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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세계 - 보이지 않는 숨, 질병, 그리고 생명의 역사
칼 짐머 지음, 이상훈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6월
평점 :
“킴 프레이서는 사람의 콧구멍에서 유전자를 추출한다는 발상이
SF 소설 같다고 생각했다.
•••진단키트 상자는 적막한 건물 안 프레이서의
책상 위에 그대로 몇 달 동안 놓여 있었다.
질병 X가 도착했던 것이다.” 🦠(p.486)
그 어떤 공포 소설의 도입부보다 강렬한 이 문장을
마주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책에서 말하는 ‘질병 X’는 언젠가 등장할 미지의 팬데믹을 뜻하지만,
우리가 이미 아프게 겪어 냈고
여전히 긴 그림자 속에 살아가고 있는 코로나19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공기의 세계》는 이처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성분과 생명체로 가득 차 있는 공기,
즉 ‘공중 생물학’의 세계를 탐구한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질병이 창궐할 때마다
그 원인을 찾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 왔다.
인간은 백신을 개발하며 눈부신 과학적 성취를 이루어냈지만,
한 가지 의문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왜 우리는 유독 ‘공기 전파 감염’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살아온 것일까.👀"
___👩🔬🧑🔬___
이 책은 주류 의학과 정치권이 외면하는 사이에도
공중 생물학의 기틀을 닦기 위해 연구를
이어 온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공기의 비밀을 추적한다.
1930년대 윌리엄 퍼스 웰스는
원형 터널 실험을 통해
미세 비말이 증발해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니는 ‘비말핵’이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어 현대의 부루이바 교수는
재채기에서 나온 비말이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뒤섞여 하나의 ‘가스 구름’을 형성하며
예상보다 훨씬 멀리 이동한다는 유체 역학적 원리를 밝혔고,
피에르 아마토 교수는 높은 하늘의 구름 속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채집하며 공기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공중 생물학'은
현대의 모라브스카 교수를 만나 팬데믹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녀는 전 세계 239명의 과학자와 함께 WHO에 공개서한을 보내
공기 전파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환기의 중요성을 방역 지침에 반영하는 계기가 되었다.
___💥🧨___
아이러니하게도 공기를 매개로 한 전파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은 잔혹한 전쟁터였다.
나치는 탄저균과 독소를 에어로졸 형태로 살포하기 위해
수감자들에게 끔찍한 인체 실험을 자행했고,
냉전 시기 미군이 디트릭 요새의
거대한 강철 구체 ‘에이트볼’에서 동물들을
세균 구름에 노출하며 실험을 이어 간 사례까지 더해지면,
공기를 생물무기로 악용해 온 인류의 잔혹함은 극에 달한다.
___🩺👩⚕️___
한편 공중 생물학이
오랫동안 변방에 머문 이유는
의학계의 패러다임과 정치적 선택에도 있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보건 당국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공기질 개선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개인위생 관리 정책을 선호했고,
그 결과 공기 전파 연구는
오랫동안 주류 의학계에서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정책적 공백은 현대 정치에서도 이어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사스, 메르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팬데믹 대응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팬데믹 플레이북’을 마련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이 전담 조직을 해체했고,
이는 미국의 팬데믹 대응 역량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에 혼선이 빚어진 배경 가운데 하나로도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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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종과 지구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주요 경쟁자는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같은 미생물입니다. 이들은 우리의 생존에 끝없는 위협으로 남아 있습니다.” (p.387) - 생물학자 조슈아 레더버그
《공기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매 순간 들이마시는 공기가 더 이상 당연하고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나아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처럼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 일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구축해야 할 공공 인프라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지나갔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연구의 대상이다.✨
《공기의 세계💡》
지은이 칼 짐머
옮긴이 이상훈
펴낸이 김선식
펴낸곳 다산북스
*도서협찬*
*본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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