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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감각 -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
이주연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평점 :
창밖의 초록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문밖을 나서면 벌써 더위가 절정이다. 🍉☀️
요즘은 벚꽃이 지고 나면 곧바로 여름이 찾아오고,
어느새 계절의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다.
절기가 알려 주던 자연의 리듬보다
달력과 에어컨, 배달 앱에 더 익숙해진 시대다.
바로 어제는 초복이었다.
보양식을 찾게 되는 요즘,
문득 조상들은 절기마다 무엇을 먹으며 계절을 건너왔을까 궁금해졌다.
《절기 감각》 책은 절기를 따라 제철 식재료와 음식을 소개하며,
음식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자연의 시간을 들려준다.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길수록
내가 직접 맛보았던 음식과 계절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 봄 | 경칩
경칩에 발견한 봄나물 🍲
“그거 아세요? 봄나물이 구황작물이래요.” (p.49)
구황작물이라고 하면 감자나 고구마처럼 배를 채우는 작물만 떠올렸는데,
봄나물 역시 긴 겨울을 견디게 해 준
귀한 생존 식량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허균의 방풍죽 이야기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방아잎’이 떠올랐다.
경상도에서 자란 내게 방아잎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담긴 향이다.
엄마가 끓여 주던 국과 탕에는 늘 방아잎이 들어갔고,
특유의 향 덕분에 호불호가 갈리곤 했다.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강한 향일지 몰라도
내게는 어린 시절 식탁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의 냄새다.
☀️ 여름 | 하지
하지에 캐낸 감자 🥔
“비결이 뭐예요?”
“그냥 힘껏 미는 거지. 뭐.” (p.160)
저자는 감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감자 이야기를 읽는 내내 군침이 돌았다.
마침, 외할머니께서 직접 농사지어 보내 주신 감자가 집에 한가득 있다.
책을 덮고 나니 감자전을 부쳐 먹고 싶어졌다.
감자를 생각하면 제주에서 맛보았던 🍕감자 도우 피자도 함께 떠오른다.
같은 감자라도 계절과 지역,
그리고 사람의 손길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이야기를 품게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 가을 | 추분
추분이 가져온 송이 🍄🟫
“오 황홀경 그래 이 맛이다.
아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 깊고 향긋한 숲의 내음…” (p.244)
내가 처음 송이를 맛본 것은 산사에서 내려오던 길목의 작은 좌판이었다.
날것 그대로 씹었을 뿐인데
입안 가득 숲의 향이 퍼지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책에는 산불로 인해 송이 가격이 치솟았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대목을 읽으며 올해 방문했던 청송의 산불 피해 지역이 떠올랐다.
인공 재배가 어려운 송이는
자연이 온전히 길러내야만 하는 식재료다.
그래서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의 영향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음식은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라
자연의 상태를 보여 주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겨울 | 대설
대설에 만난 올리브 오일 🫒
“얼마나 빨리 수확해서 얼마나 빨리 압착했는가” (p.327)
올리브와 아보카도가
과육에 지방을 저장하는 ‘프루트 오일’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좋은 올리브 오일의 기준이 단순히 원산지가 아니라 신선도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외국산이나 고가 제품이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만,
책은 햇과일과 묵은 과일의 차이처럼
오일 역시 얼마나 신선한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읽는 내내 음식도 결국 자연의 시간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____🥘🥗🥙
봄나물의 향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감자 한 알에서 가족을 생각하며,
송이를 통해 환경 문제를 돌아보고,
올리브 오일에서 자연의 시간을 배웠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절기를 어렵고
낯선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끼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을 통해
계절과 역사, 지역 문화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
계절은 여전히 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달력 속 날짜로만 확인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절기는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기억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이 책은 잊고 지냈던 그 감각을 식탁 위에서 다시 발견하게 해 준다.
오늘 저녁, 제철 음식 한 가지를 곁들여
나만의 절기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진다.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절기 감각🍲》
지은이 이주연
펴낸이 김성구
펴낸곳 (주)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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