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처럼 -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안도현 지음, 이종만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 안의 바람 읽기
안도현, 민들레처럼, 이룸, 2003



  가을이고, 외로운 계절입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도 화나지 않을 계절이 된게지요. 이 민들레 꽃씨의 이야기는 외로운 사람에게 정확한 시간을 쟤고, 정밀한 계산도 한 뒤 날아갑니다. 저에겐 오늘에야 도착 했네요. 여러분도 걱정하지 마세요. 민들레는 생명력이 참 강해서 아무리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거든요.
  지금쯤 민들레는 땅속에서 자신을 이곳까지 날아 올수 있게끔 해주었던 갓털을 주워 모아 몸을 움츠리고 있을 것입니다. 추위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봄이 와 민들레가 깨어나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건, 우리 안의 바람을 읽는 일입니다
  점점 꽃이 시들어가던 그날, 꽃대는 불안한 행동을 합니다. 위험한 높은 곳으로 계속 올라가려고 하는 것이죠. 민들레는 작은 꽃대가 어째서, 운명을 거스르고 위로 향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꽃대에게 걱정스럽게 물었지요. 그리고 꽃대는 의지로 가득 찬 대답을 합니다.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아.”
  몇몇 분들은 자신의 곁을 지나갔던 민들레 씨앗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꼬마들은 단순히 바람을 기다리고 그것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그걸 말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안도현 시인을 찾아 갔는지도 모릅니다. 그 꼬마 녀석들은 ‘누구나 낙하산과 나침반과 망원경을 각자 하나씩 몸속에 지니고 있다’고 단언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고심 끝에 당돌한 민들레 꽃대와 겁 많은 민들레꽃과, 이별이 슬픈 민들레 씨앗은 자신들이 무엇을 수식하는지 알게 됩니다. 바로, ‘민들레’죠. 자신들이 민들레이며, 나는 너고 너는 나이며 결국 우리는 민들레라는 존재의 일치감으로 깨닫게 됩니다. 별거 아닌 듯 보일런지도 모르지만, 얻은 바는 생태학적 지식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한 소리로, “바람은 몸 바깥에서만 부는 게 아닐 거야. 우리 몸속에서도 바람이 불지 몰라.”

  가을은 연애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흔들 줄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한껏 움츠릴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때를 결코 놓치지 말고 자신의 몸을 절박하게 흔들면서, 접는 법 까지 신경 쓴 편지 건네길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몸 밖에서 불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조금 더 바람이 잘 보이게 고개를 내밀어 달라고요. 곧, 당신의 바람을 확인하고 마른 샤워볼 같은 그의 몸도 차츰 떨기 시작할 것입니다.


  “씨앗이란 우리가 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찍어두는 점 같은거야.” p.59

  “민들레 꽃씨는 누구나 낙하산과 나침반과 망원경을 각자 하나씩 몸속에 지니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p.86

  “바람은 몸 바깥에서만 부는 게 아닐 거야. 우리 몸속에서도 바람이 불지 몰라.”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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