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애나 비룡소 클래식 45
엘리너 포터 지음, 스톡턴 멀포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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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밝은 사람, 그늘이 없는 사람이 좋았다.

《폴리애나》를 읽으며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열한 살 소녀 폴리애나의 밝음이었다.

 폴리애나를 현대 인물로 재탄생시킨다면 파워 EEEE형, 
E만 존재하는 MBTI를 가진 아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밝다.


부모를 잃고 해링턴 이모의 집에 맡겨진 폴리애나는 
돌아가신 아빠와의 추억에서 시작된 ‘기쁨 놀이’를 이어간다. 

그러나 폴리애나가 보여주는 밝음의 이면에는 
슬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었던 아이의 마음이 자리한다.

 부모의 부재 속에서 어리광조차 허락받지 못한 폴리애나에게 
기쁨 놀이는 슬픔을 견디는 방법이었고, 밝음은 자신을 지키는 힘이었다.


폴리애나는 그렇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품었던 밝음으로 
벨딩스빌 사람들에게 삶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발견한 기쁨을 사람들에게 건네며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소식과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은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폴리애나가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읽을 때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1913년에 출간된 《폴리애나》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공공 아동복지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던 시기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가족과 친척, 민간 구호시설에 의존해야 했다.


작품 속 부인회는 지역사회의 연결망 역할을 하지만, 
해외 보육원에는 기부하면서도 
눈앞의 고아 지미 빈을 돌보는 일에는 책임을 미룬다. 
여성 공동체가 서로를 돕는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가까이 있는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던
당시 사회의 한계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폴리애나는 물질적 풍요를 갖추고도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해링턴 이모에게는 
닫힌 집 안으로 관계를 불러오는 한줄기 등불 같은 존재가 된다. 

마을 사람들 각자의 외로움과 상처 속에 머물러 있었지만,
 폴리애나를 만난 사람들 내면에도 작은 변화가 생긴다.


나중에 사람들이 폴리애나를 위해 해링턴 집을 찾아오는 장면이 더욱 뭉클했다. 

밀리 스노는  방 안에만 있던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뜨개질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과부 벤턴 부인은 색깔 있는 옷을 입기 시작한다며, 

저마다 삶에서 찾아낸 ‘기쁨’을 해링턴 이모를 통해 폴리애나에게 전한다.


당시 여성들의 삶은 가정이라는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과부나 아픈 여성에게 가족과 여성 공동체의 지원은 생활을 이어가는 기반이 되었다. 

《폴리애나》 속 여성 인물들은 그런 시대적 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간다. 

폴리애나가 전한 ‘기쁨 놀이’는 

집 안에 머물던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옷차림과 말투, 
가족과의 관계까지 바꾸어 놓는다.


이야기의 끝에서는 지미 빈과 해링턴 이모까지
 폴리애나를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된다. 

결국 폴리애나에게서 시작된 메신저의 역할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어진 것이다.


《폴리애나》를 읽으며 그동안 읽었던 《비밀의 화원》, 
《인형의 집》, 《작은 아씨들》을 함께 떠올렸다.

 《비밀의 화원》에서는 아이들의 무해한 언어가 닫힌 마음을 열고,
 《인형의 집》에서는 사랑과 이타심을 생각하게 한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자매와 이웃이 서로의 삶을 보듬고,
 《폴리애나》에서는 한 아이가 ‘기쁨 놀이’를 전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비룡소 고전으로 만난 이 작품들은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한 사람의 마음과 선택이 
다른 사람의 삶에 닿으며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작품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시대가 정한 역할 속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간 여성들의 모습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아이 한 명의 기쁨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을 전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지켜본 것은
 오래 기억에 남을 독서였다.



《폴리애나》
지은이 엘리너 H.포터
그린이 스톡턴 멀포드
옮긴이 햇살과 나무꾼
펴낸이 박상희
펴낸곳 (주)비룡소


*인스타 @woojoos_story 진행 및 
비룡소 출판사의 도서협찬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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