽었던 책 중에서 소장하지 않아도 되는 책들을 골라 100권정도 기부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필요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고, 얼마전 다시한번 책장 정리를 하면서 몇 십권의 책을 또 골라놓게 되었다. 최소한으로 가지고 있으면 정리할 것도 없겠지만, 나는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해서 살림도 옷도 책도 정리해도 또 정리할 것들이 늘어간다. 하지만 어느정도 청소와 정리정돈, 소유에 대해서 개념을 알아갈 즈음에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을 상당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살짝 보더라도 <버림의 행복론>은 단순히 청소하고 정리정돈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물건과의 관계, 나와 내주변의 상태와 관계를 돌아보고 이를 계기로 묵혀있던 나의 과거를 털어버림으로 '인생 대청소'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인연을 끝낼 때가 오면, 깨끗이 손을 떼는 것. 물건, 그 밖의 모든 것과 그렇게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단사리가 바라는 바입니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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