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돌칼에서 AI까지, 물건들이 만들어온 330만 년 인류의 대장정
칩 콜웰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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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당장 무인도에 갑니다. 딱 하나의 물건만 챙겨간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어요?”🎣

책을 읽는 내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스마트폰, 라이터, 침낭 등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았지만, 그 모든 대답은 결국 인간이 물건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는 330만 년에 걸친 물건이 지배한 인간의 역사를 추적한다.


태초에 우리는 나뭇가지를 들어 벼락 맞은 나무에 붙은 불씨를 옮기고, 두 개의 돌을 들어 주먹도끼를 만들었다. 

물건은 인류의 조상에게 생존을 위한 하나의 도구였지만, 오늘날에는 욕망을 드러내고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었다.


인간은 세대를 거듭하며 새로운 물건을 계속 만들어 왔다. 인간이 물건을 만들었지만, 그 물건은 다시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 사회를 바꾸어 왔다. 하나의 도구는 복합적인 물건을 낳고, 기술은 끝없이 축적되며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냈다. 


올도완 도구 키트가 진화해 원시 시대의 맥가이버 칼이라 불리는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되었고, 활자는 인쇄기를 만나 “말이 불멸이 되는” 기적을 이룬다.🪨


“우리 세계가 만들어낸 일회용 삶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와중에도 너무 많은 사람이 여전히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한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자신들이 가진 물건 속에 익사하고 있다.” (p.292)


책 속에 등장하는 ‘비축의 민주화’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는 물질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비축과 수집 행위가 오늘날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만화나 신발을 수집하는 ‘물건 컬렉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공생 관계는 현대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낳았다. 기업들은 ‘계획적 진부화’를 통해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마저 낡은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를 부추긴다.

GM이 차량의 실질적 성능 개선 없이 외관만 바꾸어 매년 최신 모델을 사도록 설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필요해서 소비하기보다, 소비하기 위해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축적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 회사 견학으로 방문했던 광명시 자원회수시설이 떠올랐다. 산처럼 쌓여 있던 물건들은 모두 한때 누군가에게 꼭 필요했던 것들이다.🗑️


누군가의 가치를 잃는 순간 쓰레기가 되는 모습을 보며, 물건을 소유하는 일이 얼마나 허무한지 깨달았다. 


식량과 도구를 비축하려는 오래된 인간의 생존 본능은 오늘날 흔히 말하는 플라스틱 중심의 대량 소비와 결합하며 브레이크 없는 소비 사회를 만들어 낸 셈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내가 물건들과 함께 땅에 묻히는 죽음을 상상해 보았다. 물건과 플라스틱은 끝내 썩지 않은 채 땅속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인간이 죽어 자연으로 온전히 돌아가고 싶어도, 정작 자신이 만들어 낸 물건이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물건의 역사를 흥미롭게 따라가던 나는, 어느새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들 앞에서 물건을 더 많이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을 오래 아끼며 사용해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


태초의 인간이 나뭇가지와 돌을 손에 쥐며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왔듯이 이제는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일 또한 기술이 향해야 할 진정한 진보가 아닐까. 


물건은 인간을 문명으로 이끌었고, 이제는 그 문명이 다시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찾을 차례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끊임없는 신상 유행과 물욕에 지쳐, 느린 구매 프로젝트와 미니멀리즘 삶을 꿈꾸는 사람


📱주먹도끼 대신 손에 쥔 스마트폰과 빽빽한 플라스틱 수프가 연상되는 버려진 물건들의 행방이 궁금한 사람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지은이 칩 콘웰

옮긴이 김병화

발행인 박윤우

발행처 부키(주)

*도서협찬*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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