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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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가 나는 문장 앞에서는 묘한 마음이 들어 오래 머물게 된다.
문장 사이에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스며들어 오래전의 냄새와 소리,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 몸으로 견뎌낸 계절이 문장 안에 함께 들어 있다.


《붉은사슴뿔버섯》에는 한 시대의 대구가 펼쳐진다. 
그리고 소설의 중심에는 주인공 윤희가 있다. 
윤희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 시절의 기억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급격하게 변해가던 대구의 풍경은 사람의 기억과 만나면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버스 안에서 들려오던 안내양의 목소리, 성냥 공장의 매캐한 냄새, 
LP판이 돌아가던 레스토랑, 
밤거리를 밝히던 포장마차가 그 시절의 하루를 불러낸다. 💿 

그렇게 개인의 기억 속에 남은 장소들이 한 시대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자리를 차지한 거리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풍경들이다.


💧윤희는 많이 운다. 나는 그 울음 앞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
 윤희는 마음이 아플 때 울고, 서러울 때 울고,
 감당하기 벅찬 순간에도 눈물을 흘린다. 
그러고는 생활 속으로 돌아간다.

 울음과 생활이 나란히 흐른다.


눈물을 닦고 밥을 먹는 일,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일, 
마음을 나눌 사람 곁에 앉는 일처럼 
윤희는 작은 하루를 이어간다. 동양 미싱자수 학원에 다니고, 
수예 일감을 받아 자신의 밥벌이를 한다. 
윤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지금보다 더 거칠었던 시대에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살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녔을 테다. 
그럼에도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윤희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마음을 받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힘을 조금 더 오래 지켜낼 수 있다.

 다행히도 윤희의 곁에는 친구 진희와 동생 윤영이 있었다.


“넌 커서 작가가 된다는 생각 안 해봤나? 
꿈은 누구나 방에서도, 
마음속에서도 가질 수 있데이. 
지금부터라도 너만의 꿈을 가져라.” 
진희가 신나서 떠들었다.✨


2부에서 친구 진희와 윤희가 들판에서 나누는 꿈 이야기가 유난히 생각났다. 
인생이 어디 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작중 인물들 역시 다가올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장애와 가난, 가족의 상처처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현실도 있고,
 죽음처럼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순간도 찾아온다.


윤희가 들판에 앉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동안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눈앞의 현실에 머물던 시선이 조금 멀리 나아간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바람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떠올려보는 일.
 꿈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을 이어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풍경보다 사람이 오래 남았다. 
대구의 거리와 공장, 집과 사람들 사이를 윤희의 삶을 따라 걷듯 만나게 된다. 
건물은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 
어린 시절 익숙했던 길도 세월이 지나면 낯선 풍경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밥벌이의 현장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과 욕망이 오가는 장소였던 공간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때의 기억은 사라진 장소를 불러내고, 

글은 그 기억 속에 살아 있던 사람을 우리 앞에 세운다.


정순 언니, 미연 언니, 상범 오빠와 오 씨네 가족들도 그 안에 함께 남았다
. 윤영의 당찬 모습도, 진희가 보여준 우정도, 
윤희가 자신의 손으로 이어간 삶도 한 권의 책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___👀


산업화를 겪으며 급격하게 변해가던 대구의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만났다.

 가난 속에서도 하루를 버텨내고, 사랑하고, 꿈꾸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 특유의 풍성하고 생생한 인물 묘사는 사람마다 
가진 사연과 관계를 촘촘하게 쌓아 올린다. 
시대의 무게를 품은 이야기지만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사라진 거리에는 사람의 기억이 남고, 기억은 문장이 되어 시간을 건넌다.
그 문장 속에서 그 시절의 "윤희"들은 오래 살아 숨 쉰다.


《붉은사슴뿔버섯》 
지은이 서순희 
펴낸이 신의연
 펴낸곳 마이디어북스 @mydear___b

*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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