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신세계 - 동물이 가르쳐준 인간의 12가지 경이로운 감각
재키 히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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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관람했던 ‘태양의 서커스’의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 


온몸의 전율을 느끼며 관객석에서 연신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
곡예사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여러 시선
활활 타오르는 횃불에서 새어 나오는 매캐한 향기와 열기까지. 

오감으로 경험한 서커스를 마치고 나오자, 

내가 직접 곡예를 한 듯한 카타르시스와 인간의 대단함이 온몸에 남았다.
한편으로는 외줄을 타는 곡예사의 움직임을 볼 때 
감탄과 동시에 묘한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나는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데, 
저 사람은 어떻게 저토록 완벽하게 균형을 잡을까?'


《감각의 신세계》는 인간의 오감에서 출발해 동물에게서 
발견한 낯선 감각을 펼쳐 보이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경이로운 동물의 세계를 통해
 잠자고 있던 감각을 하나씩 깨워주었다.


"치타의 뛰어난 내이 구조"가 보여주는 '평형감각'은 
올해 초 겪었던 이석증을 떠올리게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비인후과에서 흩어진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뒤에도 
구토와 두통을 동반한 어지럼이 한동안 남았다. 
너무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했던 평형감각이 무너지고 나서야
몸을 지탱하는 감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어지럼증을 이해하는 데 '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제자리를 돌며 훈련하는 무용수들과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곡예사들은 
반복된 훈련을 통해 평형기관의 신호에 적응하고, 
뇌가 다른 감각 정보를 활용해 균형을 잡도록 한다고 한다.
 '내이'가 하드웨어라면 '뇌'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별코두더지의 촉각"도 인상적이었다.
후각이 아닌 코끝의 예민한 촉각수용기로 사물의 고해상도 스냅숏을 찍어낸다. 
인간이 손가락으로 사물을 더듬으며 낮은 해상도로 스캔한다면 별코두더지는 순간적으로 세계를 읽어낸다. 

시각을 잃은 화가 아르마간손가락으로 사물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사례는
 감각의 경계마저 흔들어 놓는다.


신경과 교수 파스쿠알레오네는 
"시각 피질은 시각이 있을 때만 시각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시각이 없다면 신속하게 다른 감각 양식의 기능을 맡아 처리합니다."
라고 말한다.

이어 "아르마간이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회로를 활용한다고 해서 
그것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단순히 '본다'라는 말의 의미를 넘어,
 우리가 감각을 얼마나 좁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뇌는 들어오는 자극에 따라 감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구성되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감각을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 왔다.
어쩌면 우리가 감각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별코두더지와 아르마간의 이야기는 
감각이 우리가 생각해 온 것보다 훨씬 유연하고 확장된 체계임을 보여주었다.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감각의 작용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고도의 뇌 작용은 "참문어의 몸 감각"에 이르러
무의식의 감각 영역으로 깊어진다.

 뇌와 팔의 움직임을 동시 선상에 놓지 않고
 팔 스스로 감각을 길잡이 삼아 움직이는 참문어처럼,
지금도 우리는 뇌의 구체적인 명령을 의식하지 않은 채 
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를 두드린다.


책에 등장하는 급성 감각신경 장애 증후군으로 근육감각을 상실해
 '몸맹'이 된 환자 워터먼이
 동작 하나하나를 의식하며 몸의 주도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무심코 누려온 자동화된 감각들이 얼마나 놀라운 능력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에겐 모두가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오감이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구성하는 감각이지요. 
하지만 다른 감각도 있어요. 깊이 숨어 있는 감각, 
흔히들 육감이라 부르죠.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감각입니다." (p.310)


《감각의 신세계》를 통해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을 넘어선 무의식의 감각을, 
동물들을 통해 배워보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우리가 세계를 감지하고 움직이는 동안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너무 익숙해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던
평형감각, 근육감각은 의식의 뒤편에서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책을 다 읽고 나니, 평범한 하루가 낯설어졌다. 
내가 보고 듣고 걷고 만지는 모든 순간이 새롭게 느껴진다

서커스 무대 위 곡예사의 아찔한 비상 뒤에
뇌의 재구성과 수많은 감각의 협업이 숨겨져 있었듯이, 
무궁무진한 동물이 보여준 감각의 세계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한층 넓혀 주었다.


마치 서커스가 끝난 뒤에도 곡예사의 몸짓이 오래 허공에 남아 있는 것처럼, 
이 책이 깨워놓은 감각에 대한 경이로움도 오래 남을 것 같다.





《감각의 신세계》
동물이 가르쳐준 인간의 12가지 경이로운 감각

지은이 재키 히긴스
옮긴이 이민아
펴낸이 최순영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도서협찬


*인스타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및  @위즈덤하우스의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과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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